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나를

꿈벗

‘나를

2013년 1월 23일 00시 20분 등록

 

얼마 전 같이 유명했던 야구 선수였고 자살한 유명한 연예인의 남편이었던 분이 자살로 인생을 마감했을 때의 일입니다. 같이 일하고 계시는 이사 분에 저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장 수석은 자살을 생각해 본 적이 있으세요?

 

그런데 이제까지 살아오면서 힘든 시절은 있었을지 몰라도 자살을 생각해 본 적은 없습니다. 대학교에 다니던 시절 고등학교 동기들이 사고로 죽고 자살하고 대의 명분을 외치며 분신을 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죽음이라는 것에 대하여 자주 생각을 하게 되었고 교양철학 기말고사의 주제 또한 죽음이라는 것을 택해서 시험을 보았습니다. 답지에 어떻게 적었는지 세세하게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죽음 이후의 세계가 존재하는지 그렇지 않은지 알 수 없다. 그러나 죽음 이후의 세계가 현재 삶의 보상으로서 주어지기 때문에 이 생을 잘 살아야 한다는 주장에는 공감할 수 없다. 죽음 이후의 세계가 무라고 하더라도 이 세상은 살아있는 동안 살만한 가치가 있다라는 줄거리로 글을 쓴 기억이 납니다. 가정의 평화를 위한 목적이 가장 큰 종교생활을 유지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현세에 착한 일을 하였는지 여부나 어떤 신을 믿었는지 여부에 따라 알 수는 없지만 죽음 이후의 세계가 달라질 것이라고 믿고 싶지는 않습니다.

 

왜 이사님이 저에게 그런 질문을 했는지 궁금했으나 따져 물어보지는 않았습니다. 아마 세상에 대한 비딱한 좌파성향의 시각이 그런 생각을 가지게 만들었겠지 하고 짐작을 할 뿐입니다. 그대 신 주변의 동료들에게 자살을 생각해 본 적이 있냐고 물었더니 놀랍게도 다들 그렇다는 답을 하였습니다. 집에 와서 아내에게도 물어 보았는데 아내도 그런 적이 있다고 하였습니다. 내가 그만큼 아내를 잘 모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새해에 접어 들면서 저의 머리에 안분지족(安分知足)이라는 말과 정저지와(井底之蛙)라는 말이 나를 사로잡습니다. 작은 것에도 만족하는 것과 우물 안 개구리로서 만족하는 것의 차이는 무엇일까를 생각해 보게 됩니다. 삶은 문제해결의 연속이라는 말이 있듯이 현재의 생활을 만족한다고 생각했는데 어김없이 저의 만족을 시험하는 일이 등장했습니다. 주거문제로 임대인과 이야기가 오고 가는 와중에 주변에서는 좀 처럼 듣기 힘든 폭언들을 들었습니다. 나의 몸은 스트레스로 반응을 보여주었습니다. 위에 지극히 극심한 고통이 느껴져서 약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일의 해결 과정에서 저의 미숙한 대처로 인하여 임대인과 저 모두 손해를 보게 되는 결정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미 벌어진 일을 어떻게 수습하는 것이 가장 좋을지를 궁리해 보았으나 별로 좋은 쪽으로 해결이 되지 못하였습니다. 참으로 비싼 돈을 들여서 인생 공부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임대인의 폭언과 인격을 모욕하는 발언에 대하여 분노가 일었으나 오늘 마음이 조금 안정되니 이제까지 살면서 그런 사람을 많이 만나지 않았다는 사실이 참으로 감사하다는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이미 벌어진 손해를 감수하기로 결정하니 마음이 편해지고 있습니다. 최악의 경우 임대인이 임차료 반환을 미룰 경우를 가정을 하더라도 내가 감내할 수 있는 손해 범위 안이라는 사실이 고마울 뿐입니다.

사람과 사람의 일이라 임대인만 잘못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압니다. 돌아보면 제가 더 현명하게 행동하지 못했던 수많은 부분이 존재한다는 것 그리고 나는 끊임없이 내가 지불한 수업료를 가지고 무엇을 배울지 고민을 해보게 됩니다. 아마 이 광풍이 지나면 저는 조금 더 성장해 있을 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이런 놀라운 정도로 아전인수 식으로 내게 유리하게 해석할 수 있는 힘 그것이 제가 가진 힘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그것이 살면서 한 번도 자살을 꿈꿔보지 못한 성격의 결함이기도 하겠지요.

 

돌이켜보면 이런 인식의 차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임대인은 자신이 집을 임대해 주는 사람이며 집을 얻어 사는 주제에 숙이고 들어와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가진 세대인 것 같습니다. 세상일이 계약관계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믿지만 기본적으로 저는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정당하게 사용권을 얻었으므로 굽히고 들어가야 할 이유가 전혀 없다는 생각입니다. 그렇기에 뻣뻣하게 나오는 임차인이 임대인의 마음에 탐탁하지 않았을 수도 있으리라고 봅니다.

 

이사를 준비하면서 많은 물건들을 정리하였습니다. 실제 사용을 하지는 않으면서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물건들이 참 많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렇게 사용하지 않는 물건들을 구매하기 위하여 나는 나의 인생의 시간들을 그만큼 허비하였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내 일당이 만원이라면 만원 짜리 책 한 권은 나의 남은 인생 하루의 가치가 있는 물건이 되겠지요. 그렇게 구매를 하고 소유하였으되 사용하지 않는 물건이 참으로 많았습니다. 물건이 나를 소유하고 있는지 내가 물건을 소유하고 있는지 헷갈릴때가 참 많습니다. 늘 그런 생각을 하면서 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도 여지없이 나의 물건을 구매하고자 하는 욕구는 이성의 판단을 마비시키는 일이 일상다반사였음을 증거하고 있습니다.

 

예전에 구 본형 사부님의 강연 중에 이런 말씀을 들은 기억이 납니다. 성공이 무엇인가 하는 질문을 하시고 성취 나누기 욕망이라는 식으로 설명을 하셨지요. 그리고 성공을 위해서는 성취를 높이는 방법도 있지만 욕망을 줄이는 방법도 있다는 뜻의 말씀을 하셨습니다. 욕망을 필요로 바꾸어도 별 차이가 없을 겁니다. 진짜 나에게 필요한 것만 구매를 한다면 더 적게 벌어도 안분지족의 세계를 맛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이번 이사를 통하여 얼마나 많은 쓰레기(사용하지 않고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모든 것은 쓰레기라고 생각합니다)들과 함께 살고 있는지 직시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을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늘 회사의 동료 후배들에게 당장 회사를 그만두었을 경우 얼마를 버틸 수 있는지를 생각해 보라고 이야기를 합니다.” 한 회사를 그만두고 다른 회사로 전직할 때 여기서 월말이나 주말에 그만두고 월초나 그 다음 주 월요일에 다른 회사에 출근하겠다는 친구들에게 직장인이 쉴 수 있는 유일한 기간이 그때인데 좀 더 쉴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 보라고 이야기를 하지만 그들에게는 대출금과 이미 늘어날 대로 늘어나 있는 생활비 때문에 이미 그럴 수 있는 여유가 없으므로 하나마나 한 소리라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배움은 끝이 없을 것이고 오늘의 나의 생각이 어제의 나의 생각과 다르므로 분명히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오늘 알아낸 것을 알지 못하는 어리석었던 어제가 있었음을 알아 채지 못하던 나를 조금씩 알아가는 기쁨이 있습니다. 나의 바닥을 시험하고 나의 인내를 시험하고 나의 부족함을 드러내 주는 요즘 일이 잘 풀리지 않고 있는 이 시기가 내가 더 커갈 수 있는 좋은 기회임을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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