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나를

꿈벗

‘나를

2012년 10월 30일 12시 04분 등록

지난 주말 아침이었습니다.

 

아침에 들뜬 마음으로 일어났는데 비가 내리고 있었습니다. 소풍날 비가 오다니 마음이 싱숭생숭 해졌습니다. 아내가 해 준 밥을 챙겨먹고 제가 찾아오기로 한 케이크를 찾으러 출발을 하였습니다. 비가 계속 내립니다. 라디오를 들으면서 천천히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전화를 했는데도 받지 않아 잠시동안 위치가 어디인지 헤매게 되었습니다. 제 차에는 네비게이션이 없기에 뇌비게이션으로 버팁니다. 그래서 처음 가는 길은 미리 인터넷으로 찾아보고 가지만 모를 경우에는 사람에게 물어 볼 수 밖에 없습니다. 다행히 두 번 만에 제과점을 아는 분을 만나서 쉽게 찾을 수 있었습니다. 케이크 운반시에 주의사항을 듣고 차에 실고 출발을 하였습니다.

 

태릉역에서 구리 IC에 이르는 구간 평소에도 라디오에 정체구간으로 나오는 구간이 비가 와서 더욱 막히는 군요. 라디오를 들으며 시를 외우면서 천천히 흐름을 따라 갔습니다. 즐거운 소풍길이기에 길이 막혀도 짜증나지는 않았습니다.

 

오늘 출력한 나무학교라는 문정희 시인의 시를 외웠습니다.

 

나이에 관한 한 나무에게 배우기로 했다.

해마다 어김없이 늘어가는 나이

너무 쉬운 더하기는 그만두고

나무처럼 속에다 새기기로 했다.

 

(이하생략)

 

괴산에 도착해서 하나로 마트에서 소풍에 오신 분들이 드실 간식거리를 샀습니다. 게으름도 한 몫 했지만 서울에서 사는 것 보다 그 지역에서 물건을 사는 것도 좋지 않을까 생각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여우숲에 도착하니 아직 사람들이 도착하지 않았습니다. 멀리 보이는 산자락을 보면서 쉬고 있었습니다. 멀리 산자락을 보고 있는데 자꾸만 외사분교쪽의 입구쪽에 눈이 갑니다. 얼마 안가서 병진이랑 사부님 일행이 도착합니다. 나중에 병진이 한테 물어 보았습니다. 이 좋은 풍광중에 시선이 어디쪽으로 가니. 병진이는 저 멀리 보이는 산자락이라고 답을 했습니다. 저도 산자락이 좋고 그러고 싶은데 시선이 자꾸 사람들이 사는 마을쪽으로 옵니다.

 

늘 소풍을 오면 좋은 사람들이 많지만 그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기에는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 넉넉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의 말을 듣고 있어도 이 사람하고도 저 사람하고도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마음이 상대방에 집중하지 못하고 날라다니는 것을 느끼고는 했습니다. 이번에 어떤 분이 되든지 그분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어야지 하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런데 몸은 그러했는지 모르지만 여전히 마음은 온전히 그러지 못했음을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용혜원님의 시에 이런 구절이 있지요.

 

내가 하는 말들을

웃는 얼굴로 들어주고..

 

상대방이 말을 하는 도중에도 상대방의 말을 듣고 있는 것이 아니라 다음 내가 할 말을 생각하고 언제 끼어들까를 생각하는 어리석은 모습이 보입니다. 상대방이 말을 하지만 나는 제대로 듣지 않고 있다면 그것이 제대로 된 대화라고 할 수 없겠지요.

 

이튿날 용규형님의 강연을 들으면서 참으로 중요한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말씀처럼 돌밭에 자란 매꽃을 보거든 무릎 꿇어 인사를 드릴 줄 아는 감성을 지니고 싶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산책을 하다가 이쁜 꽃을 만나면 그 이름이 궁금하기만 했습니다. 지난 봄에 정양수 꿈벗께서 꽃 이름을 꼭 알아야 하는가 하고 지나가는 것처럼 질문을 하신 적이 있었습니다.

 

시인 백무산은 침묵이라는 시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이름모를 들꽃에 이름 붙이지마라

조용한 풀밭을 이름불러 깨우지 마라

이름모를 나비에게 이름 달지 마라.

그들이 먼저 네 이름을 부를때까지.

 

(이하생략)

 

이제 어느 꽂 이름을 안다고 해서 내가 그 꽃 하나를 아는 것이 아님을 알고 있습니다. 마치 우주인(있다면)이 와서 인간이라는 종을 발견하고 인간이라는 것을 알았다고 생각하는 것이랑 유사한 상황일 것입니다. 어떤 꽃 이름을 안다고 그 꽃을 안다고 할 수 없는 이유는 꽃 이름은 보통 명사에 지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어떤 고유명사로의 꽃의 아름다움에 그리고 사람의 삶에 감동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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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0.30 20:50:42 *.197.129.192

가을 소풍길에 비가 많이 내렸지요.

차가 많이 밀리겠구나... 생각도 했고,

산길이 비에 젖어 걷기 힘들겠구나... 생각도 했었는데

이 모든게 기우였군요.

 

빗길조차 소풍가는 길은 운치였구나,

그 나름의 풍경이었구나...하고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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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02 09:13:10 *.152.83.4

그대도 시인이... 되는가 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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