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나를

꿈벗

‘나를

2012년 9월 25일 21시 57분 등록

1.      

갈대 신경림.

 

언제부턴가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 갈대는

그의 온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

까맣게 몰랐다.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

그는 몰랐다.

 

2.      

밤 노래 4 – 마종기

 

모여서 사는 것이 어디 갈대들 뿐이랴.

바람 부는 언덕에서, 어두운 물가에서

어깨를 비비며 사는 것이 어디 갈대들 뿐이랴.

마른 산골에서는 밤마다 늑대들 울어도

쓰러졌다가도 같이 일어나 먼지를 터는 것이

어디 우리나라의 갈대들 뿐이랴.

 

멀리 있으면 당신은 희고 푸르게 보이고

가까이 있으면 슬프게 보인다.

산에서 더 높은 산으로 오르는 몇 개의 구름,

밤에는 단순한 물기가 되어 베개를 적시는 구름,

떠돌던 것은 모두 주눅이 들어 비가 되어 내리고,

내가 살던 먼 갈대밭에서 비를 맞는 당신,

한밤의 어두움도 내 어리석음 가려주지 않는다.

 

3.      

침묵 백무산

 

나무를 보고 말을 건네지 마라

바람을 만나거든 말을 붙이지 마라

산을 만나거든 중얼거려서도 안 된다.

물을 만나더라도 입 다물고 있으라

그들이 먼저 속삭여 올 때까지

 

이름없는 들꽃에 이름을 붙이지 마라

조용한 풀밭을 이름 불러 깨우지 마라

이름 모를 나비에게 이름 달지 마라

그들이 먼저 네 이름을 부를 때까지

 

인간은 달린 앞으로 말하고 싸운다.

말 없는 등으로 기대고 나눈다.

 

4.      

 

부모가 된 다음에 나는 비로소 집착에서 벗어나 균형이 잡힌 올바른 부모의 자세는 기도일 수 밖에 없음을 알게 되었다. 그 결과가 어찌될 줄 빤히 알기에 직접 개입하여 못 하게 하면 이내 아이들과 원수가 되고, 남처럼 멀리 떨어져 있으면 젊은 날 자신이 겪었던 어리석음을 반복하게 될 것 같은 조마 조마함을 겪어야 하는 부모는 진퇴양난에 빠질 때가 많다. 그러니 마음이 모진 사람도 신을 찾게 된다. 극진하면 하늘에 그 호소가 닿으리라고 믿는다. 믿음이란 믿을 수 없는 곳에서도 그 믿음을 버리지 않는 것이니, 그것은 기도일 수 밖에 없다. 그것은 고난과 고통을 준 기원을 찾아 화해의 손을 내미는 것이며, 그 행위로 신들을 감동시키려는 것이다.

 

구본형의 신화읽는 시간 중에서

 

5.      

 

이제 조금 시끄러웠던 매미들의 소리가 그치고 귀뚜라미나 풀벌레의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더위를 핑게로 차를 타고 출퇴근 하였는데 얼마전부터 가능한한 차를 타지 않고 걸어서 다니고 있습니다. 길가에 조그마한 가을꽃들이 피어있고 갈대가 피어나기 시작하고 있더군요. 지난 태풍에 가지가 부러진 나무앞에서 한참을 서 있었습니다.

 

점심을 먹고 3년전에 도토리를 주워 싹을 내서 공원에 옮겨 심었던 나무를 만나고 왔습니다. 지난 태풍에도 버텨내었고, 벌레가 잎을 갉아 먹었어도 잘 자라고 있었습니다. 아무것도 해준 것 없이 그냥 지켜보기만 하였어도 생명력이 있는 나무가 잘 살고 있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도토리를 세개를 주어습니다. 또 다시 싹을 내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기를 기원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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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어 갈수록 부모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음을 배우게 됩니다. 아이들이 내가 한 실수를 똑 같이 하는 것을 지켜보면서도 그것을 지적하는 것이 어떤 도움이 될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그냥 아이들을 믿고 기다려 주는 것이 더 나은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해 봅니다.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바보가 되는 느낌입니다. 모르는 것은 늘어가기만 하고 갈증은 더욱 심해지기만 합니다. 남들이 알고 있는 것조차 모르면서도 오만한 모습을 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날이 짧아지고 책을 가까이 하기 좋아지는 계절인 것 같습니다. 올 가을에도 더욱더 바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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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26 05:01:33 *.41.83.203

시와 함께, 시처럼 사는 사람이 젤 부럽습니다. 올 가을 시와 살진 못하여도, 바보처럼 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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