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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꿈벗

‘나를

2012년 10월 9일 07시 34분 등록

오늘, 쉰이 되었다 이면우

 

서른 전, 꼭 되짚어보겠다고 붉은 줄만 긋고 영영 덮어버린 책들에게 사죄한다. 겉 핥고 아는 체 해던 모든 책의 저자에게 사죄한다.

 

마흔 전, 무슨 일로 다투다 속맘으로 낼, 모레 쭘 화해해야지 작정하고 부러 큰 소리로 옳다고 우기던 일 아프다 세상에 풀지 못한 응어리가 아프다

 

쉰 전, 늦게 둔 아이를 내가 키운다고 믿었다. 돌이켜 보면, 그 어린 게 날 부축하며 온 길이다 아이가 이 구젓을 마음으로 읽을 때쯤이면 난 눈썹 끝 물방울 같은게 되어 있을 게다.

 

오늘 아침. 쉰이 되었다. 라고 두 번 소리내어 말해보았다.

서늘한 방에 앉았다가 무릎 한번 탁 치고 빙긋이 혼자 웃었다.

이제부턴 사람을 만나면 좀 무리를 해서라도 

따끈한 국밥 한그릇씩 꼭 대접해야겠다고, 그리고 쓸쓸한 가운데 즐거움이 가느다란 연기처럼 솟아난다.

 

=

 

요즘 스마튼 폰 열풍이 한 창입니다. 그 스마트폰에 올라간 카카오톡이라는 프로그램 또한 열풍입니다. 그 카카오톡이라는 프로그램과 연동되는 애니팡이라는 프로그램이 또 광풍을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아는 사람과 경쟁한다는 것이 사람들을 묘하게 자극하는 것 같습니다. 제가 다니는 회사의 점심 시간에도 다들 게임에 빠져 있습니다.

 

자신의 생각이 없어지고 남들이 만들어 준 무엇인가에 다들 몰두하게 만드는 세상인 것 같습니다. 남들이 뭐하는지를 신경쓰고 그것을 그냥 따라서 하는 세상인 것 같습니다. 싸이의 강남스타일도 제게는 마찬가지로 느껴집니다. 지난 추석 때 고향에 가면서 버스를 타고 갔는데 싸이의 공연을 중계방송하고 있었습니다. 그것을 보면서 전율을 느꼈습니다. 저렇게 단순한 동작을 반복하는 군중들을 보면서 무엇인가 불편하게 느껴졌습니다.

 

지난 주 였습니다.

아이와 애니팡 게임에 대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늘 그렇듯이 제가 게임을 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아이가 자신은 안하지만 친구 폰으로 했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제가 그것도 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아이는 친구폰으로 했는데 무슨 문제냐는 식으로 이야기를 했습니다. 저는 게임에 빠지는 것이 걱정이 되서 말을 했는데 아이가 그런 식으로 받아들이니 화가 났습니다.

 

아이가 자랐나 봅니다. 잠시 후에 아이가 자신이 왜 그렇게 이야기 했는지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이야기를 합니다. 또래와 같이 어울리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아느냐고 묻습니다. 저는 그것이 왜 중요한지 이해를 못하지만 오랫만에 아이의 말을 들어 주었습니다. 나도 그런 세월이 있었는지 알 수 없습니다. 또래들과 휩쓸려서 그랬던 시절이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지금 생각은 이러한데 예전에도 지금처럼 생각했는지 확신이 서질 않습니다. 모든 기억은 어느 정도 왜곡되고 만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 말입니다.

 

아이가 살아갈 세상과 제가 살아온 세상은 분명히 다른 세상일 것입니다. 제가 아무리 불평을 해도 세상이 생각없는 소비기계를 만들어 내고자 하는 것은 변함이 없을 것입니다. 저 또한 경험하지 못한 세상이기에 제가 살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한 충고는 어리석은 것이 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시인의 말처럼 아이를 제가 바르게 키우고 싶지만 그것이 아이에게 실제로 도움이 되는 것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오히려 시인의 말처럼 아이가 나의 부족한 점을 가르치고 있는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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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0.09 10:19:21 *.242.48.3

아이들에게는 어제 TV에 나온 가수, 연예인, 게임이 돌파구라고 생각해요. 이런 것들은 아이들을 어둠으로 밀어 넣는 것이 아니라 어둠에서 견딜 수 있는 유일한 방식이니까요. 맘대로 하라고 내버려두면 알아서 그만 둡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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