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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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7월 24일 08시 20분 등록

어제 점심 시간이었습니다. 부사장님께서 회사 전체로 메일을 보내서 점심식사를 회의실에서 같이 하자고 하셨습니다. 모 금융그룹에서 금융상품을 설명하는 자리였습니다. 설명을 듣기전에 내가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것과 다르게 그들이 이야기 할 경우 나는 어떻게 할까를 잠시 생각해 보았습니다.

 

제가 경험한 바로 대부분의 금융상품을 파는 사람들의 특징이 사람들의 불안감을 자극합니다. 그리고 나서 마치 자기 상품이 그 불안감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대책인 것처럼 말을 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하지 않으면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이 되는 것처럼 이야기를 하고는 합니다.

 

제가 공부한 바로는 사람이 처한 상황에 따라 같은 금융상품이라도 도움이 될 수도 있고 자신의 상황에 맞지 않은 상품을 가입할 경우 이익이 아니라 손해를 보게 되어 있다는 사실입니다.

 

몇가지 질문을 하였습니다. 두명이 같이 왔는데 남자분은 난처한 상황을 잘넘기고 있었으나 여자분은 많이 화가 난 것 같았습니다. 고객님은 은행에 적금밖에 들지 못할 사람이라는 둥..해서는 안될 말을 하였습니다. 더 큰 싸움이 될 것 같아서 그냥 정리를 하였습니다.

 

그들이 제시한 상품을 15년 장기로 할 때에야 그것도 그들이 제시한 공시이율을 만족할 때에나 가능한 액수를 제시하였습니다. 공시이율은 매 월 변하고 한번 내려가면 그 적립액의 차이가 금방 차이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언제나 그렇지만 아주 작은 글씨로 이것은 예시일뿐 실제 수령액은 다를 수도 있다고 말은 하지 않지만 작게 적혀 있습니다.

 

마지막에 이런 사람은 자기 상풍에 가입해야 한다고 하는 문구중에 이런 사람이 있었습니다. 저축률이 30%가 안되는 사람은 자신의 상품을 가입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래서 제가 물어보았습니다. 대한민국의 평균 저축율이 얼마 정도되냐고 말입니다. 판매원이 말합니다. 2%정도라고 대답을 하였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것과 유사한 값이고 제가 말하려는 것과 별 차이가 없어서 이렇게 물었습니다. 평균 5%가 안되는 사람이 대부분인데 그 모든 사람에게 다 그 상품이 적합한 상품이냐게 말입니다.

 

설명회가 끝난 후에 두 명의 후배가 그 상품에 가입하려고 했습니다. 한 명은 제주도 왕복항공권이 탐이 났나 봅니다. 두 명과 음료수 한 잔 하면서 가입을 하지 말라고 말렸습니다. 두 명에게 부채가 있다는 것을 제가 알고 있습니다. 부채가 있는 사람에게 장기의 저축 보험 상품은 좋은 상품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아주 특이한 경우를 제외하고 대출이율이 저출이율보다 낮은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빚을 먼저 청산하는 것이 먼저라고 저는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후회의 감정이 밀려옵니다. 판매원도 먹고 살자고 한 일인데 내가 꼭 그렇게 해야만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동료나 후배 사원들도 성인인데 각자가 알아서 판단할 일이지 내가 맞다고 생각하는 것을 그들에게 꼭 이야기를 했어야만 하는 것일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숫자에 대해서 두려움을 가지고 있습니다. 금융업을 하시는 분들이 이런 것을 잘 이용하지요. 숫자만 막 나열하면 사람들이 따지지 않고 믿어버리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제시하는 숫자는 정말 단순히 숫자일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그들이 제시하는 숫자에는 항상 단서가 붙기 때문입니다. 아마 그 단서는 조심해서 읽지 않으면 알아 볼 수도 없는 곳에 아주 작은 글씨로 적혀있을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금융업을 하시는 분들이 이야기 하는 수익률과 소비자들이 생각하는 수익률은 다르기가 십상입니다. 그들은 결코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습니다. 문제가 되면 늘 그들은 그렇게 이야기를 하지요. 착각을 한 것은 당신이지 자기들이 속인 것은 아니다라고 말입니다.

 

예전에 아이의 영어책에서 읽었던 이야기가 생각이 납니다. 개미의 이야기였는데 이 개미가 계속해서 높은 곳을 찾아 올라가기를 시작합니다. 잔디에 올라보니 저기 작은 꽃이 보입니다. 작은 꽃에 올라보니 해바라기가 보입니다. 해바라기에 올라보니 저기 큰 나무가 보입니다. 문득 왜 올라가지를 생각하고는 내려오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내려오다보니 또 다른 개미가 열심히 올라가고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자신이 겪어보니 그곳에도 별것이 없다는 것을 알지만 이 개미는 그냥 물끄러미 바라볼 뿐입니다.

 

때로는 남들이 어떤 판단을 하든 그것이 나의 생각과 경험과는 다르다고 할 지라도 심지어 그 길이 아주 위험한 길이라 할지라도 그냥 바라보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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