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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Gana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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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7월 25일 13시 54분 등록

결혼한 지 8개월...  신랑님은 두 번째 전시회에 작품을 출품하셨습니다.

 

지난 5월 힘들었던 졸업 작품 전시회가 끝나자 마자 신랑님은 들뜬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신랑: (무척 자랑스럽게) 유일씨 기뻐할 좋은 일이 있어요.

나~  : (졸업작품 하느라 바빠서 미안하다고 선물 같은 거 준비했나?) 뭔데요?

신랑: (자신만만한 웃음) 저 목공사부님이 하는 7월 전시회 나가려구요.

나~ : (어색한 웃음) 아.. 그래요?

신랑: (들뜬표정) 작품 팔리면 맛있는 거 사줄께요.

나~ : (이미 각자 다른 세상... 음... 참가비와 재료비는 얼마일까?).... 네

 

회사만 다녀오면 우울한 얼굴인 신랑님의 유일한 기쁨인 이 작업.

이 작업을 하고 싶으면 그 돈을 벌기 위해 회사를 다녀야 한다는 논리로 달래기를 8개월.

요즘은 조금씩 마음을 잡고 회사일과 이 작업에 대한 조화를 조금씩 이뤄나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회사일도 힘들텐대 새벽에 힘들게 일어나 귀여운 작품들을 하나씩 만들어 내는 걸 보면 장하기도 하고 안됐기도 합니다.

 

이번에도 역시 겨우겨우 날짜를 맞춰 완성한 작품을 가지고 어제부터 인사동에서 전시회를 하고 있습니다.

출품하신 분들이 모두 아마추어이신데 실력들이 쟁쟁하셔서 볼거리가 많습니다.

(신랑님이 회사를 당장 그만 둘 수 없는 이유를 만들어 주시는 고마운 분들이시지요.)

 

 신랑님의 작품은 아래 의자(스툴)들 중에서 어느 것일까요?

 

 

사진_의자들.JPG

전시회 포스트.JPG

 

 

아내가 지난번에 올린 글입니다.(조금 각색했습니다.)

아 참 저는 꿈벗 24기 최성우에요. ^^;

어느덧 전시회가 끝났습니다. 올해 계획했던 두번의 전시회...

 

이제는 무엇을 해야 할까 갈피가 안 잡힙니다.

가구 학교도 졸업했습니다. 평범한 직장인인 제가 두번의 전시회도 했습니다.

이제는 무엇을 해야 한발 더 꿈에 다가갈까요?

 

어느 분이 '남북통일'은 '사건'이 아니라 '과정'이라고...

꿈 역시 완성되는 사건이 아니라 다가가는 과정인 듯 합니다.

어떤 과정을 더 거쳐 볼까요? 

 

그래서, 두번의 전시회로 무엇을 알게 되었을까 생각해 봅니다.

 

먼저, 가구와 공예품을 만듦에 있어 남들과는 다른 자신만의 뚜렷한 문제 해결 능력을 자신 속에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세상의 건축, 가구, 공예품은 그 시대의 문화, 역사관, 생각 등 많은 것들이 함축되어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이 생각이지요.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 적어도 저의 디자인적인 관점이 남들과는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어떻게 다른가요? 글쎄요. 그 질문에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할 듯 합니다. 그리고 아내의 말대로 공부를 더 해야 할 듯 합니다. 전시를 같이한 아마추어 분들보다 기술이 뒤져서야 어찌 하겠습니까? ^^;;;

 

둘째, 회사일이 내 작품의 원동력이다. 아, 먼저 위의 아내의 질문의 대답을 가르쳐 드리죠. 가장 아래쪽에 있는 물고기를 닮은 두 의자가 제가 만든 애기들을 위한 스툴인 '물고기자리'입니다. 다른 것들도 마찬가지이지만 이 것 역시 몇번의 디자인 스케치와 목업 제작에 실패하고 마감 시간과 직장일에 쫓기다 밤 늦게 퇴근하는 버스에서 스케치 하다가 나온 아이디어가 시초였습니다.

 

만약 제가 실력도 안 되면서 이 일로 먹고 살기 위해 전시회를 했다면 좋은 작품이 나올까 반문해 봅니다. 직장일과 마감 시간에 쫓기면서도 새벽에 혼자만의 몰입의 시간이 모여 특색있는 아이디어가 나옵니다. 회사일이 있어 나의 작품을 만날 수 있습니다.

 

사진3_의자확대.PNG

 

            (다리 한쪽을 고정시키기 위해 좌판에 촉을 박았습니다. 그 부분이 자연스레 물고기의 눈이 되었네요.

             전시회 내내 아이들 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좋아한 의자였답니다. ^^)

 

며칠전 꿈을 꾸었습니다. 그 꿈에는 얼굴이 나왔습니다. 왼쪽 반은 눈도 코도 입도 보이지 않고 온통 검은색으로 칠해져 있었습니다. 오른쪽 얼굴은 동그란 눈만이 앞을 응시하고 있었습니다. 이 글을 쓰는 동안에도 그 꿈이 무엇을 애기하는지 모릅니다. 다만 지금 생각하니 그것은 제 자화상입니다.

 

내 얼굴의 반은 회사일을 바라봅니다. 그토록 좋아하던 예전보다도, 그토록 흥미를 잃었던 얼마전보다도 깊고 길게 지그시 바라봅니다. 지그시 바라보는 사이에 그 일에도 '미학'이 있음을 알게 됩니다. 목공과는 또다른 미학입니다. 그 일은 검고 검은 색입니다. 그 속에 들어가는 순간 나라는 개성은 표현되지 않는 미학입니다. 그래서 온통 검정색입니다.

 

다른 다른 얼굴 반쪽은 깨어나 동그란 눈을 들어 자신만의 세상을 바라봅니다. 밝고 선명한 무늬가 뚜렷한 자신만의 세상이죠. 아직은 응시할 뿐입니다. 하지만 응시하는 것이 시작입니다.

 

한쪽만으로는 온전한 얼굴이 되지 못 합니다. 자신의 세상을 바라볼려면 어두운 얼굴 반쪽이 필요합니다. 어둡고 어두운 검정색으로 인해 다른 반쪽의 얼굴이 빛납니다. 어두운 반쪽 얼굴도 어두움 만으로는 존재하기 힘듭니다. 밝게 앞을 바라보는 눈이 있어야 어둠으로 견딜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두번의 전시회를 통해서 제 마음에서 떠나지 않는 질문 하나가 자리잡았습니다. 쉽게 대답할 수 없는 질문 하나...아마 긴 시간 제 마음속에 있을 질문 하나입니다. 그 질문이 저를 계속 나아가게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멋진 대답 보다는 좋은 질문 하나를 얻게 된 것이 전시회의 가장 큰 수확은 아닐런지요.

 

 

어쨌든 전시회는 끝이 났고 잠시 떠납니다.

 

더운 여름 모두 건강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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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8.01 05:56:28 *.181.151.183

두 번째의 전시회 잘 되었기를... 편안하게 다녀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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