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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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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2012년 7월 3일 07시 12분 등록

내 생각에 이런 체험이 탁월한 창작물을 내는 데 필요한 조건이지만, 체험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사실 체험에서 비롯한 주관적 확신은 치명적 오류에 빠지기도 한다. 윌리엄 제임스는 웃음 가스에 마취된 사람의 경험에 대해 묘사한다. 웃음 가스에 마취될 때 마다 우주의 비밀을 알았지만, 마취에서 깨어나면 그 사람은 그 비밀을 모조리 잊어버렸다. 마침내 필사적인 노력 끝에 우주에 대한 통찰이 희미해지기 전에 비밀을 적을 수 있었다. 그는 마취에서 완전히 깨어나자마자 적은 글을 급히 읽었다. “석유 냄새가 사방에 가득하다.”는 문장이었다. 순간적인 통찰을 했다고 생각하지만 착오일 수도 있기 때문에, 신성한 도취 상태가 지나간 다음에는 반드시 맑은 정신으로 검토해야 한다.

 

러셀 - 서양철학사 p.189

 

세월에 금을 그어놓은 것은 아니지만 늘 한해의 반을 지나는 이맘때쯤이면 다시 한번 살아온 반년을 돌아보게 된다. 변경연의 홈페이지에 한 코너를 맡아서 매주 한 번 글을 쓰면서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생각해 본다. 때로 빼 먹고 싶은 마음이 있었던 적도 있지만 그래도 빼 먹지 않은 스스로를 위로해 준다. 상반기에는 힘에 부치는 일을 해 낼 수 있다고 약속하는 바람에 많이 힘들었던 것 같다. 그럼에도 정신줄 놓고 살지 않게된 것도 매주 한번은 그래도 살아가는 것을 생각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매 주 어떤 글을 쓸지 생각하면서 그때 그때 나의 머리를 사로잡는 생각들을 한 주동안 생각하면서 나름대로 답을 찾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나보니 세월의 검증을 이기지 못한 생각들이 참 많다. 웃음가스에 마취된 사람처럼 발견의 기쁨을 누리는 것도 잠시 잠깐일뿐 시간이 지나면 그것이 나의 삶에서 사라지게 된것이 한 두번이 아니다.

 

지난 시간 가장 마음에 남았던 것은 바로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 유한하다는 사실이다. 나는 늘 시간만 있으면 어떤 것이라도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착각을 하고 살았다. 그런데 나이를 먹으면서 주어진 시간은 무한하지 않으며 그 주어진 시간에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는 점을 생각하게 되었다. 따라서 유한한 시간을 정말 알차게 써야 한다는 것을 앞으로 살아가면서 가슴에 품고 살아가려고 한다. 그 처음이 스마트 폰을 멀리하고 인터넷을 멀리하는 것이 되고 있다. 정보가 없어서 판단을 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정보가 넘쳐나는 속에 정보를 향한 더한 갈증을 포기하는 것이다. 내가 다 알 필요는 없다는 것 내가 다 알 수도 없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먼저인 것 같다.

 

달려가는 세상을 쫒아가기 위해 숨을 헐떡거리면서 쫒아가지 말고 스스로의 속도를 지키는 것 나의 숨으로 살아가는 것 그것이 나에게 주어진 제한된 시간을 살아가려는 나의 다짐이다.

IP *.10.14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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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7.06 10:48:26 *.242.47.97

정보의 홍수에서 어떤 정보가 진정 필요한 것인지... 모든 분야의 화두가 되는거 같아요.

구글의 검색 엔진이 정말 죽여주지만... 

 

너무 많은 검색 결과로 인해 어떤 정보를 찾았는지 구분이 안 될때가 더 많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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