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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쇠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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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5월 25일 16시 59분 등록

   4월에서 5월은 나뭇잎들이 연두에서 초록으로 옷을 갈아입는 시기입니다. 몇 년 전에 모든 일을 멈추고 1년 정도 쉬고 있었을 때, 집 위의 옥상에서 소일삼아 텃밭을 일군 적이 있었지요. 그때 저는 난생 처음 하얀색 고추 꽃과 보랏빛 가지 꽃이 피는 것을 보았습니다. 시장에서 모종을 사와 심은 고추나무에 하얀색 꽃이 피는 것도 신기했지만, 꽃이 진 자리에서 고추열매가 자라나는 것도 신기하였지요. “가지만 심어놓으면 님 반찬 걱정 없다”는 옛말이 있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예쁜 보라색 꽃을 피우던 가지나무에 열매가 그렇게 많이 매달릴 줄도 예상치 못한 일이었습니다.

 

   그 봄날, 어린 고추나무의 새하얀 꽃에는 친구들이 찾아왔는데요, 어디서 날아왔는지 모르는 벌들과 하얀색 작은 나비, 그리고 주황색 무당벌레를 보고 놀란 적이 있습니다. 제가 사는 집은 주택가도 아니고 도시의 교통요충지에 있었기 때문인데요, 이 작은 고추나무의 하얀 꽃이 어떤 향기를 피웠기에 벌과 나비가 날아왔을까 하고 생각하며, 생명의 소중함에 대해 놀랐던 적이 있습니다. 텃밭을 일구려면 더운 여름에 물을 주는 수고를 해야 한다는 것을 알기에, 그때 이후에는 텃밭을 일굴 엄두를 내지 못하였습니다.

 

   얼마 전에는 옆집에 살고 있는 올케가 옥상에 심어둔 상추를 뜯어다 주며, 많이 심어두었으니 뜯어다 먹으라고 하였습니다. 해질 녘에 바람 쐬러 올라갔다가 두어 번 상추를 뜯어다 먹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일어나고 말았습니다. 세 번째 상추를 뜯던 날입니다. 상추를 가득 뜯어 절반은 오빠네 집에 가져다주고 절반은 우리 집으로 가져온 뒤에, 물을 가득 담아 들고서 텃밭에 물을 주고 있는 저를 보았습니다. 비록 도시의 옥상이기는 하지만, 연하고 보드라운 상추 잎을 뜯거나 그들이 자라나는 것을 지켜보는 일은 말할 수 없는 평온과 충만함을 주었습니다. 그것은 행복한 느낌이었습니다.

 

   그리하여 어제는 결국 일을 저지르고 말았습니다. 아침 시장에 나가 매운 고추와 오이고추, 가지, 깻잎, 쑥갓, 단호박의 모종을 사들고 들어와 황폐해진 화분을 일구고 심어 두었습니다. 버려진 채 잡초로 무성했던 화분을 일구며 깨달았지요. 열매를 얻으려면 이렇게 땅을 일구고, 물을 주고, 잡초도 뽑아주며 돌보아야 하듯이, 우리의 꿈도 마찬가지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요즘은 틈만 나면 옥상에 올라가 그 녀석들이 얼마나 자랐나 하고 살펴봅니다. 당신의 꿈의 열매를 얻기 위하여 당신은 어떻게 물을 주며 보살피고 있나요? 틈만 나면 옥상으로 내달리는 저처럼, 당신도 틈만 나면 당신의 꿈을 이루기 위하여 당신의 꿈밭에 물을 잘 주고 있나요?

 

   올여름은 폭염과 폭우가 심할 거라고 하는데요. 저는 과연 포기하지 않고 옥상의 텃밭을 잘 일구어 열매를 거둘 수 있을까요? 저의 꿈을 이루기 위하여, 저의 꿈밭에, 포기하지 않고 물주기를 계속하는 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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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5.26 00:21:03 *.227.187.130

풍성한 수확과 주위분들과 나누는 즐거움을 누리시길 바라며, 이  좋은 글을 내마음의 텃밭에 시원하게 물을 뿌려봅니다.  올해에는 쇠북님도 저도 주렁주렁 열매를 거둡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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