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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월 16일 08시 17분 등록

 

< 민진홍씨, 그만 두었으면 합니다.....>

 

   ‘민진홍씨, 그만 두었으면 합니다.’ 청천벽력(靑天霹靂)과 같은 소리였습니다. 제가 그 이야기를 들은 오후, 날이 좀 추워서 그렇지 아주 맑은 하늘이었습니다. 그 하늘에서 갑자기 벼락이 떨어진 것입니다. 저는 너무 당황해서 저의 귀를 의심했습니다. 심층면접 등 정해진 절차를 다 밟고, 공채로 들어온 지 2주 만에 사직권고를 인사팀장님께 들었습니다. 이유는 기업교육을 목적으로 당신을 채용했는데, 경상도의 발음이 너무 안 고쳐진다. 면접 때도 억양이 걸리기는 했었다. 그래도 트레이닝을 시키면 차츰 개선될 줄 알았다. 2주간 계속 지켜보았는데, 우리가 기대한 것보다 너무 개선이 안 된다. 의 이유였습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저도 인정을 했습니다. 입사 후 지난 2주간 직무교육을 받으면서 계속 보컬 트레이닝에 집중했습니다. 경상도의 강한 억양과 말투를 고치기 위해 모나미 볼펜을 최소 5시간 이상씩 침을 질질 흘리면서 교정연습을 했습니다. 물론 서울에서 5년 정도 대학교 때문에 거주하기는 했어도, 기본적으로 수십 년간을 경상도에서 지냈기 때문에 짧은 시간 내에 기본 말투를 고친다는 것이 힘들었습니다. 그래도 2주간의 기간은 너무 짧았습니다. 인사팀장님께 ‘지금 계속 개선중이다. 시간이 차차 지나면서 계속 좋아질 것이다.’라고 좀 더 시간을 더 달라고 간곡히 말씀드렸습니다.

 

   인사팀장님은 단호했습니다. 몇 번의 이야기가 오갔지만 벌써 위에서는 최종 결정을 내리신 것 같았습니다. '일단 보컬이 고쳐진다고 해도 민진홍님의 자유분방함 때문에 회사 생활이 본인도 시간이 지날수록 계속 힘들어질 것입니다.' 팀장님께서 지나가는 말로 언급하셨습니다. 그렇습니다.  이것이 핵심이었습니다.  보컬은 명분에 불과했습니다.  머릿속에 본능적으로 쫘악 스치는 게 있었습니다. 입사한지 일주일도 안되어서 경영지원실의 출근담당자에게 ‘반차’를 써도 되는지 물어보았습니다. 다음 주 월요일에 제가 근 1달 동안 기획하였던 토크쇼가 오후5시에 잡혀져 있었습니다. 이 토크쇼는 책 저자와의 만남으로써 생방송이며, 방송에 관련된 많은 스태프들이 계셔서 저의 개인적인 사정 때문에 방송 시간 자체를 틀어버릴수는 없었습니다. 물론 입사한지 일주일도 되지 않아서 ‘반차’를 쓰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진행하는 토크쇼의 취지도 궁극적으로 ‘세상을 밝게 하는 역할’의 일환으로 회사 설립 취지와 일치하기 때문에 오후 반차 정도는 허용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오히려 방송에 나가 ‘OO 컨설팅’에 근무 한다고 간단한 자기소개도 하기 때문에 대외적인 회사홍보면에서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결론적으로 흔쾌히 수락할 것이라는 것은 다 저만의 착각이었습니다.

 

 

   출근담당자는 인사팀장님께 이러한 사항을 보고 드렸습니다.  인사팀장님은 입사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이러는 것은 아니라면서, 딱 짤라거절하시면서 불쾌한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그 이후, 다음 주 월요일 5시 생방송은 제가 없이 진행이 되었습니다. 원래는 저를 포함 2명이서 책 저자분을 모시고 토크쇼를 진행을 하는 것인데, 급한 데로 담당 PD분께서 저의 자리를 메워주셨습니다. 저는 토크쇼가 끝나기 거의 직전에 와서 다음 달에는 정상적으로 진행한다고 맨끝 30초 정도 간단히 인사드리고 방송을 마무리 지었습니다. 다음날 인사팀장님께서 시큰둥하게 ‘민진홍씨, 어제 방송에 참여하긴 했는가 봐요. 맨 끝에 얼굴 잠깐 보이는 것 같은데.......’ 지나가는 말로 던지시고 가셨습니다. 실제로 그때 회사 퇴근시간인 6시 땡하자마자 인사드리고, 생방송이 진행 중인 스튜디오에 택시를 타고 미친 듯이 갔습니다. 회사에 있을 때는 눈치껏 5시 생방송 내용을 짬짬이 모니터링하면서 피드백을 페이스북에 올렸습니다. 저의 이 모든 행동들이 인사팀장님께는 관찰대상이었고, 눈에 가시였던 것입니다.

 

   특히 페이스북의 역할이 저의 퇴사에 큰 역할을 하였습니다.ㅠㅠ. ‘반차’를 언급하고 나서, 출근담당자분께서 혹시 온라인에서 홈페이지나 카페 활동을 하는 게 있냐고 물어보았습니다. 저는 아무 생각 없이 제가 왕성히 활동하는 페이스북 및 카페를 알려드렸고, 친구 맺기도 하였습니다. 그 이후 몇몇 회사분들의 친구요청이 와서 친구 맺기를 했고, 저도 링크를 따라 들어가서 관심 있으신 분들 친구 요청을 했습니다. 인사팀장님을 비롯한 윗분들은 저의 온라인 활동사항을 보시고, 이 사람은 너무 자유분방하여 회사형 인간은 아니라는 판단을 하신 것 같습니다. 그래서 단호히 칼을 빨리 빼신 것 같습니다. 위의 사항은 사실에 근거한 저의 추측이지 확실한 것은 아닙니다.

 

 

 

   아무튼 금요일 오후, 짐을 다 싸고 입사동기들에게 간단히 인사를 하고 회사문을 나왔습니다. 오후 3시도 안되어서 그런지 강남 거리는 비교적 한산했습니다.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맑았지만 저에게는 샛노랗게 보였습니다.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습니다. 집으로 가기 위해 지하철을 타러 갔는데, 편의점 시급 알바 모집이 눈에 보였습니다. 그 앞에서 갑자기 눈물이 하염없이 쏟아졌습니다. 여러 생각이 지나갔습니다. 이제 제가 하고 싶은 일 할 것이라고 부모님과 다투었던 시간, 기존 회사에서 사표를 쓰고 당당히 나왔던 순간, 지난 8개월간의 반지하 생활과 백수 시절, 2012년 용의 해를 맞아 이제 하고 싶은 일을 하며 당당히 입사도 하고 이제 다시 출발이다!라고 하며 와이프와 애들을 안고 기뻐했던 순간순간들이 주마등(走馬燈)처럼 스쳐 갔습니다. 20~30분가량 강남 한복판 문 열지 않은 2층 술집 계단 앞에서 펑펑 울었습니다. 눈이 새빨갛게 되어서 정신을 좀 차리고 보니 이제는 당장 돌아오는 카드값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저번 주말에 와이프와 함께 근처 아울렛에 가서 근사한 양복 한 벌을 뽑았습니다. 이제 직무교육 마치고 다음 달부터 현장에 나가야 하기 때문에 큰 마음먹고 질렀습니다. 또한 회사 동기들 중에서 제가 제일 나이가 많아서 기분상 퇴근하면서 간단히 술도 몇 잔 쏘았는데 이제 그것도 다음 달 카드값으로 나올 것입니다. 무엇보다 회사 입사 후 이제 눈덩이 처럼 쌓인 빚도 조금씩 갚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가슴이 먹먹해져 왔습니다.

 

 

 

   정신을 차리고, 답답한 마음을 진정시키고자 모든 것을 터놓고 애기하는 제일 친한 친구한테 전화를 걸었습니다. 쪽팔리게 차마 짤렸다고는 말 못하고, 쿨하게 내가 회사 사표를 썼다고 말했습니다. 그 친구는 의아해했습니다. 야 진홍아~ 니가 하고 싶은 일이었잖아, 도대체 이해가 안되네 등등... 간단하게 이야기를 하고 통화를 끊었습니다. 또 눈물이 나서 더 이상 지속하기가 힘들었습니다. 아무튼 부모님과 와이프도 다 모르고 있으니 당분간 집 근처 도서관으로 출근을 해야 되겠습니다. 그리고 아마 이 글을 제일 친한 친구 태현이가 보고 있을 것입니다. “태현아.....회사 사표 쓴 것 거짓말이다. 나 회사 짤렸다.”

 

오늘은 여기까지 쓰겠습니다. 맘을 진정시키고 다음 주에 돌아오겠습니다. 그럼...........

 

사진.PNG

IP *.71.14.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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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16 08:23:40 *.71.14.127

위의 글을 올릴까말까 많이 고민했습니다. 아직 감정이 정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혹시 실수나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도 있었습니다.

 

그냥 아무 생각없이 올립니다.

 

저의 글의 원칙중  "진정성"과 더불어 "적시성"도 중요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p.s.

 

위의 사진은  급히 택시 타고 가서 마지막 30초간 출연했던 동영상 스샷입니다. 페북의 위력이 참 크더군요....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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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16 08:50:47 *.124.162.149

진홍님.

힘차게 응원합니다.


좋은 일만 가득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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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16 09:54:29 *.71.14.127

감사합니다. 몇 일 자고 나니 기분이 훨씬 좋네요...^^"

 

도서관으로 출근.....

 

뭐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네요. 읽을 책 엄청 많아서 당분간 시간가는 줄 모르겠습니다. ㅋ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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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16 10:17:06 *.216.25.172

가슴이 너무 아프다. 

그 회사는 나중에 땅을 치며 후회할 거다. 

차라리 잘 되었다. 

사람의 가능성을 그 사람 고유의 재능으로 평가되어야 할 텐데.

최고의 교육 기관 중 하나라는 곳이

다른 회사와 똑같은 기준으로 사람을 평가하다니.

세상은 넓고, 너의 가치를 증명해줄 일들은 넘치고 있다.

믿는다.


무슨 말이 필요하겠냐.

소주한잔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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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16 10:49:25 *.231.52.2

진홍아

맘이 참 많이 아프다.

누나도 항상 너를 응원하고 있는 거 알지?

너의 밝은 미소를 믿자!

분명 다 잘될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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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16 11:14:10 *.169.188.35

유일씨가 누님이었어요?

너무 젊어보이셔서 몰랐는데.. ^________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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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17 08:51:43 *.231.52.2

진홍이가 나이들어 보이는 건 아닌지...  >___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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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16 11:13:34 *.169.188.35

진홍씨..드릴 말씀이 별로 없군요.

 

어제 교회에서 목사님께 들은 말씀의 키워드가 "성장통"이었는데

나는 어떤 성장통을 앓고 있는지를 묻는 하루였는데

진홍씨는 성장통을 제대로 앓고 있군요.

 

그렇게 아파본적이 별로 없어서 그 마음 다 이해는 못하겠지만

응원을 해드리겠습니다.

 

시간 나실때 같은 성남시민이니 한번 오세요.

제가 서현동에서 근무하고 있으니 멀지는 않을거에요.

 

밥한끼 사드릴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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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16 17:46:40 *.136.174.233

진홍오빠 내 마음이 먹먹해지네요.

언제고 또 밝은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을 알고 있어요.

항상 응원하고 있어요~

 

 -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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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16 21:37:28 *.143.156.74

진홍씨, 이런 이야기 알아요?

 

다윗 왕이 세공사에게 이런 명령을 내리셨어. 아주 교만할 때에도 지혜가 되고 아주 절망할 때도 힘이 되는 말을 반지에 새기라고 말이야. 큰 고민에 빠진 그가 솔로몬 왕자에게 지혜를 구했지. 그러자 솔로몬 왕자가 그러셨다지. "이 말을 넣어요. 이것 또한 곧 지나가리라."(Soon it shall also come to pass.)

 
이 또한 지나갑니다.
기운내세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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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18 04:51:42 *.44.190.25

진홍님 힘내시길! 저도 마음 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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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19 01:36:27 *.152.83.92

그 인터뷰가 이거였구나...

그대의 꿈이 만들어지는 과정이었다 생각했는데 또 난관이 기다리고 있구나.

마음이 많이 아프다.

차라리 가지 않았다면 하는 마음이 땅을 치고 가슴을 때리게 한다.

괜시리 미안하기만 하고...

 

여우숲에서 긴 얘기 함께 나누면서 더 높은 꿈과 미래를 만들어가길 바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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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19 02:23:27 *.152.83.92

선생님의 글 중에서 그대를 묘사한 글이 있어요.

 

"영웅의 여정을 마치고 다시 귀환할 때, 진정한 화해가 이루어지리라. 가출이 아닌 떠남, 이것이 존재의 시작이다.

우리는 리더다.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위대한 리더는 삶으로 보여주는 사람이다. 삶이 위대해야 존재가 위대하고, 존재가 위대해야 가장 큰 것을 선물할 수 있기"

 

에 그 모습을 감동으로 기억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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