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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 Gana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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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4월 11일 02시 19분 등록

어느날부터 아이는 수평의 탐험을 지나 수직의 탐험을 시작했습니다. 서서 걸음마를 시작한지가 얼마 되지 않았건만 의자, 책상, 화장대를 가리지 않고 올라가기 시작합니다. 높이가 부족하면 부엌의 반창통을 가지고 와서는 까치발을 하고 올라섭니다. 기특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불안하여 자리를 떠나지 않습니다. 


그 아이가 요즘 저와 마주앉으면 저를 때립니다. 손으로 때리다 어느새 제 무릎을 깨물고 있습니다.  달래도 보고 엄포도 놓아보고 같이 물어 보아도 멈추지를 않습니다. 이 아이가 지금의 삶인듯 합니다. 어떻게 해야 덜 아플지 모르겠습니다. 


2009년 이른 여름 서점에서 사부님의 책을 우연히 읽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찾아간 꿈벗 소풍... 거기서 가슴 뛰는 꿈을 꾸게 되었습니다. 


문제는 그 때부터 일상에 분노하고 슬퍼하며 무기력해지고 부끄럽고 두려운 날들이 많아졌습니다. 반짝반짝 빛나던 나를 찾아보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 빛나는 마법의 시간은 멀어져 가는 것 같았습니다. 뒷걸음질치며 자신을 잃어가는 시간... 이유를 알 수 없었습니다.  '중년'이라는 시간이 오고 있음을 미처 알아차리지 못 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아팠습니다. 


'몰입하지 못 하면 바보라 불려야 한다. 그것은 마치 다녀온 곳이 어딘지도 모르는 여행자와 같다. 보지도, 듣지도, 느끼지도 못하고 되돌아 온다면, 살지 않은 삶과 같다. 여행은 어딘가를 찾아 해매는 것이다. 도착한 그곳의 속으로 깊이 들어가 보는 것이다. 새로운 것 속에 또 그 일을 하며 살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는 것이다. 고기를 보고 싶으면 물속으로 들어가라. 말을 타고 싶으면 말들이 있는 곳으로 가라. 깊고 자세함 속에 디테일이 있다. 디테일 속에 비로소 고유한 삶이 담길 수 있다. 디테일이 결여되어 있을 때, 우리는 그저 비슷비슷한 삶을 살았을 뿐이다. 그것은 자신의 삶이 아니다. 깊이, 자신의 뱃속으로 침잠하여 들어가야 한다. 


우리는 그저 청중이나 관객으로 객석에 앉아 있을 수도 있다. 다른 사람이 주인공인 음악회나 축구 경기를 보고 있을 수도 있다. 그들의 삶을 구경하는 증인이 될 수도 있지만, 자신은 한번도 주인공이 된 적이 없다면 슬픈 일이다. 인류를 위한 한순간의 빛조차 된 적이 없다면,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무엇인가? 어떤 사람이 삶의 길을 걸어오다가 '나'에게 이르러, 눈을 크게 뜨고 잠시 매료되는 순간을 만들어 낼 수 없다면 '나'는 이 세상에서 무엇이었던 것인가? 미치지 못하고 세상을 산다는 것은 미친 짓이다.'  (구본형, '낯선 곳에서의 아침' 중에서)


사부님의 추모제가 열리는 그 시간에 저는 여행을 떠나려고 합니다. 고기를 보고 싶어 물속으로 갑니다. 말을 타고 싶어 말들이 있는 곳을 갑니다. 다녀와서는 아이가 저를 때릴려고 하면 먼저 안아주려고 합니다. 가득 안고 있으면 미처 때릴 틈이 없을 것 같습니다. 


2015년 봄... 사부님도 즐거운 여행이 계속 되시길 바랍니다. 


(추신)


오늘 라디오에서 들은 애기를 들려 드릴까요? 작년에 입은 옷을 올해 새옷처럼 만드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참새 한마리를 불러서 작년 봄옷을 입혀서 남는 부분을 잘라 내면 새옷이 된답니다. ㅋㅋㅋ


좀 우스셨나요?  (^^;;;)

IP *.253.17.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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