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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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
- 윤 홍조 -
상처,
너는 모든 길을 만들지
세상에 없는 길을 만들기도 하지
조팝나무가 남기고 간 꽃길처럼
저 깊고 환한
찾아보니 2008년 12월 12일이다. 마음편지를 통해 사부는 나의 매력을 이렇게 표현해주었다.
'내가 보기에 정말 그의 매력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얼굴에 가끔 떠도는 구름 같은 허무와 슬픔의 흔적입니다. 나만 그렇게 본 것인지 모릅니다. 그러나 푸르고 맑은 하늘에 떠 있는 흰구름이 하늘의 청명함을 가리는 대신 그 맑음을 더 해주듯, 그 영혼의 구름이 그를 더 매력적으로 만듭니다.'
한번도 그런 내색을 안 했지만 사부는 나의 내면의 공허와 슬픔을 알고 있었다. 사부는 구름 같은 허무와 슬픔이야말로 내가 아프고 힘든 사람에게 따뜻함을 품고 다가갈 수 있는 통로가 되어주었다고 말했다. 나의 상처가 다른 사람의 상처를 아물게 할 수 있는 힘이 되어준 것이라 본 것이다. 나는 깊이 공감했다.
사부가 떠났다. 사부를 안지 지난 8년의 시간보다 4/13일 전후로부터 지금까지 사부를 생각해 온 시간이 어쩌면 더 많을 지도 모른다. 사부는 어떻게 평범한 직장인에서 비범한 영웅으로 도약했을까? 사부는 어떻게 깊은 인생을 살 수 있었을까? 어떻게 한 사람 한 사람을 헤아리고 그 모습 그대로 품어줄 수 있었을까? 여러가지 생각을 하다가 병원에서 마지막 본 사부의 눈망울이 떠올랐다. 너무 슬픈 눈이었다. 돌아보면 내 얼굴의 그늘만큼 사부의 눈에서 까닭모를 슬픔을 느낄 때가 있었던 것도 같다. 그러고보니 사부의 깊은 슬픔이야말로 사부의 깊은 인생을 만든 원동력이 아니었을까?
그래서 사부야말로 상처에서 진주를 만든 진정한 '상처입은 치유자wonded healer'가 아닐까 싶다. 시인 복 효근은 잘 익은 상처에는 꽃 향기가 난다고 하지 않았던가! 사부에게서는 꽃 향기가 난다. 예전에도 그리고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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