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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3일 08시 54분 등록

 

구 본형, 시처럼 살다

 

나를 다 쓴 삶을 사는 것,

삶을 시처럼 사는 것,

내 삶을 최고의 예술로 만드는 것,

그것이 자기 경영의 목적이다.

 

 

2013년 4월 13일, 구 본형 선생님의 몸은 우리 곁을 떠나셨다. 그러나 선생님은 떠남으로써 우리와 더 깊이 연결되고 있다. 한 편의 시처럼 밀도 있게 살다간 그 생애와 정신이 우리에게 더 큰 울림을 주며 가슴 속에 살아있기 때문이다. ‘사람은 죽어도 죽지 않아. 오직 마음에서 잊을 때 죽게 되지.’라고 마지막 책 <그리스인 이야기>에서 남겨놓지 않으셨던가. 선생님은 ‘변화경영의 시인’이라는 이름으로 죽고 싶다고 하셨다. “나는 ‘변화경영의 시인’이라는 이름으로 죽고 싶다. 나이가 들어 시를 쓰기는 어려울 것이다. 시는 젊음의 그 반짝임과 도약이 필요한 것이므로 평화를 지향하는 노년은 아마도 그 빛나는 활공과 창조성을 따라가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시처럼 살 수는 있을 것이다. 시처럼 아름답게 살 수는 있지 않겠는가. 자연과 더 많이 어울리고, 젊은이들과 더 많이 웃고 떠들고, 소유하되 집착이 없는 자유로운 행보가 가능할 것이다. 내가 왜 시인이 되고 싶은 지는 잘 모른다. 그저 시적인 삶, 묶인 곳 없이 봄날의 미풍처럼 이리저리 흩날려도 사람들을 조금 들뜨게 하고 새로운 인생의 기쁨으로 다시 시작하게 하는 그런 삶에 대한 그리움 같은 것이리라.” 시인이 존재의 본질을 추구하고 핵심을 표현하는 것이라면 선생님은 분명 시인이다. 아니 선생님의 삶 자체가 시이다. 삶의 본질을 추구하고 그 핵심을 삶을 통해 드러낸 것이야말로 한편의 시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시를 썼기 때문에 시인이 아니라 시로 살았기 때문에 시인이다.

 

 

 

선생님이 추구하셨던 ‘시처럼 산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일까? 그것은 흥분과 떨림을 간직하는 삶이고, 삶에 감탄하며 살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기에 시처럼 사는 사람은 매일 다른 하루를 살 수 있으며 일상 자체에서 몰입과 황홀을 경험할 수 있다. 시인에게 어찌 사소한 하루가 있겠는가. 그것은 꼭 매일 새로운 일이 벌어져서가 아니라 익숙함 속에서도 새로움을 보는 눈을 가졌고, 일상의 풍경에서도 감탄할 줄 아는 가슴을 지녔기 때문이다. 2012년 4월 마음편지에 이런 구절이 있다. ‘시는 몰입이며 황홀이다. 그 감수성으로 지금에 심취한다. 지금의 냄새를 고요히 흠향한다. 밤이 되어 헤어져야하는 연인처럼 지금이라는 치맛자락이 하늘대며 사라지는 것을 슬퍼한다. 필멸의 현재에게 영광을 돌린다. 까르페 디엠 Carpe Diem. 과거는 지나갔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으며, 오직 지금만이 선물이다.’

 

 

 

시처럼 산다는 것의 또 다른 의미는 꽃 피는 삶을 의미한다. 선생님께 삶이란 타오르는 것이고 피어나는 것이다. 그리고 겨우내 준비해서 봄에 만개하는 꽃처럼 삶의 피어남을 위해 자신을 갈고 닦아야 함을 늘 이야기 하였다. 2011년 5월 마음편지에는 이런 글이 있다. “삶은 끝까지 살아남은 사람을 위한 것입니다. 겨울이 막아두었던 꼭 막힌 통로로 봄의 에너지가 폭발하듯 피어오른 것이 바로 꽃입니다. 나무의 발분, 그것이 바로 꽃이니 삶의 꽃이 피어날 때, 그 삶은 시가 됩니다.”

 

 

우리들은 오늘 두 번째 추모모임을 하며 선생님에 대한 마음을 시로 담아 작은 소책자로 만들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그 사람이 좋아하는 것을 드리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헌화가에서 노인이 절벽의 꽃을 꺾어 수로부인에게 바쳤던 그 마음으로 선생님의 영전 앞에 붉은 꽃과 같은 시 묶음을 올린다. 오늘 이 자리는 선생님의 떠남을 슬퍼하면서 동시에 선생님과 새롭게 만나는 재회의 시간이리라. 그리고 우리는 선생님을 따라 ‘시처럼 살 것이다’는 마음을 다질 것이다. “선생님! 사랑합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붉은 꽃빛 바윗가에

암소 고삐 놓아두고

나를 부끄럽다 아니하시면

꽃을 꺾어 바치오리다

- 헌화가, '삼국유사' 중에서

 

2013년 5월 3일 시와 함께 하는 두 번째 추모의 밤 준비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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