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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 한 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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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4월 17일 10시 35분 등록
 

추도사


봄마다 그대가 사무칠 꺼야

그대가 꽃이니까

있는 힘을 다 해 자신을 밀어 올린 자만이

꽃이 될 수 있지


누구보다도 먼저 그대는 알고 있었어

꽃은 피었다 지고, 사람은 떠나기 마련이며

시시각각 지나가는 것이기에

삶이 이토록 아름답다는 것을!


그래서 그대, 단 한 순간도 놓치고 싶어 하지 않았지

토끼풀로 화관을 만들어 머리에 쓰고

주르륵 신발을 장대에 꿰어 해변을 걷고

시를 외우고 여행을 다니고 춤을 추었어


세상의 인기는 허망한 노릇이지만

나를 직접 아는 사람들의 선망은 갈수록 풍요롭다는

그대의 생각은 절대 옳았어

사람 마음에 뿌리는 씨앗이 가장 고운 꽃을 피우고

어제보다 아름다워지려는 사람을 돕는 일이 지상 최대의 축복이네


병석의 그대를 응원하려고

정화는 꽃단장을 하고 왔고

이준이는 양모자를 쓰고 왔고

좌샘은 여행지에서 주워 온 연금술사의 돌을 쥐어 드렸지

승오는 아내와 함께 노래를 부르고 도명수는 춤을 추었어

그대는 마법사로군

어찌 이리 많은 이들 가슴에 올올이 들어 가 앉았나

어찌 저마다 사랑받았다고 여기게 만들었나


마침내 병석에 누운 그대 두 손을 치켜 올려 환호하네

너무 아름다워요! 너무 좋아요!

너무나 이른 작별, 입관식을 보았어도 믿기지가 않지만

그래서 성공이야! 합격이야! 진짜야!

사람을 남기고 시처럼 살다 간 그대, 깊은 인생


저기 좀 보아!

제자들이 두둥실 민들레 꽃씨를 타고 날아 오르네

그대가 보여준 좋은 삶 세상 끝까지 전하러 가네

다시는 걷지도 못하게

사람 발목을 꽁꽁 묶어 옭아매어 놓았지만

우리 싸부 사슴같은 눈동자, 우리와 함께 못 가는 곳 없으리


봄마다 그대가 사무칠 꺼야

봄꽃마다 아롱질 고운 생애 내 선생님

부디 편히 가시라

그대로 해서 세상이 이토록 아름다우니.



2013년 4월 16일, 연구원 모두의 마음을 담아 한명석 드립니다.

IP *.108.98.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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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17 13:26:50 *.247.149.205

지난 일요일 사부님의 두 손 번쩍 든 모습이 자꾸 떠오릅니다. 끝까지 삶을 축제로 만드셨네요.

 

어느 날엔가, 종윤형과 함께 강둑에 앉아 있다가 이런 말씀을 하셨대요.

아마 그 날 햇살이 참 좋았던 모양이에요.

"아~~ 죽고 싶지 않다~~~" 하고 말입니다.

 

이말 한 마디와 손을 번쩍 든 그 모습을 번갈아 견주어 보면, 마음이 너무 아프면서도

한편으론 아 그래도 참 행복하게 살다 가셨구나, 아픔이 그나마 좀 가십니다.

 

정말, 스승은 영원까지 영향을 미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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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17 13:50:47 *.64.236.170

너무나 멋진 시입니다....

감동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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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17 16:07:01 *.216.38.13

한선생님. 고맙습니다.

 

천국으로 가시는 길을, 밝게 비추어 주어서 

분명히 씩- 하고 웃으시며 그러셨을거에요.

 

'한선생 글, 참 좋았어!" 

 

"너무 아름다워요! 너무 좋아요!

너무나 이른 작별, 입관식을 보았어도 믿기지가 않지만 (...)

사람을 남기고 시처럼 살다 간 그대, 깊은 인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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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17 17:39:20 *.9.188.107

있는 힘을 다 해 자신을 밀어 올린 자만이

꽃이 될 수 있지..

 

 선생님 이 부분에서 왈칵 합니다.

사부님도..한선생님도 보고 싶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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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17 17:44:52 *.199.164.233

세상에...코 끝이 찡해질 새도 없이, 그냥 눈물이 주루룩 흐릅니다.

이제야 가슴이, 목이, 콧구멍이, 눈이 아리고 머리끝이 쭈뼛쭈뼛 서네요..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는 2007년 겨울에 알게 되었습니다.

그 때 저는 지독히도 아팠고 외로웠습니다.

누군가 옆에 없어서가 아니었어요.

내 안에 내가 없어서, 그래서 아프고 슬펐습니다.


이 곳에 들어올 때 저는 

new heart 42 라고 입력합니다.

새로운 심장(마음) 나리.


그 때의 저는 간절히 원했던 것 같습니다. 

새로운 마음이기를, 새로운 나이기를 말입니다. 


저는 오늘도 new heart 42를 입력했습니다.

이 곳에 올 때마다 새로운 내가 되는 것이지요.


이 곳은 그런 곳입니다.

정말이지 그런 곳입니다.


구본형 선생님이 남기신 새로운 마음들이 얼마나 많을까요?

새로운 마음들이 모여 날마다 늘 더욱 아름다워지기를.

진심으로 기도합니다.


선생님, 너무나 그립고 감사합니다.

하늘나라에서 꼭 만나요 우리.


나리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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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17 23:02:51 *.176.238.205

추도사를 망치지 않기 위해 울지 않으시려고 어금니 꽉 깨물고 읽어 내시던 한선생님의 모습 기억합니다.


손으로 알알이 쓰신 그 글이 얼마나 아름답던지요. 


비슷하게 저희도 이제 앙다물고 다부지게 사부님의 궤적을 따라야겠습니다. 힘 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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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18 01:26:29 *.108.98.232

참, 이렇게 비현실적인 일이 또 있을까요?

아직도 도무지 믿기지가 않네요.

 

저는 7일 병문안에서, 선생님께서 누우신 채로 두 팔로 덩실덩실 춤추는 것은 뵈었어도

"너무 아름다워요, 너무 좋아요"하셨다는 것은

박경숙연구원의 페북에서 보았습니다.

춤 추신 것으로 충분히 선생님 마음은 느꼈지만, 그래도 직접 들었으면 더 좋았겠다 싶을 정도로

감동적인 장면이네요.

 

'사람을 남기고 시처럼 살다 간'은 밴드에 올린 9기 서은경연구원 표현이고,

'우리 싸부'는 역시 밴드의 좌샘 표현임을 일러 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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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18 01:42:29 *.142.47.62

   글이 무척 아름 답습니다.  한선생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져요.

사부님 참 좋아하셨을 것 같습니다. 한 선생님이 계셔서 사부님은  참 든든하실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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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18 23:48:13 *.128.58.101

추도식에선 흐느낌 소리에 묻혀 절반도 알아듣지 못했는데...

참 아름다운 시네요

 

사부님의 마지막 수업 동영상을 보고 

시를 읽다보니 또 눈시울이...

 

한선배님 고맙습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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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19 09:16:32 *.203.33.34

세수를 하다가 밥을 먹다가 길을 가다가 불쑥 불쑥 구선생님이 나타나시면 순식간에 공기가 달라집니다.

제대로 보내드리지 못함에 아마도 오랜시간 이렇게 지내야 할 것같습니다...

아직은 그렇게 붙잡고 있으려나 봅니다.....

따뜻한 추도사 읽고 갑니다.

-이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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