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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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도사
봄마다 그대가 사무칠 꺼야
그대가 꽃이니까
있는 힘을 다 해 자신을 밀어 올린 자만이
꽃이 될 수 있지
누구보다도 먼저 그대는 알고 있었어
꽃은 피었다 지고, 사람은 떠나기 마련이며
시시각각 지나가는 것이기에
삶이 이토록 아름답다는 것을!
그래서 그대, 단 한 순간도 놓치고 싶어 하지 않았지
토끼풀로 화관을 만들어 머리에 쓰고
주르륵 신발을 장대에 꿰어 해변을 걷고
시를 외우고 여행을 다니고 춤을 추었어
세상의 인기는 허망한 노릇이지만
나를 직접 아는 사람들의 선망은 갈수록 풍요롭다는
그대의 생각은 절대 옳았어
사람 마음에 뿌리는 씨앗이 가장 고운 꽃을 피우고
어제보다 아름다워지려는 사람을 돕는 일이 지상 최대의 축복이네
병석의 그대를 응원하려고
정화는 꽃단장을 하고 왔고
이준이는 양모자를 쓰고 왔고
좌샘은 여행지에서 주워 온 연금술사의 돌을 쥐어 드렸지
승오는 아내와 함께 노래를 부르고 도명수는 춤을 추었어
그대는 마법사로군
어찌 이리 많은 이들 가슴에 올올이 들어 가 앉았나
어찌 저마다 사랑받았다고 여기게 만들었나
마침내 병석에 누운 그대 두 손을 치켜 올려 환호하네
너무 아름다워요! 너무 좋아요!
너무나 이른 작별, 입관식을 보았어도 믿기지가 않지만
그래서 성공이야! 합격이야! 진짜야!
사람을 남기고 시처럼 살다 간 그대, 깊은 인생
저기 좀 보아!
제자들이 두둥실 민들레 꽃씨를 타고 날아 오르네
그대가 보여준 좋은 삶 세상 끝까지 전하러 가네
다시는 걷지도 못하게
사람 발목을 꽁꽁 묶어 옭아매어 놓았지만
우리 싸부 사슴같은 눈동자, 우리와 함께 못 가는 곳 없으리
봄마다 그대가 사무칠 꺼야
봄꽃마다 아롱질 고운 생애 내 선생님
부디 편히 가시라
그대로 해서 세상이 이토록 아름다우니.
2013년 4월 16일, 연구원 모두의 마음을 담아 한명석 드립니다.
세상에...코 끝이 찡해질 새도 없이, 그냥 눈물이 주루룩 흐릅니다.
이제야 가슴이, 목이, 콧구멍이, 눈이 아리고 머리끝이 쭈뼛쭈뼛 서네요..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는 2007년 겨울에 알게 되었습니다.
그 때 저는 지독히도 아팠고 외로웠습니다.
누군가 옆에 없어서가 아니었어요.
내 안에 내가 없어서, 그래서 아프고 슬펐습니다.
이 곳에 들어올 때 저는
new heart 42 라고 입력합니다.
새로운 심장(마음) 나리.
그 때의 저는 간절히 원했던 것 같습니다.
새로운 마음이기를, 새로운 나이기를 말입니다.
저는 오늘도 new heart 42를 입력했습니다.
이 곳에 올 때마다 새로운 내가 되는 것이지요.
이 곳은 그런 곳입니다.
정말이지 그런 곳입니다.
구본형 선생님이 남기신 새로운 마음들이 얼마나 많을까요?
새로운 마음들이 모여 날마다 늘 더욱 아름다워지기를.
진심으로 기도합니다.
선생님, 너무나 그립고 감사합니다.
하늘나라에서 꼭 만나요 우리.
나리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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