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명석
- 조회 수 3053
- 댓글 수 1
- 추천 수 0
선생님을 가까이 뵌 지 7년, 나는 붙임성이 없어 주변에서 빙빙 도는 제자였다.
둘이 찍은 사진도 없고, 단 둘이 나눈 대화도 거의 없다.
(2006년, 2기 연구원이 신안군 증도로 여행갔던 장면,
어디서 장대를 하나 주워오셔서는 우리들 신발을 죽 매달아 어깨에 걸치고 걸으신다.
이런 식으로 아무 것도 아닌 것들을 모아 놀이로, 축제로 만들어 놓던 선생님은 진정한 쾌락주의자였다.
순간이여, 멈춰라! 찰라를 향유하는 일상예찬가였다.)
나는 내 스타일대로 먼 발치에서 바라보고, 분석하고, 회의가 있을 때면 본론만 마치고 뒤풀이 한 번을 안 가는
실로 멋대가리 없는 제자 노릇을 계속하였지만,
그러나 그런 내게도 그는 '진짜'였다. 합격이었다.
수줍고 내성적인 기질에서 발달시켰을 공감능력으로
그는 모든 사람을 개별적으로, 있는 그대로 바라 봐 주었다.
꼭 필요할 때 한 마디씩 건넨 말이 씨앗으로 박혀, 그 사람의 삶을 뒤집어버리는 큰나무로 자라곤 하였다.
슬픔에도 자격이 있다면
가만히 바라 봐 준 눈길 하나,
할 말 꾹꾹 눌러 담은 댓글 하나,
무엇보다도 몸으로 보여주신 좋은 삶을 서둘러 따라가던 발걸음은 나의 것이니,
아직도 믿기지 않는 기막힌 사실 앞에 눈물이 흘러 넘칠 뿐,
부디 편히 잠드세요. 선생님.
이제 봄마다 사무칠 이름 하나 품었으니
봄꽃마다 아롱질 고운 생애 내 선생님,
그대의 뜻 민들레 꽃씨처럼 퍼져 온 세상을 덮으리다.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44 | 삶을 노래한다는 것 | 최우성 | 2014.05.16 | 3592 |
43 | 당신을 본적은 없지만 느낍니다. | 조용한 신화 | 2014.11.20 | 3428 |
42 | 벚꽃이 터져 납니다 사부~ | 형산 | 2015.04.02 | 3384 |
41 | 늘 답장 주시던 구본형 선생님 [1] | 심우당 | 2015.04.09 | 3958 |
40 | 2015년 봄, 사부님에게 | Ganadi | 2015.04.11 | 3211 |
39 | 남미에서 | 문요한 | 2015.04.12 | 3496 |
38 | 스승님을 기억하는 글들(추모제에서 모은 글귀) | 달리는 정화 | 2015.04.12 | 4537 |
37 | 나현이의 구본형 선생님께 드리는 편지 [2] | 재키제동 | 2015.04.12 | 4747 |
36 | 당신이 그립습니다(2015년 추모제에서) | 타오 한정화 | 2015.04.13 | 3872 |
35 | 사부님께 | 옹박 | 2015.04.13 | 3595 |
34 | 2년 전 오늘 | 양갱 | 2015.04.13 | 4341 |
33 | 형님. | 국민배우 | 2017.09.21 | 2638 |
32 | 그리운 스승님 [1] | 정야 | 2018.02.12 | 2163 |
31 | [스승님과의 추억] 저녁 저술 모임 [2] | 정야 | 2018.04.09 | 2145 |
30 | [스승님과의 추억]가을밤 | 정야 | 2018.04.11 | 1695 |
29 | [스승님과의 추억] 스승님과 작은딸 | 정야 | 2018.04.12 | 2199 |
28 | [스승님과의 추억] 계곡의 이른 봄 | 정야 | 2018.04.14 | 1819 |
27 | [스승님과의 추억] 세렌티피티 | 정야 | 2018.04.22 | 2560 |
26 | 구본형 소장님 왜 이제야 제 앞에 오셨나요.. [2] | jimi | 2018.08.27 | 3803 |
25 | 선생님의 독자입니다 | vibari | 2019.11.30 | 17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