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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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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2014년 3월 11일 11시 08분 등록

오월

- 김영랑

 

들길은 마을에 들자 붉어지고 
마을 골목은 들로 내려서자 
푸르러졌다 

바람은 넘실, 千이랑 萬이랑 
이랑이랑 햇빛이 갈라지고 
보리도 허리통이 부끄럽게 
드러났다 

꾀꼬리는 여태 혼자 
날아볼줄 모르나니 
암컷이라 쫒길 뿐
수놈이라 쫒을 뿐 
황금빛 난 길이 어지러울 뿐 

얕은 단장하고 아양 가득차 있는
산봉우리야 오늘밤 너 어디로 가버리련?


얼마전 '암컷이라 쫒길 분, 수놈이라 쫒을 뿐'이란 구절 때문에 시를 찾다가 이걸 찾았습니다. 기억은 가물거려서 전 이 녀석들이 사슴인 줄 알았는데, 꾀꼬리네요. 시간이 지나면 선생님과의 기억도 디테일들은 사리지고 느낌만 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다가 언젠가는 다른 것들과 섞여서 뒤죽박죽이 되겠지요.


봄날에 햇볕 좋을 때... 선생님과 함게 흙길을 밝으며 경치 좋은 곳, 물소리 나는 곳을 찾아가서 놀고 이야기를 나누곤 했는데, 또 봄이라서 선생님이 생각납니다. 강원도의 어느 곳인가를 찾아가는 길목에서 감자를 심겠다고 밭을 곱게 갈아놓은 것을 흙을 밟겠다고 들어가서 뛰어다녔었는데. 그렇게 돌아다니다가 또 다가서서는 옆에서 걷다가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릴락 말락할 만큼 2~3미터 떨어져서 선생님과 제자들이 이야기를 하는 것을 듣는 것도 좋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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