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커뮤니티

자유

주제와

  • 명석
  • 조회 수 2171
  • 댓글 수 0
  • 추천 수 0
2013년 1월 18일 23시 01분 등록

수강생 중에 한 사람이 20년 넘게 다닌 회사에서 하루 전에 통고를 받고 해고되었다. 조직생활을 해 보지 않은 나는 심란한 소문으로만 듣다가 많이 놀랐다. 구조조정이나 정리해고같은 말이 흔해진 세상이지만, 세상에 하루 전이라니, 그 살벌하고 무자비한 처사가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 같아 새삼 가슴이 내려앉았다. 그는 48세이다. 안그래도 2년 뒤에는 자발적으로 그만 두려고 했다며 담담한 모습이지만, 뼛속까지 직장인이다가 출근을 안하니 너무 어색하더라며 쓸쓸한 미소를 짓는데는 정말이지 남의 일 같지가 않았다.  길어진 수명으로 따지면 겨우 절반 넘어 선 나이에 직장 밖으로 내 몰렸을 수많은 사람들의 삶이 걱정되고, 그들의 존재가 우리 사회에 가져 올 여파에 대해서는 두려운 생각마저 들었다.


나는 그에게 책을 쓰라고 권했다. 다시 조직으로 돌아가는 것은 그다지 승산이 없을뿐더러 바람직해 보이지도 않기 때문이다. 회사 형편에 내 운명을 맡기는 것은 지난 세월로 족하고, 이제 스스로 가치를 생산하는 사람만이 자존감을 지키며 살아갈 수 있을 터였다. 책을 씀으로써 스스로 경력을 증명하면, 새로운 기회가 생긴다. 책이 많이 팔려서 인세로 살아가기는 쉽지 않지만, 저자로서 강의를 할 수 있는 기회는 대폭 늘어나는 것이다. 여기에 개별 코칭을 더하면 안정선에 들어간다. (나는 여기에서 코칭을 도제식 소그룹 지도 혹은 개별조언의 의미로 사용했다. 강의에 비해 소규모 특별지도인 만큼 단가가 세진다^^) ‘저술, 강의, 코칭’ 이 세가지가 48세 퇴직시대를 살아가는 비책이라고 나는 굳게 믿는다.


나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지 일반인의 책쓰기가 붐이다. 각종 매체에서 글쓰기에 관한 기사를 다루고, 글쓰기 방법론에 대한 책이 잘 나간다는 소문이더니  이제는 책쓰기에 대한 책이 대거 쏟아지고 있다. 평소에 ‘전국민의 저자화’를 소망해 온 나로서는 아주 반가운 일이다. 책을 쓴다는 것은 나의 언어로 나의 경험을 기술하는 일이라, 주도성을 가지고 생을 만들어갈 수 있다는 라이센스다. 여기에 브랜딩이나 경력증명의 위력까지 더해지니 천하무적이다. 실제로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책을 쓰고 싶어 한다.

 

 

나는  30대, 40대, 50대 그룹의 책쓰기를 지도해 본 적이 있어서 그 열풍을 조금은 알고 있다. 제일 먼저 접한 것은 40대 그룹이었다. 여자 7명으로 이루어진 팀이었는데 저마다 기질과 경력은 달라도 글쓰기를 통해 자기실현을 하고자 하는 열의가 얼마나 뜨거운지 옆에 있는 내가 데일 지경이었다. 글쓰기 솜씨도 고르고, ‘마흔’이라는 키워드가 유효해서 이 팀의 작업은 순조로웠다. 공저를 해 보자는 아이디어 이후  공저-“마흔, 시간은 갈수록 내 편이다”가 출간되기까지 딱 8개월이 걸렸으니 그야말로 최고의 모범사례라 하겠다. 


그 다음에는 30대와 50대 그룹을 동시에 묶게 되었다.  30대 팀은 5명인데 여자가 한 명이고 50대 팀은 전원 여자였다. 6개월간 준비해서 출판사에 기획안을 보낸 결과 30대 팀은 반응이 좋아서 지금 협상 중이고, 50대 팀은 기회를 얻지 못했다.  50대 팀의 컨셉이나 원고가 다른 팀보다 부족한 것 같지는 않다. 편집자나 주요 독자층의 연령이 3,40대로 집결되다 보니 우선순위가 낮아져, 사회적인 관심의 배분에서 밀렸달까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분위기는  조금씩  달라서 30대가 새로운 경력개발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40대가 주도적인 2막의 개척에 목말라 있었다면, 50대는  오래 품어 온 글쓰기에의  꿈을 가시화시키고 싶어했다.  직업은 또 어찌나 다양한지 주부, 교사, 회사원(중소기업, 공기업, 대기업^^), 공무원, 약사, 프로그래머 등 우리 사회의 모든 직종을 망라한 것 같았다. 여기에 앞서 말한 수강생처럼 새로운 판을 짜야 하는 사람까지 포함한다면, 이제 책쓰기라는 뜨거운 감자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아 보인다.

 

그렇다면 어떻게 책을 쓸 것인가,  우리는 심각하게 이 질문에 봉착하게 된다. 시중에 나와있는 책쓰기 책은 거의가 비슷비슷하다. 독자의 니즈 분석이니, 차별화된 컨셉과 출간기획안 같은 내용이 그렇다.  하지만 한 두 권 책을 써 본 사람이라면 몰라도 첫 책 쓰기에 도전하는 사람은 그런 내용만 갖고는 책을 쓰기가 어렵다. 내가 그랬고, 지난 3년간 강좌를 하며 만난 수강생들이 그랬다. 첫 책은 다르다. 첫 책 쓰기에 도전하는 사람들은 독자의 니즈 분석 이전에 걸려 넘어지는 문제가 너무 많다.


 

과연 내가 책을 쓸 수 있을까?

책을 쓰려면 얼마나 글을 잘 써야 하는 거지?

긴 글을 쓰기가 힘들어

주제를 잡기가 너무 어려워

도대체 컨셉이 뭐지?

이 글이 책으로 낼만한 수준인가?

어떤 책을 얼마나 읽어야 저자가 될 수 있는가?

누가 이렇게 개인적인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겠어?

내가 쓰고 싶은 책을 쓰는 게 맞는지, 아니면 독자가 읽어줄만한 책을 찾아야 하는지?

 

초고를 완성할 수 있는 뚝심과 실행력을 포함해서, 내가 파악한 문제들은 이렇게 섬세한 것들이다. 수많은 책쓰기 책에서 말해주고 있는 도구적인 프로세스를 기본으로 하되, 이렇게  디테일한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책을 쓸 수 없다. 나는 책쓰기책을 몇 권씩 읽고도 책을 쓰지 못하는 사람들을 도와 주고 싶다. 기존의 책들이 책쓰기의 형식적인 외연을 다룬다면, 나는 책쓰기에 내포된 수면 이하의 문제를 해결해 주고 싶다. 아주 섬세하고 미묘하지만 그것이 해결되지 못하면 그 어떤 프로세스도 필요없게 만드는 문제들.


 

동시에 나는 ‘책쓰기 페이스메이커’가 되고 싶다.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이 머리로 이해해서 이루어지는 일은 없다. 머리로 이해한 것이 가슴을 달구어 몸을 움직여야만 성사된다. 아무리 좋은 이론이라 해도 글을 써 보지 않은 사람은 그것을 적용할만한 사전경험이 부족하여 자기 것으로 가져갈 수가 없다.  글을 계속 쓰는 자만이 다음 단계의 이론을 흡수하여 더욱 커지고, 끝까지 갈 수 있다. 그런데 처음으로 책쓰기에 도전하는 이들이 이 모든 과정을 혼자 겪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중간중간 의문을 해소해주고, 내 글의 수준을 가늠해 주며, 더러 지칠 때는 초심을 회복할 수 있도록 자극하고 격려해 주는 존재가 필요하다. 정기적으로 아웃풋을 배출할 수 있도록 기준이 되어주고 보조를 맞춰주는 것은 물론이다. 전자가 ‘반사대상’이라면 후자는 ‘페이스메이커’다. 강좌를 시작한 지 3년, 내 역할을 명확하게 할 수 있어서 기쁘다.

 

 

글통삶 책쓰기과정 4기 모집 중입니다.  http://cafe.naver.com/writingsutra/6653

 

 

 

 

 

IP *.209.90.152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785 [힐링모션] 기업대상 심신통합형 셀프코칭 프로그램 [1] 글쓴이 2013.01.31 3828
2784 치유와 코칭 백일간 쓰기 12기 모집. [1] 효우 2013.01.30 2322
2783 홍천백이동골 정월 대보름 콘써트 file [2] id: 숲기원숲기원 2013.01.29 8790
2782 의자 추천 부탁드려요^^ [1] 글쓴이 2013.01.28 3077
2781 [세미나] 희망의 공간 등 세미나에 초대합니다. 세미나팀 2013.01.26 1907
2780 [1만스쿨: 1인 지식기업가 실행프로그램] 2월모집- 프로그램... file 수희향 2013.01.19 2622
» 책쓰기 페이스메이커 명석 2013.01.18 2171
2778 <글쓰기강좌>정말글쓰기로 삶의 혁명이 가능한가요? 명석 2013.01.14 2301
2777 경제적 페르다임과 한국사, 무엇이 문제인가? file id: 숲기원숲기원 2013.01.10 3416
2776 화요강좌 진행에 도움주실 분을 찾습니다. [1] 문요한 2013.01.09 3523
2775 변화 경영 전문가 채용 요청 글쓴이 2013.01.02 3118
2774 [내 인생의 첫 책쓰기 프로그램] 4기 수강생 모집 file 오병곤 2013.01.01 3539
2773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file [2] 한정화 2013.01.01 2902
2772 구변경연 함성♥사모, 영남 31차 후기 file [6] 형산 2012.12.30 3149
2771 안녕하세요. 잘 보고 갑니다. johyukjin 2012.12.24 2541
2770 구변경연-함성 영남권 송년모임 공지! 운 전 2012.12.24 1979
2769 사람을 찾습니다. 강현 2012.12.20 2777
2768 구본형소장님의 명특강..함께해요^^ file 다니엘호련 2012.12.20 2865
2767 <책쓰기강좌> 글통삶 책쓰기 4기 모집 명석 2012.12.19 2602
2766 <글쓰기강좌>글쓰기를통한 삶의혁명 입문 16기 모집 명석 2012.12.19 4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