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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8월 19일 12시 25분 등록
엑스터시 가설

15살에 종교적 엑스터시를 경험했습니다. 평생에 그렇게 놀라운 사건은 그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라고 할 정도로 저에게 심대한 영향을 끼쳤습니다. 그것이 궁금해서 의대에 진학했고 의사가 되었습니다. 오늘 그것을 한번 풀어 보겠습니다.

엑스터시라는 용어는 일상의 의식을 뛰어넘는 초월상태, 종교적 해탈감, 성적 극치감 등을 뜻하며 철학적으로는 그 자신의 바깥을 말한다고 합니다. 엑스터시(MDMA)라 불리는 마약도 있습니다. 

엑스터시를 연구하다 보면 시베리안 샤머니즘이 베링해협을 건너 아메리카로 흘러 들어가 만들어진 ayahuasca라는 음료와 종교의식에 주목하게 됩니다. 아직도 페루같은 중남미 부족의 샤먼들이 그 음료를 만들고 의식을 주도하며 병자를 치료하고자 하고 사회적인 문제를 새로운 시각에서 풀어보고자 하며 또 작은 자아를 벗어나 더 큰 존재로 거듭나고자 하는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1990년대 미국의사 Dr. Strassman은 미국 정부의 허가를 받아 ayahuasca 음료의 주 성분인 환각작용의 DMT와 보강작용을 하는 MAOi에 대한 연구를 시행했고 그 결과물인 spiritual molecule DMT라는 책을 출간했습니다. 

참고로 DMT는 미국에서도 schedule I 에 해당하는 불법약물입니다. 그러나 영문으로 구글 검색을 하면 체험기와 정리분석글들을 찾아 볼 수 있습니다. Dr. Strassman의 의학논문과 체험기들 그리고 저의 15살때 경험을 의학적 관점에서 살펴봤을때 유사한 점이 많았기에 좀 더 연구를 진행해 보았습니다.

우선 정신에 작용하는 약물들을 크게 4가지로 분류해 보겠습니다.
1. LSD, 매직머쉬룸, DMT 같은 환각제
2. 메스암페타민, 코카인 같은 흥분제
3. 아편계열
4. 항우울제 계열의 MAOi가 있습니다

이중에서 Dr. Strassman의 연구나 이를 바탕으로 만든 Dark Room Retreat 같은 모임 등은 세로토닌,멜라토닌, 트립타민 계통과 멕사민, 피놀린, DMT 등을 주로 설명합니다. 특히 DMT는 강렬한 시각적 효과와 차원의 이동과 같은 느낌을 주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으며 피놀린은 MAOi 효과가 있어서 DMT의 분해를 억제하여 농도를 높이고 세로토닌, 트립타민 등을 조절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쯤에서 15살때 경험했던 엑스터시를 다시 떠올려보겠습니다. 그때 저는 선불교와 요가에 빠져 있었고 수년째 명상수련을 해오고 있었습니다. 일이 벌어진 그날밤 며칠전부터 요가의 호흡법과 제3의 눈이라 불리는 차크라에 집중하는 요가 명상을 하고 있었습니다. 깜깜한 야간에 방안에서 반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는데 서서히 그러나 점점 빠르게 엄청나게 밝은 빛이 나타났고 동시에 내 존재가 다른 차원의 세상에 어딘가 알 수 없는 우주공간 같은 곳으로 갑자기 이동된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엄청나게 놀랐습니다. 그런 상태는 약 30분 가량 지속되었으며 그 이후로도 6개월가량은 대단히 고양되고 몰입된 느낌과 충만한 자신감 그리고 정신적 육체적으로 거의 지치지 않는 상태가 지속되었습니다.

이제부터 저의 엑스터시 경험에 대한 가설을 풀어 보겠습니다. 이 가설은 pubmed로 검색가능한 관련 의학논문들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나 부분적으로 추측하는 부분도 많음을 알려 드립니다. 비교적 전문적인 내용이고 완전히 정립되지 않은 내용을 포함하며 나열식으로 쓴 글이니 관심있는 분들만 보시기 바랍니다.

수면중 serotonin-melatonin의 각종 대사물
1. 밤이 되어 망막을 통한 빛자극이 줄어들면서 serotonin이 melatonin으로 변환되기 시작한다.
2. melatonin 농도가 충분히 높아지면 잠에 빠져들고 melatonin에서 변환된 mexamine(5-Meo-Tryptamine)의 농도가 높아지고 mexamine에서 MAOi작용을 가진 pinoline으로도 변환이 일어난다.
3. 학습과 뇌발달, 뇌재생, 뇌노화방지, 완전한 육체적 이완의 작용을 하는 REM 수면꿈은 아마도 mexamine과 pinoline과 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이며 수면중에 아세틸콜린의 분해를 막는 physostigmine을 투여하면 인위적으로도 REM 수면이 유도된다. 
4. 자각몽 lucid dream은 일반적인 REM 수면꿈에서보다 pinoline과 mexamine의 농도가 더 높을때 발생하는게 아닌가 추측한다.
5. REM 수면을 박탈했을때 심한 경우 낮에 활동하는 동안에 현실의 시각적 정보와 더불어 뇌 자체의 기존 기억과 감정으로부터의 꿈을 동시에 느낄 수 있으며 더 심한 경우 이러한 현실과 꿈을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도 생긴다고 한다. 
수면박탈시 우울증이 일시적으로 좋아지는 경우가 있어 과거에 치료로 활용되기도 했는데 이는 mexamine, pinoline의 농도가 높아졌거나 민감해지면서 항우울 MAOi 작용이 나타나는 것이 아닌가 한다.
6. 고용량의 melatonin 3mg 이상 혹은 실험적으로 50mg까지 투약했을때 종종 수면효과와 더불어 매우 생생하고 기괴한 꿈을 꾸게 되는데 이는 고용량의 melatonin이 mexamine, pinoline으로 많은 변환이 일어나 발생하는 것이 아닌가 추측한다.
7. MAOi 작용을 하는 pinoline의 농도가 높아지면 mexamine과 같은 tryptamine류, DMT도 이론적으로 분해가 저해되어 농도가 올라간다. 또한 serotonin, dopamine, noradrenaline 등도 높아질 수 있다. 이는 melatonin으로부터 만들어진 pinoline의 농도가 REM수면꿈 그리고 환각 그리고 뇌가 지각할 수 있는 또다른 (가상)공간으로 접근하는 중요한 지점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수면이 아닌 깨어있는 상태에서 serotonin-melatonin의 각종 대사물
1. melatonin 수치는 일반적인 경우 새벽1-2시에 가장 높아진다. 이때까지 깨어 있으면 mexamine, pinoline 수치도 같이 높아질 것이라고 추측한다. 여기에 serotonin-melatonin의 원료가 되는 tryptophan을 미리 투여하거나 melatonin 내복약을 미리 복용한 경우에도 수치가 높아질 수 있겠다.
2. 외부의 시각적 빛자극을 차단할수록 melatonin의 수치가 높아지는데 이는 과거부터 동굴이나 어두운방, 옷장, 감각박탈 등이 기도와 명상을 위한 장소로 쓰인 것과 연관이 있다. 그리고 눈을 감았을때 시신경계에서 내생적으로 유발되는 자극에 의한 빛무리를 볼 수 있는데 이를 phosphen이라 부르며 이 빛무리에 집중하면 외부의 빛자극을 인위적으로 차단하는 효과가 나타나 더욱 melatonin의 수치를 빠르게 높일 수 있는 것 같다 이는 요가에서 말하는 제3의 눈, 인중에 집중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
3. melatonin 수치가 높아지면 어쨋든 mexamine과 pinoline 수치가 높아지고 pinoline의 MAOi에 의한 DMT의 증가가 나타나리라는 가설을 세워볼 수는 있다. 실제로 2003년에 melatonin에서 mexamin으로 mexamin에서 pinoline, bufotein, DMT로 대사될 수 있다는 의학논문도 있다. meamine과 pinoline의 수치가 높아지는 것은 명상의 단계에서 일상의 고민에서 벗어나 약간쯤 에고의 사고작용을 빗껴나 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고 기분도 즐거워지고 긍정적이고 밝아지고 의식이 확장된다는 느낌이 드는 것과 연관이 있어 보인다.
4. 요가의 가부좌에도 비밀이 있는 것 같다. 손과 발바닥을 노출시키는 것이 그곳의 체온이 올라가는 것을 방해하여 잠에 빠져드는 것을 막아주는 효과가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정좌를 한다는 것은 근육과 관절 등에 분명히 무리를 주는 것이고 편하지 않다. 채찍으로 스스로를 때리는 고행까지는 아니더라도 이러한 고통은 pinoline의 축적과 더불어 adrenaline의 분비를 촉진하여 DMT 발현을 돕는 효과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5. 결국 엄청난 시각적 효과와 다른 세상에 온 것 같은 느낌은 DMT의 발현과 연관이 있으며 이런 경험은 매우 강력하고 종교적으로 예술적으로 의학적으로도 다양한 해석과 적응증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어떤 연구자는 폐에 methyltransperase(DMT는 tryptamine에 메틸기를 붙여서 만들어진다) 많이 존재한다면서 폐에서 DMT 생성을 은연중에 말하기도 하고 실제로 토끼의 폐에서 DMT가 생성되는 것을 확인하였다고 하는 논문도 존재한다. 또한 출산중인 태아와 죽기전 Cheyne Stokes 호흡을 하고 있는 사람이 강렬한 환각 이른바 주마등, 임사체험 등을 하는 것이 DMT와 연관이 있다고 하기도 한다.
6. 죽을때가 되면 하게 되는 Cheyne Stokes 호흡은 뇌안의 호흡중추가 망가져 한동안 호흡을 멈추었다가 혈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지면 갑자기 빠르고 깊게 호흡을 했다가 또 한동안 호흡을 멈추는 식으로 하는 호흡이다. 이는 요가에서 말하는 호흡법과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요가 호흡법중에 잘 알려진 것은 호기 2 : 흡기 1로 하라고 가르친다. cheyne Stokes 식의 호흡을 통해서 폐에서 DMT를 만들어 낼 수 있느냐는 아직 추측에 불과하다. 하지만 여러 체험기와 명상의 역사적 전통에서 호흡법이 차지하는 위상을 생각한다면 좀 더 연구해 볼 가치가 있다.
7. 그리고 15살때 나의 엑스터시는 어쨋든 외부에서 투입되는 DMT와 MAOi 없이 예로부터 내려오는 명상법을 따라한 것에서 비롯되었고 이는 거꾸로 내생적인 뇌의 DMT와 MAOi가 인간의 정신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반증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엑스터시는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엑스터시까지는 아니더라도 우린 뇌의 신비한 작용을 좀 더 이해하는 것 만으로도 뇌를 좀 더 창조적으로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낼 수 있다. 가령 의사로서 말기암 등 질환으로 호스피스 병동에서 삶을 정리하고 있는 환자들에게 삶과 죽음에 대한 또다른 시각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기도 하다. 실제로 과거 미국정부의 허가하에 제한적으로 호스피스 환자들에게 LSD와 유사한 실로시빈을 의료인의 지도와 관찰하에 투여하여 삶과 죽음의 관점을 긍정적으로 바꾼 사례가 있다 그러나 LSD는 기본적으로 불법약물로써 그 이후에 비슷한 연구가 이어지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종교적 해탈감, 예술적 창조성, 사회적 통찰력에 대해서도 더 깊이 생각해 볼 수 있겠다.

그렇지만 왜 우리의 뇌는 진화과정상 태어날때, 죽을때, 극심한 고통일때 혹은 종교적체험을 통해서 엑스터시를 만들어냈을까. 이 글의 앞부분 엑스터시의 정의부분에서 철학에서는 그 자신의 바깥이라는 표현이 있다. 뇌는 그 자신이 참기 힘든 스트레스에 맞닿으면 맞서 싸우던지 아니면 회피하던지 둘 중하나의 대응방식을 취한다. 후자의 회피를 하기 위해서 현실을 처리하는 뇌공간 이외의 또 다른 뇌공간을 만들어 둔 것이 아닐까. 그래서 잠이 들었을때 자아가 도저히 받아들이지 못하던 자극(기억과 감성)을 또 다른 공간으로 다시 꺼집어내어 꿈으로 만들어서 재처리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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