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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5월 13일 08시 22분 등록
밖에 만들어 놓은 나무 창고에 오일 스테인을 발랐습니다. 비를 맞아도 썩지 말라고 바르는 것인데 페인트 보다 묽기 때문에 작업하기가 쉽습니다. ‘사용방법’에는 나무가 바싹 마른 다음에 바르라고 되어 있습니다. 붓으로 넉넉히 발라주니 바싹 마른나무가 놀라운 흡인력으로 빨아 들여 오일이 구석구석 스며드는 것이 눈에 보입니다.

갑자기 주자와 그 제자들의 문답집인 ‘주자어류’에 나오는 한 구절이 생각납니다. 공자는 제자 안회를 매우 사랑했는데, 그를 평하여 ‘묵식심융’ (x 識心融)이라는 말을 썼다고 합니다. 이 말은 ‘묵묵히 이해하고 마음으로 스미게한다’ 라는 뜻입니다. 주자는 이 말 중에서 ‘융’(融) 자가 제일 좋다고 말했습니다.

‘융’이란 눈이 햇빛 따사로운 곳에 있는 것과 같답니다. 만약 어떤 배움이 마음 속에서 그 처럼 녹아 내리지 않는다면 배 속에 소화되지 않고 그냥 남아 있는 것이니 어떻게 밖으로 드러날 수 있겠느냐고 말했지요.

바싹 마르지 않고 어떻게 스미게 할 수 있을까요 ? 안회는 아마 배움에 바싹 마른 사람이었던 모양이지요. 온몸으로 스미게 하여 받아들이는 사람이었던 모양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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