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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5월 15일 09시 45분 등록


작은 밭에 물을 주다가 화가 났습니다. 얼마 전에 물뿌리개 하나를 할인매장에서 사다가 호스 끝에 달아 두었습니다. 머리꼭지를 돌리면 물이 퍼져 나오는 정도를 조금씩 조절하도록 디자인되어 있는 것입니다. 조금 돌리니 옆으로 물이 삐져 나오기 시작합니다. 물은 분사되지 않고, 물대포처럼 직사됩니다. 손가락으로 호스구멍을 막아 대충 분사시켜 밭에 물을 주었습니다. 옷은 젖고 군데군데 땅이 패이기도 하고 어디는 많이 주고 어디는 적게 준 것이 걸려 여러 번 중복해 가며 다시 주었습니다.

밭에 시원하게 물을 주면, 이파리에 쏟아지는 물방울들을 즐기는 식물들의 아주 즐거운 탄성을 들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엉터리 물뿌리개로 어린 모종이 넘어지지 않도록 조심하여 물을 주다 보니 신경이 쓰여 물주는 것을 즐기지 못했습니다.

마음이 들어 있지 않은 상품을 그래서 미워합니다. 좋은 제품은 좋은 마음만이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우리는 제품을 쓰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만든 사람들의 마음을 쓰는 것입니다. 돈만 벌려는 상혼이 아니라, 쓰는 사람들의 감탄과 고마움을 생각하는 마음 말이예요.

“우리는 죽어서도 세상에 남아 있기를 바란다. 그러나 사람들은 잘 모르고 있다. 오직 선량한 사람들만이 죽은 후에도 기억 속에 남아 있다는 사실을”

- 표트르 알렉세예비치 크로포트킨,
인류를 사랑한 청렴하고 선량한 아나키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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