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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3월 26일 18시 30분 등록

사람들이 걸어간 자리를 보면 발자국이 하나씩 점처럼 찍혀있습니다. 발자국과 발자국 사이에는 늘 도약이 존재합니다. 오늘을 내 발자국과 같습니다. 오늘은 어제와 떨어져 있습니다. 내일은 오늘과 격리되어 있습니다. 연결되어 있는 것 같지만 발자국마다 도약이 있기 때문에 길을 걸을 수 있습니다. 발을 질질 끌며 걸으면 발자국과 발자국은 서로 연결되어 있을 것입니다. 새로운 발자국 하나를 찍지 못하면 한 걸음도 당당하게 앞으로 갈 수 없습니다.

간혹 하루가 다 지나가는데 오늘이라는 발자국 하나를 찍지 못한 날이었음을 알게 됩니다. 잘 걷지 못하는 사람처럼 어제의 발자국을 끌며 산 날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하루를 잘 보내지 못한 미안함에 젖는 날도 있습니다. 그때는 그냥 저녁에 기우는 햇빛이라도 즐기려고 해 봅니다. 이미 해가 졌지만, 졌기 때문에 무엇이라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가끔 저녁이 되어도 무엇인가를 시작합니다. 책을 읽기도 하고, 거리로 나가기도 하고, 책상에 앉아 글을 쓰기도 합니다. 저녁도 하루를 위한 아름다운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왜 우리가 이미 늙었다고 생각하는 지, 우리의 생애가 끝나가고 있다고 여기는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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