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본형
- 조회 수 3930
- 댓글 수 0
- 추천 수 0
( 뭘 잘못 눌렀는지 편지가 이상한 꼴로 나갔어요)
나는 아침에 일찍 일어납니다. 우리 집에서 제일 일찍 일어나지요. 새벽에 일어났더니 내 책상 위에 이번에 고딩이 된 둘째 아이의 책 세 권이 놓여 있습니다. 어제 새로 받은 국어, 영어, 사회 교과서로군요. 그 옆에 책싸는 비닐과 테이프와 칼이 나란히 놓여 있습니다.
새학기가 되면 나는 아이들의 교과서를 비닐로 싸 주곤 했습니다. 책을 싸주면서 속으로 공부 잘 하라고 빌어 줍니다. 주술과 마법을 불어 넣어주지요. 공부는 제가 하는 것이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옆에서 조금 도와주는 것 밖에는 없지요. 고딩이 되었다고 나머지는 제가 싸고 내겐 세 권만 싸라고 내 책상 위에 놓고 잔 모양입니다. (친구들과 술 퍼마실 때를 제외하고는 내가 그 애 보다 늘 일찍 자거든요)
오래 전 읽은 피천득 선생의 수필에는 늘 딸 아이 이야기가 나와요. 컵에 물이 넘치듯 철철 넘치는 애정을 느끼곤 했었지요. 실례지만 그 땐 선생이 좀 푼수고 주책인 줄 알았어요. 지금도 여전히 그렇게 느끼고 있답니다. 그때와 달라진 것이 있다면 나도 푼수와 주책이 되었다는 것이지요. 기꺼이.
VR Left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65 | 왜 푸른산에 사느냐 묻기에 | 문정 | 2003.03.07 | 3821 |
64 | 누구에게나 행복의 거울은 있다. | 김기원 | 2003.03.07 | 3611 |
63 | -->[re]어울리지 않는 어색함 | 오태진 | 2003.03.06 | 3430 |
62 | 신의 선물 | 구본형 | 2003.03.06 | 3768 |
61 | orgio.net을 사용하시는 분들께 [1] [1] | 관리자 | 2003.03.06 | 6375 |
60 | 나를 고용할 때... | 원석재 | 2003.03.05 | 3588 |
59 | 외로움... | 홍승완 | 2003.03.05 | 3944 |
58 | 단식 중에... | 김미영 | 2003.03.05 | 3614 |
57 | -->[re]3월의 주제 혹은 | 구본형 | 2003.03.05 | 3512 |
56 | 가난의 품위 | 문정 | 2003.03.05 | 3581 |
55 | 봄을 캐어 왔어요 | 구미정 | 2003.03.04 | 3509 |
» | 푼수 | 구본형 | 2003.03.04 | 3930 |
53 | -->[re]한계를 버려보세요 | 최은석 | 2003.03.03 | 3389 |
52 | 곤고한 마음(답변부탁합니다. 소장님) | 최호영 | 2003.03.03 | 3567 |
51 | 산새 | 구본형 | 2003.03.03 | 3765 |
50 | 인간관계는 참..어렵군요 | sword | 2003.03.03 | 3572 |
49 | 나비효과 | 창공 | 2003.03.01 | 3704 |
48 | 봄.봄.봄. | 김애란 | 2003.03.01 | 3645 |
47 | 대화 | 구본형 | 2003.02.27 | 3785 |
46 | -->[re]봄은 고양이로다 [1] | cuba | 2003.02.26 | 378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