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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5월 15일 22시 52분 등록
지난 화요일 저녁 고등학교 친구들과 영화 [비와 당신의 이야기]를 관람했습니다. 인터넷에 수많은 영화감상후기가 있으니 출연 배우들인 강하늘, 천우희, 강소라가 어떻고 저떻고...줄거리가 이렇고 저렇고 하는 이야기들은 생략합니다. 
순전히 117분 동안 영화 보면서 제가 느꼈던 감상을 적어보겠습니다.
남자주인공 영호는 노량진 학원가의 삼수생입니다. 여자주인공은 아니지만 같은 삼수생으로 나오는 수진.
영호와 손편지를 주고 받는 여자주인공 소희. 병상에 누워있는 영호와 초등학교 동급생인 언니 소연. 헌책방을 소희와 같이 운영하는 싱글맘.
가죽공방을 혼자서 운영하는 영호 아버지. 엘리트인 영호의 형. 다시는 뒤돌아갈 수 없는 젊은 날의 순수하고 풋풋했던 아련한 추억들...   
영화를 보는 내내 저도 모르게 뜬금없이 눈물이 흘렀습니다.
영화의 시대적  배경은 2000년대 초반이라는데 가로 본능 핸드폰 말고는 우리가 20대 초반이던 80년대 초반과 별다른 차이점을 모르겠습니다.
영호를 좋아하는 수진은 소연한테 푹 빠져있는 영호가 야속합니다.
수진은 영호에게 묻습니다.
'나와 그 친구의 차이가 뭐야?'
'너는 별처럼 눈부시고 그 친구는 비처럼 위안이 돼.' 영호는 대답합니다.
별처럼 눈부신 사람보다는 비처럼 위안이 되는 사람이 나에게 더 소중한 사람이란 걸 깨닫기까지 60년이 걸렸는데... 영호는 일찍 깨달았네요. ㅎㅎ 
영호와 형은 만나기만 하면 티격 태격합니다.
엘리트 형의 눈에는 동생은 찌질이 인생 낙오자입니다.
영호의 눈에는 형은 그저 돈독이 오른 속물일 뿐입니다.
왜 항상 형은 못되게 나오고 동생은 착하게 나오는지...
(사형제 중 막내인 저로서는 불만은 없습니다만...ㅎㅎ)
놀부와 흥부, 구약성서에 나오는 카인과 아벨, 에서와 야곱이 떠올랐습니다.
영호가 아버지에게 묻습니다. '좋아하는 일을 해야 돼요? 아니면 하는 일을 좋아해야 돼요?'
'인생은 고진고래다. 그러니 이왕이면 하고 싶은 일을 해라.' 아버지는 대답합니다.
청소년 진로 교육에 관심이 많아서 인생2막을 청소년지도사로 코페르니쿠스적 대전환을 한 저로서는 귀가 번쩍 뜨이는 대사였습니다. 여기서 진로 직업 선택에 대해서 길게 이야기할 수는 없습니다. ㅎㅎ
세상이 인정하는 권력 부귀 명예를 탐하지 않고 평생 그 일을 계속할 수 있다는 확신과 용기가 있다면 그 일이 무엇이든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 정답일 것입니다. 고진감래는 들어봤어도 고진고래는 처음 듣는데도 왠지 낯설게 다가오지 않았습니다. 60년 세월을 살았으니 이제 좀 연륜이 쌓인 것일까요? ㅎㅎ
전에 어느 글에서 '인생은 기쁨과 슬픔, 행복과 불행, 즐거움과 고통 등이 씨실과 날실처럼 교직하면서 아름다운 무늬를 만들어내는 직물과 같다.'는 말을 본 적이 있습니다.
고진고래. 산 넘어 산. 마치 시지프스에게 주어진 형벌처럼 눈 감는 날까지 삶의 고락은 끊임없이 쳇바퀴처럼 반복되는 것인가 봅니다. 이 영화는 20대 30대 젊은이들을 위한 영화가 아닙니다. 영화 전반에 펼쳐지는 레트로 감성을 요새 젊은이들은 결코 느끼지 못할 것입니다. 이 영화는 50대 60대를 위한 영화입니다. 영화 꼭 보시길 강추합니다. 절대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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