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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9월 8일 09시 46분 등록
마카벨리로 출발~!

이틀간의 고도적응이 끝나고 드디어 트레킹이 시작됐다.
레에서 출발해 스톡레인지를 한바퀴 도는 것이다. 총 90km를 걷는데 8일정도가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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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툭에서 트레킹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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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카밸리를 지나는 중>



우리가 트레킹 할 '마카밸리'는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이곳을 보는 것은 라닥을 경험하는 것과 같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시작하자마자 그랜드 캐년을 연상케 할 정도로 장엄하던 바위산이 좌우로 펼쳐진다. 처음에는 이 풍경에 압도돼 말도 잊고 목이 돌아가도록 감상했다. "아, 여기가 히말라야구나" 가슴이 다시 한번 벅차왔다. 내가 이곳을 걷고 있다는게 실감이 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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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목덜미로 바로 내리 꽂히는 태양, 코딱지가 실시간으로 자동생성 될 정도로 건조한 공기, 화성인처럼 느껴질 정도로 황량한 벌판. 그리고 고산증. 이 모든 것이 우릴 괴롭히기 시작했다. 대원들은 높은 고도로 두통을 달고 살았고, 건조한 공기때문에 수시로 코피가 터졌다. 날이 갈수록 다들 말수가 없어지고, 땅만 보고 묵묵히 걸었다. 그나마 1인당 30kg에 달하는 짐을 매고 가지 않은게 다행이었다. 우리에겐 네팔인 포터가 따라붙었는데, 짐들은 귀여운 동키(당나귀)들이 모두 실어주었다.    작은 몸집에 우리 큰 짐을 싣고 가는 걸 보고 있자니 애처로운 맘이 절로 우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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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짐을 싣고가는 말과 당나귀들. 고마워 동키!!^^>


그리고 또 하나,  계곡을 끼고 가서 물이 상대적으로 풍부했다는 것. 이곳 계곡물은 히말라야 눈이 녹아 생겨서 그런지 흙탕물에 물살도 엄청 거세었고 무엇보다 엄청나게 찼다.  도중에 여러 번 계곡물도 건너야 했는데, 오후가 되면 더욱더 물살이 거세져 줄을 잡고 건너가기도 벅찼다. 가이드 말에 따르면 일주일 전에는 외국인이 한명 휩쓸려 내려가기도 했단다. 엄청나게 무서우면서도 엄청나게 짜릿한 경험이었다. 재밌게도 이곳 사람들은 농사를 짓기 위해 물이 필요할 때면 비가 내리길 기도하는 대신, 햇빛이 강하게 내리쬐어 히말라야의 만년설이 녹아 골짜기의 물이 불어나기를 기도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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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센 물결에 서로 손잡고 마카강을 건너고 있다>


울면서 넘었던 고개, '간다라'

보통 모든 준비를 마치고 나서는 시간은 아침 7시에서 8시 사이. 목적지에 도착하는 시간은 오후 4시에서 6시 쯤이 된다. 하루에 적게는 6시간, 많게는 10시간을 걷는 셈이다.

라닥은 세계의 거봉 히말라야 산맥과 카라코람 산맥에 걸쳐 해발 약 2,750m~7,673m 사이에 있다. 실제로도 라닥의 유래가 '고갯길이 많은 지역'이란 뜻의 티벳어 '라그다스'에서 나왔다는 추측이 있을 정도로 높은 고개들이 많다. 이번 트레킹에도 해발 5천에 육박하는 고개가 2개나 포진하고 있었다. 2일째는 해발 4970m의 간다 라가 있고, 6일째에는 그보다 더한 5200m의 공마루 라가 버티고 있다. 가장 긴장되는 코스이자, 걱정되는 코스이기도 했다. 첫날이 무사히 지나고, 2일째 '간다라'로 가기전에 간다라 베이스캠프에서 묵었는데, 여기서 고산증 때문에 가장 많은 고생을 했다. 5천미터도 그냥 지나가면 덜하다. 그런데 무려 4500m 에서 자려니 고산증이 심해질밖에.

 해도 빨리 떨어지고, 기온도 급감했다. 안그래도 라닥은 밤만 되면 우리나라 늦가을 날씨였는데 이곳은 거의 한겨울이었다. 공기도 희박해져서 숨쉬기도 힘들었다. 다들 고산증을 호소했는데 ㄹ의료를 맡았던 막내 다혜가 가장 심각했다. 자리에서 일어나지도 못할 정도로 상태가 안좋았다. 머리가 빠개질 정도로 심한 두통에, 구토와 설사까지 겹쳐 밤이 지나면서는 거의 파김치가 되었다. 가이드가 생강마늘차를 끓여주고, 이뇨제며 스테로이드약도 먹였지만 효과가 별반 없었다. 다른 대원들도 정도가 약할 뿐이지 증상은 비슷비슷했다. 다음날 간다 라 정상을 넘을 때는 다들 아주 천천히 올랐다. 고산증 때문에 심한 고생했던 다혜는 나중에 '죽고 싶었다'고 고백할 정도로 힘들어했다. 하지만 간다 라를 넘고나자 다들 상태가 훨씬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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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산증으로 힘들어하는 대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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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고산증이 무섭긴 무서운 모양이다. 다들 일주일 넘게 머리를 못 감아 심하게 떡진 상태인데도, 쉽게 물에 머리를 담그지 못하고 있다. 머리가 차가우면 고소가 직방으로 온다는 말 때문이다. 그나마 고산증세가 약했던 나는 다른 대원과 함께 용기를 내서 머리를 한번 감았었다. 감을 땐 너무 개운해서 정말 은하계 저편으로 날아갈 것 같았는데, 그다음 닥쳐온 재앙은....역시나 고소였다. 고산증이 무서워서 못 감은 다른 대원들에게 마구 자랑했는데, 그 다음날 아침이 되니 힘이 쭉 빠졌다. 나를 포함해 머리를 감았던 대원들이 다음날 걷는데 유독 힘들어하며 고통을 호소했다. 역시 머리 감기는 고산증의 저주였던가?

가장 높았던 '공마루 라', 노래 부르며 '가볍게' 넘다

힘들었던 2, 3일째를 제외하곤 그 다음부턴 괜찮았다. 길도 다시 평탄해졌고 무엇보다 고소증세가 우릴 괴롭히지 않았다. 열심히 걸어간 덕분에 우린 일정을 조금 당기기로 했다. 6일과 7일 코스를 합쳐서 이번 트레킹에서 가장 높은 고개인 '공마루 라' 정상(5200m)을 하루 만에 올랐다가 내려가기로 한 것이다. 하루 동안 1000m이상 고도를 높이고 다시 내려간다. 보통 에베레스트처럼 높은 산을 올라갈 때 하루에 300미터 이상 올라가지 못하게 한다. 그걸 감안하면 상당히 빡센 일정인 셈이다. 과연 우리가 해낼 수 있을까? 사실 우리 라기 보다 내 자신이 걱정스러웠다. 전날 밤에 체해 컨디션이 아주 안 좋았다.

다른 때보다 30분 서둘러 나섰다. 예상보다 훨씬 더 힘들었다. 다들 잘 올라가는데 나는 맨 뒤로 처져 거의 기어가다시피 했다. 죽고싶다는게 어떤 건지 실감했다. 한 걸음도 뗄 수 없을 것 같았는데 가이드와 다른 대원의 힘을 빌려 겨우겨우 따라갔다.  오전 내내 그런 페이스를 유지하다 밥먹고 공마루를 오르기전 쉬는 시간이 있었다. 공마루 라 정상을 앞에 두고, 약 30분간 쉬면서 전 대원이 돌아가며 노래를 불렀다. 다들 숨이 가빠하면서도 락이며 발라드를 열정적으로 불러댔다. 나도 한곡 뽑았는데, 눈덮힌 산봉우리를 주변에 두고서 노래부르는 맛이 색달랐다. 거기서 다시 힘을 얻어  오전에 빌빌 댔던  것과 달리 꽤 가볍게 정상을 오를 수 있었다.

오후 2시. 드디어 정상에 올랐다. 감격에 겨울만도 했지만, 다시 고산증이 심해져서 잠시도 서있을 수 없었다. 사진 두어장 찍고 쉬다가 트레킹의 마지막 야영지인 추스큐모 B.C(3750m)로 하산했다. 총 10시간을 걸어야 했던 가장 힘든 하루였지만, 다들 아무 탈 없이 잘 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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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마루 라 정상에서>

끝없을 것 같았던 트레킹이 드디어 끝나고 우린 마지막 밤을 맞았다. 무사히 공마루 라에 오르고 트레킹 마친것을 축하하기 위해 저녁식사를 마치고 간단히 파티를 열었다. 럼주와 창(라닥 전통 음료,우리나라 막걸리와 비슷하다) 을 마시며 서로를 축하했다. 음주를 즐기는데 가무가 빠질 수 없다. 노래를 부르며 놀다보니 네팔인 포터들이 함께 어울리게 되었고 우린 주거니 받거니 한국노래와 네팔노래를 불렀다. 가는 밤이 아쉬워 결국 나와 다른 몇몇 대원은 별을 본다는 핑계로 아예 비박을 해버렸다.



우리의 에너자이저; '밥',과 라닥의 '하늘'

트레킹 내내 바람 한 점 없이, 있는 거라곤 내리쬐는 태양과 풀 몇 포기뿐일 정도로 라닥은 건조하고 삭막했다. 한 대원은 진심으로 대한민국에 태어난 것을 감사히 생각한다고 말할 정도였다.

힘들었던 트레킹 기간 동안 우리에게 가장 큰 기쁨을 준 건 다름 아닌 '밥'이었다. 현지 쿡이 있었지만 오히려 같이 갔던 대원 중에 식량을 맡았던 대원 두 명이 주방을 접수하고서 음식을 도맡아
했다. 아침 저녁으로 북어국이며, 미역국, 짜장이며, 꽁치김치찌개, 된장찌개를 맛깔나게 해주는데, 이건 엄마가 해주는 밥보다 더 맛있었다! 다들 맛있다고 욕심내어 먹는 바람에 되려 소화불량에 설사로 고생하기도 하고, 덕분에 과식하지 않으려고 갖은 애를 써야했다. 힘든 트레킹 기간임에도 다들 살이 빠지긴 커녕 살이 포동포동 올라갔다. 이래서야 히말라야 가서 고생 좀 했다고 해봐야 믿어줄 사람 하나도 없게 생겼다.


또 하나 라닥의 하늘. 아마도 라닥을 가장 기억나게 만들어 줄 것은
하늘일 거다. 구름 한 점 없이 쾌청한 가을하늘, 라닥의 하늘은 늘 그런 깊고 맑은 푸른 가을 하늘빛이었다. 게다가 밤이 되면 하늘 가득 별이 자리 잡는다. 물 반 고기반이 아니라 하늘 반 별 반이라 해도 좋을 정도였다. 나는 시골에서 태어났지만 라닥에서처럼 이렇게 많은 별과 선명한 은하수는 보지 못했다. 처음으로 트레킹하면서 야영하던 날도 그랬지만 트레킹이 끝날 때까지, 우리는 쉽사리 잠자리에 들지 못했다. 밤하늘 어딜 봐도 별이 가득했고, 별똥별이 슉-하며 이내 머리위로 떨어지곤 했다. 레에만 가도 매연 때문에 이렇게 많은 별을 보지 못한다. 하물며 우리 서울이야. 우린 밤하늘을 보며 각자 생각에 빠져 말을 잃었다.

트레킹 마지막 날은 샹 슘도(3685m)까지 3시간 만 걸으면 되었다. 마음도 발걸음도 모두 가볍게, 트레킹을 마치고 다시 레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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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화
2008.09.10 07:31:19 *.72.153.57
와~ 대단해.
고산증이 그렇게 무서운거구나... 음. 되게 고생했네.

몽골에서 거긴 1500m정도 되는데, 기분좋게 운동회까지 하고서는 모두 저녁에 쓰려졌었어. 고지대라는 잘 못느꼈는데... 몸은 그렇게 반응을 하더라구.

오지를 갔다온 환한 귀자를 만나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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