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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9월 2일 10시 59분 등록
 

뉴질랜드를 다녀와서 (1)


더 이상 미루다가는 그날의 풍광이 조금씩 새어나갈 것 같다. 뉴질랜드 남섬. 내게는 신혼여행 다음으로 처음 가는 해외여행이다. 그동안 회사일로 해외 출장은 많이 다녔지만 그건 정말 일이었다. 이번 뉴질랜드는 여행이란 것의 정수를 나에게 보여주었다.


뉴질랜드 경치에 대한 것은 다른 분들이 많이 올려주실 것이므로 저는 네비게이션 역할을 한 관계로 앞으로 뉴질랜드 남섬을 그것도 캠프 벤으로 여행하시려는 분들께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위주로 써보겠습니다.


출발 하루 전날 나와 은미씨는 여행가서 먹고 살 것을 챙기라는 특명을 받고 몸을 움직였다. 사실 무엇을 얼마나 사가야 하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일주일 전에 은미씨 사무실에서 사전미팅을 한 터라 이날 일정은 신속하게 이루어졌다. 아침에 일어나 곰곰이 생각했다. 이것을 둘이서 감당할 수 있을까? 생각하는 순간 이미 내 손가락은 핸드폰에서 이름을 찾고 있었다. ‘최지환’ 나는 최코치에게 도움을 청하기로하고 문자를 보냈다.

홍스 “지환아 오늘 시간 어때”

지환 “왜요 형”

홍스 “여행가서 먹을 것을 사야하는데 니가 좀 도와줘야겠다.”

지환 “오늘은 선약이 있는데 늦게라도 갈게요.”

홍스 “쌩유”


이렇게 하여 셋이서 안산의 모 마트에 모였다. 맛있는 거 많이 사라고 차칸양형으로부터 자금을 지급받아 지갑은 이미 두둑했다. 내 생전 한꺼번에 먹을 것을 그렇게 많이 사보기는 처음이다. 쇼핑카트로 5대 가득 실었다. 포장 김치 포장은 각별히 신경 썼다. 랩으로 몇 번을 더 두르고 테이프로 한 번 더 발랐다. 포장된 박스는 23개. 이게 내 조그만 차에 다 들어갈지가 걱정됐는데 다행히 앞좌석을 바짝 당기고 나서는 다 넣을 수 있었다.


지환이는 아내 지혜와 만나기로 했다며 저녁도 같이 못하고 허겁지겁 일만하고 마트를 빠져나갔다. 은미씨와 나는 보람찬 하루 일을 끝마치고서 시골밥상 한상을 해치우고 내일을 위해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8월 15일 첫째 날


새벽 일찍 일어나 콜벤을 불렀다. 다행히도 콜벤 기사분이 이런 짐을 많이 싣고 다닌 모양이다. 내 차에서 짐을 꺼내 벤으로 옮기는 손놀림이 예사롭지 않았다. 더욱더 맘에 들었던 것은 택시보다 만원이나 더 싸게 인천공항까지 갈 수 있다는 것이다. 기사분도 참 친절하였다. 내가 피곤한것을 어찌 아셨는지 인천공항까지 가능동안 출발할 때 잠시 인사를 나누고는 한마디도 묻지 않으셨다. 나는 잠깐이지만 눈을 붙일 수 있었다. 그러니 이내 눈을 뜨고는 인천공항에 내려 이짐을 혼자 어떻게 하나하는 걱정을 하다가는 가서 짐 내려놓으면 뭔 수가 생기겠지 하며 여기 저기 전화를 했다. 짐을 내리는 데 벌써 여러 명이 대기해 있다가 순식간에 짐을 공항 내부로 옮겼다. 각자 가져온 음식물을 담은 2박스를 합쳐 우리는 25박스의 짐에 꼬리표를 붙였다.


이 글을 읽고 뉴질랜드 해외여행을 준비하는 분들에게 조언을 하자면 우리나라에서 나갈 때는 김치만 충분히 가져가고 나머지 먹을 것은 현지에서 조달하는 것이 훨씬 편하고 싸다. 김치는 비행하는 동안 온도와 기압 차이에 의해 밀봉이 터질 수도 있으니 반드시 랩으로 충분히 추가 포장을 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절대로 가져가면 다 빼앗기고 벌금까지 물어야 하는 것이 있으니 그것은 이런 것 들이다. 쌀, 계란, 삶은 계란, 소시지류, 말린 고기류, 체소 등등. 그러니까 되도록 우리나라 아니면 사지 못하는 것 말고는 현지에서 구매하는 것이 좋다.


8월 15일 오전 9시 30분 우리 일행 23명을 실은 OZ 361편은 상해로 향했다. 상해 현지시간 10시 30분에 도착해서 오후 2시 15분 NZ 088 편으로 오클랜드 출발. 다음날 아침 5시 45분 오클랜드 공항에 도착했다. 여기까지는 그래도 순조롭게 잘 왔다. 상해에서 짐을 내려 다시 옮기기는 했지만 그 정도는 애교로 봐줄만 하다. 문제는 이곳 세관을 통과하는 것이 문제다.  우리는 가지고 간 25개 모든 박스를 개봉해야 했다. 그리고 몇 가지 물품을 빼앗겼다. 육포, 소시지, 청양고추 등등....... 이번 여행을 진두지휘한 한숙누나 아니었으면 찍소리 못하고 벌금까지 얻어맞을 뻔 했다. 덕분에 7시 50분 발 크라이스처치 행 NZ 302편을 매달리다 시피해서 올랐다. 이때의 작전은 정말 절묘했다. 일행을 셋으로 나눠 먼저 간 팀이 비행기를 잡아 놓고 중간 지점에 한 팀이 대기하고 있다가 빠르게 움직일 수 있도록 도왔다. 그리고 맨 나중 팀은 열라 뛰었다. 비행기를 오르려는데 여승무원이 나를 보며 빨리 오라고 손짓을 하고 있었다. 그 여승무원 얼굴이 찌그러지듯 보여 나는 잠시 뛰던 걸음을 멈추고 천천히 걸었다. 가뜩이나 마음조리며 허겁지겁 여기까지 온 외국 손님에게 그리 대할 것 까진 없어 보여서 딴지를 좀 걸었다. 물론 그 여승무원이야 우리 일행의 상황을 몰랐겠지만 말이다. 어쨌든 우리는 천신만고 끝에 크라이스처치 공항에 도착했다.

여행은 이제부터 시작인데 우리 일행은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8월 16일 둘째 날


캠프 벤 픽업 - 크라이스트처치 톱 10 홀리데이파크 - 엔이본 강 펀딩 - 크라이스트처치 시내관광 - 바비큐 파티


일행 모두가 걱정하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 캠프 벤을 해서 가이드 없이 총 1,500km 거리를 움직이며 여행를 한다는 것이 좀 무모해 보이기까지 했다. 우려는 현실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캠프 벤을 픽업해서 문을 나서려는 순간 4호차가 차의 크기를 가늠하지 못하고 미리 도는 바람에 벅~~ 그었다. 그러나 그건 문제도 아니었다. 우리나라와 차의 진행방향이 다른 도로에 진입을 하고 보니 모든 것이 새로웠다. 역주행 하는 기분이 꽤 오래갔다. 교차로가 있을 때마다 어쩔 줄 몰랐다. 캠프 벤 회사에서 안내 받기로는 그냥 쭉 가면 해글리 공원이 있는데 그 공원 옆 어디쯤 홀리데이 파크가 있다는 이야기만 전해 듣고 무작정 도로로 나왔다. 이놈에 나라 도로의 이정표는 정말 때려주고 싶을 정도였다. 우리나라 이정표는 상을 줘야 할 정도로 정교한 것이다. 지도를 보면서 시내를 돌아다니는 것은 어쩌면 시도하지 말았어야 했다. 도로는 왜 그리 좁은지. 그리고 그놈의 신호는 조루 증상이 있는지 차 몇 대 지나가면 바뀌었다. 더군다나 우리나라로 치면 좌회전, 현지에서는 우회전 이건 정말 최악의 시나리오를 자꾸만 만들어내는 시작점이다. 우리 캠프 벤 2-3대 지나가면 신호가 바뀌고 그것도 비보호가 대부분이었다.


점입가경은 이럴 때 쓰라고 만들어 놓은 사자성어가 틀림없었다. 갈수록 태산이다. 어딘지 분간하기 어려운 곳이지만 일단 한적한 곳에 6대의 벤이 줄을 지어 잠시 정차했다. 지나가는 사람에게 한숙누나가 도움을 청한다. 뭔가 한참을 이야기했고 종이에 약도까지 그렸다. 지점과 지점간의 거리를 알 수 없는 약도를 보고 목적지를 찾아가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하늘은 우릴 버리지 않았다. 어디서 나타났는지 수영을 방금 마친 것인지 아니면 조깅을 열심히 해서인지 땀인지 물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젖은 머리를 하고 나타난 동양계 젊은 아가씨인지 아줌마인지 모를 여인이 아주 적극적으로 우리 목적지를 설명해 주었다. 뭐라 뭐라 하는데 잘 모르겠어서 그냥 우릴 거기까지 안내해 줄 수 있느냐고 한숙누나가 부탁을 한다. 예쁘게도 그 아가씨가 우리 목적지까지 안내해 주었다. 살았다.


이런 상황이니 앞날이 안 봐도 비디오였다. 크라이스트처치 캠프 사이트에 차량을 대고 전기를 꼽고 박스를 한군데 모아 다시 각 차로 배분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캠프 사이트에 냄새가 심하다. 이게 뭔 냄샌가 다음날 알았다. 2호차 김영훈님 가족 차가 사이드 브레이크를 풀지 않고 후진을 계속하는 바람에 라이닝이 타서 나는 냄새였던 것이다. 이정도 냄새면 라이닝이 꽤 닳아 없어졌을 것 같았다. 아니나 다를까 사부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다음날 사이드 브레이크를 올리고 기어를 넣어 악셀레이터를 밟아봤는데 밀리지 않았다. 사부님을 안심시키고 움직이는데 무리가 없어 보여 강행하기로 했다.

뉴질랜드_060.jpg

우린 시내버스를 이용 크라이스트처치 시내 관광을 나섰다. 에어본 강에서 펀팅을 했다. 펀팅이 뭔가 했더니 작대기로 배를 움직이며 배타고 물놀이 하는 것이었다. 처음에 선착장을 보고는 내심 실망했었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뭐 이래’ 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배를 타고 1분도 지나지 않아서 언제 그랬냐는 듯 장관이 연출되기 시작했다. 이건 영화 속 한 장면이 분명하다. 우린 그곳에 주인공이 되어 멋진 공원에 와 있는 것이다. 나뭇가지 사이로 들어오는 햇빛이 원을 그렸다. 사진으로는 잡아낼 수 없는 신비함에 취했다. 갑자기 춘희가 강물에 뱀이 있다며 화들짝 놀란다. “뭐 뱀~~·” 뱀장어 같이 생긴 꽤 큰 물고기가 강 아래를 어슬렁거리며 다녔다. 강이라고 하지만 좌우 폭이 20미터가 넘지 않아 보였다. 물이 하도 맑아 강바닥이 훤하게 들여다보였다. 아담한 강폭만큼이나 깊이도 손에 닿을 듯이 가깝다. ‘죽은 시인의 사회’에 나오는 공원 풍경이 연상되었다. 헤글리 공원을 가로지르는 아주 아담한 강이다. 주변 공원의 경치를 감상하는 뱃놀이가 명품이다. 도심 한복판에 이런 곳이 있다는 것이 보지 않고는 믿을 수 없는 풍광이다.

뉴질랜드_064.jpg

사부님이 저녁은 좀 맛있게 먹어보자고 주문을 하신다. 나와 은미씨, 재우형 그리고 희석이가 켐프 사이트로 돌아오는 버스에서 일행을 먼저 내려주고 두정거장 더 가 대형 마트로 들어섰다. 다른 것은 둘째 치고 뉴질랜드의 좋은 점을 들자면 나는 단연 쇠고기를 들고 싶다. 너무너무 싸고 맛있다. 우리나라 한우의 1/4 가격이다. 뉴질랜드에 가본 사람이면 느끼셨겠지만 이곳에서는 사료를 먹인 소는 없을 것이 확실하다. 아마 풀보다 사료가 훨씬 비싸기 도 하고 사료가 필요 없을 정도로 초목이 충분하기 때문이라고 누구나 상상할 수 있다. 그날 우리는 16년간 1만 5천 번의 고기를 구워온 석쇠 최영훈 선생의 명품 스테이크에 혼을 잃을 뻔 했다. 어둠과 별 그리고 달빛에 버무려진 스테이크가 입안에서 녹기도 전에 천신만고 끝에 세관을 통과한 소주는 금상첨화가 따로 없었다. 그렇게 크라이스트처치의 밤이 깊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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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스
2008.09.02 11:04:36 *.41.103.229
연작입니다. 4편은 족히 나올것 같습니다.
사진은 춘장 류춘희 선생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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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은
2008.09.03 04:12:53 *.240.107.137
각자 다른 시각의 다른 버전으로 여행기를 읽으니 여행이 더욱 입체적으로 살아나는군요.
홍스 글 재미있어요. 영훈씨 차에 연기가 났었던 사건도 있었군요, 그러고 보니 규담이 일도 그렇고 정말 많은 일이 벌어졌네요. 그날 사부님께서 해결사로 병원에 대동하셨었지요.

그런데 홈피 개편과 함께 사진 올리는 것이 쉬워진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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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옥균
2008.09.07 21:02:12 *.180.243.35
나는 평소에 너무 많은 사람들의 은덕으로 살아가고 있다. 이번 여행도 마찬가지이다. 그런데도 그 고마움을 잘 전달할 줄도 모르고 베풀지도 못하는 것 같다. 이번 여행에서 만난 홍스는 네게 있어서 참 고마운 사람이다. 홍스, 넌 참 멋있는 놈이다. 너로인해 정말 좋은 여행을 한것 같다.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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