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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0월 1일 19시 44분 등록
'시낭송'에서 '시축제'까지

정말 우연한 시작이었습니다. 몽치스 멤버 중 골새앙바드레 산골소녀로 불리우는 춘희라는 아이(이렇게 불리울 나이는 아니지만..^^)가 속초모임을 준비하면서 반강제적으로 준비한 '시낭송' 코너가 '경영의 시인'을 꿈꾸는 구본형 선생님의 가슴을 사정없이 흔들어 블록버스터급의 '시축제'로 다시 태어날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먼저 온라인 세상에서 40일동안 '시축제'가 열렸습니다.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시를 즐기고 있는지 처음 알았습니다. 평소에는 보이지 않던 신선한 아이디를 가진 이들이 시를 올리고 혼자서만 즐겨왔을 자작시를 토해냈습니다. 시와 함께 덧붙여진 한 사람 한 사람의 소중한 추억과 사연이 사람냄새를 물씬 풍겼고 정감어린 댓글 하나하나에는 따뜻한 소통의 기운이 넘쳤습니다.

우리가 한번쯤 접해봤음직한 유명한 시들도 가끔 눈에 띄었지만 그렇게나 아름답고 멋진 시들이 우리 삶 곳곳에 담겨져 있는걸 확인하고는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뮤진트리 출판사에서 온라인 세상에서 펼쳐진 '시축제'를 책으로 엮어내겠다고 나섰습니다. 덕분에 '시축제'는 안동 청량산에서 오프라인 축제로까지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전국에서 모여든 시애호가들

말 그대로 전국 각지(서울, 부산, 대구, 광주, 목포, 대전, 강원)에서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청량산으로 모여 들었습니다. 가족단위의 참가자도 많았습니다. 남편과 아내, 아이들 그리고 어머님까지 함께 참여한 가족도 있었습니다. 모두들 내 삶의 시한편을 가슴에 품고 왔습니다. 도산서원의 그림같은 풍광을 뒤로 하고 여인네 한 사람이 '낙화'라는 시를 멋드러지게 낭송하며 시축제의 서막을 알렸습니다.


'낙  화'  / 이형기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물 고이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여행에 미치다 못해 중독된 아름다운 길 연구가는 퇴계 이황과 관기 두향의 숨겨진 러브스토리를 들려주며 시가 사랑, 이별, 외로움, 그리움의 매개체로 얼마나 잘 쓰여질 수 있는지 보여줍니다. 사람들은 때마침 부드럽게 불어오는 바람을 온 몸으로 맞으며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시낭송에 귀를 귀울입니다. 아이들은 진지한 분위기에 아랑곳하지 않고 재미난 놀이에 정신이 팔려 있지만 그마저도 시축제의 흥취를 더해줍니다.


내 삶의 시한편 - 인생은 시

'시축제'의 주인공은 당연히 시입니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시를 즐기는 사람들입니다. 우리는 시를 가지고 얼마나 다양하게 놀 수 있는지 실험해 보고 싶었습니다. 먹는 즐거움은 고구마와 감자로 소박하게 대체하고 우리는 인생의 수레바퀴를 따라 어떤 시들이 우리 곁에 서성이고 있는지 확인해 봤습니다.

아직 미혼인 한 청년은 윌리엄 스태포드가 노래한 '소명'에 관련된 시를 낭송합니다. 그는 우리가 인생에서 결코 놓쳐서는 안될 '한가닥 실'에 대해 묵직한 목소리로 외치는 이 시를 신화연구가이자 번역가인 이윤기를 통해서 만나게 됐고 자신의 스승으로 삼게 됐노라고 말합니다. 한번 들어볼까요?


'삶이란 어떤 것이냐 하면' / 윌리엄 스태포드


그대가 붙잡고 따라가는 한 가닥 실이 있다.


시시때때로 변하는 것들 사이를 지나면서도

이 실은 변하지 않아.

그대가 무엇을 따라가는지 모두 궁금해하니
그대, 이 실이 무엇인지 설명해야겠네.

하지만 사람들 눈에는 이 실이 보이지 않아,

사람들 눈에는 보이지 않아도
이걸 잡고 있는 한, 길 잃을 염려는 없지.

슬픈 일들은 일어나게 마련이어서
사람들은 다치기도 하고 죽어가기도 한다.

그대 역시 고통 속에서 나이를 먹어가겠지.

세월이 펼치는 것은 그대도 막을 수 없으니

오로지 실만은 꼭 붙잡되, 놓치지 말아야 한다.

젊은 처자 한 사람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어느 시인의 유고집(평소 친분이 있던 분들이 이 시인을 추모하는 마음으로 그의 작품들을 모아 소박하게 펴낸 시집)에서 짧은 시 한편을 낭송합니다. 천상병님의 귀천을 낭송하려다 조금 더 특별한 사연이 담긴 이 시를 들려주고 싶었다는 속내를 나중에야 알게 되었습니다.

예비부부 한 쌍이 곱게 차려입고 하객들 앞에 선마냥 수줍은 미소를 지으며 등장해서는 서로를 향한 아름다운 마음을 시로 전합니다. 김용택님의 참 좋은 당신을 그윽한 눈빛으로 낭송하는 예비신부에게 예비신랑은 진중한 목소리로 한용운님의 복종으로 화답합니다. 이보다 더 아름다운 고백과 다짐이 또 있을까요? 진짜 결혼식에도 다시금 보고 싶은 장면입니다.

벌써 아이가 둘인 고참 부부가 무대위로 올라옵니다. 남편이 연애시절 선물했다는 용혜원님의 '함께 있으면 좋은 사람'이라는 시를 아내에게 다시 들려줍니다. 이 아름다운 시보다 더 진솔한 마음을 담아 연애시절 보냈다는 편지를 그때를 회상하며 들려주자 아내는 감동의 눈물을 흘립니다. 앞에서 지켜 보던 많은 이들도 이 부부의 사랑을 느끼고 가슴이 뭉클해지고 격려의 박수를 보냅니다.

사랑하는 아내 인진씨에게

오늘은 참으로 나에게 의미있는 날입니다. 세상에 많고 많은 여자중에서 당신을 만나 참으로 행복합니다. 나는 운이 좋은 사람입니다. 그리고 나를 도와주는 많은 사람이 있습니다. 당신을 만나 이제 부부로 함께 지내게 된 것은 나에게 있어 최대의 행운이었습니다.

지난주 금요일날 부산에 내려가면서 당신을 생각했습니다. 결혼을 하면서 당신에게 어떻게 해 주리라는 스스로에게 다짐을 반도 지키지 못하고 있습니다. 부산에서 TV를 보면서 목욕을 하면서 당신을 생각했습니다. 부족한 남편이지만 믿고 따라준 당신을 고맙게 생각합니다. 인진씨 당신은 나에게 있어 과분한 사람입니다. 나에게 주어진 행복이 나의 행동에 비해 늘 너무 과하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지난 시간 우리에게 많은 변화가 있었지요. 대전에서 일월에 신혼 살림을 차리고 오월에 서울에 올라왔지요. 대전에서도 서울에서도 일 핑계로 당신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한 것이 안타깝습니다. 그래도 대전에서 자전거를 타고 저녁을 먹으로 다니던 그 때 나는 무척 행복을 누렸습니다.

여름이 지나고 아기를 가졌다고 들었을 때 나는 날아갈 듯이 기뻤습니다. 지금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우리의 아기가 당신의 몸속에서 자라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큰 기쁨입니다. 나에게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도 당신의 건강과 아기가 건강하게 태어나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아내 인진씨, 글 재주가 모자라지만 그 때문에 당신을 사랑하는 마음이 덜 해지지 않음을 당신도 아실 것입니다. 다행히도 당신을 만나 참으로 행복합니다.


이번에는 동시입니다. 역시 아이들은 아이들입니다. 연우는 자신의 심정을 콕 집어서 표현해주고 있는 '동생때문에'를 동생 선우를 쳐다 보며 들려줍니다. "선우야 앞으로 잘해!"라는 귀여운 협박을 잊지 않고 말입니다. 재아는 '짝이'라는 시를 눈망울을 이리저리 굴려가며 멋지게 암송해서 박수를 받습니다. 서윤이는 '병아리교실'을 낭송하고는 원래 전하고 싶었던 동시가 따로 있었다며 아쉬워합니다.

'동생때문에' / 이혜영

 

새로 산 장난감

동생이 부러뜨렸지 뭐야.

화가 나서

꿀밤 한 대 줬지.


세게 때린 것도 아닌데

내 동생, 큰 소리로 우는 거야

엄마가 달려왔고

난 벌을 섰지.

형이면 형 노릇 하라는 엄마 말씀.


장난감은 부러지고

들어올린 두 팔은 아파 오고

씩씩거리며

동생을 노려보았지만

동생은 엄마 뒤에 살짝 숨었어.

그리곤 살짝 웃는 거야.


으으

잘못은 동생이 먼저 했는데

왜 나만 혼이 나야 하는지.


나, 이제부터

동생 할 거야.  

마지막으로 한 가족의 어른이신 이승옥님이 손주를 업은채로 단상에 오릅니다. 누구보다도 수줍어 하시며 떨리는 목소리로 김소월님의 '가는 길'을 들려주십니다. 평소에 누구보다 시를 좋아하는 어머님이 시축제에 꼭 참석하고 싶으셨다는 자제분의 얘기를 미리 들어서인지 정말 특별한 무대였고 꾸며지지 않은 순수함이 돋보였습니다. 그렇게 시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우리안으로 들어왔습니다.

 

'시축제'가 배출한 시인들

최흥식이라는 분이 있습니다. 이 분은 시축제기간동안 무려 18편의 자작시를 올린 타고난 시꾼(?)입니다. 이분을 꼭 모시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연락이 닿질 않았고 어쩔 수 없이 시낭송 전문대타 정현덕군에게 대독을 맡겨야 했습니다. 그렇게라도 최흥식님을 등단시키고 싶었고 함께하지는 못했지만 많은 분들이 그가 지은 시를 즐겁게 감상했고 얼굴없는 등단을 축하해 주었습니다.

써니님은 압축미가 살아 숨쉬는 '그리운 날에'를 들려주었고 시축제가 낳은 또 한분의 스타 김영철님은 마치 시낭송을 위해 타고난듯한 목소리로 아름다운 자작시 두편을 소개합니다. 타고난 시인이자 일상속에서 한결같이 시를 즐기는 이선이님은 남편의 아름다운 플룻연주를 배경으로 '시를 쓰는 마음'을 노래합니다. 그 어떤 유명시인의 등단보다 꿈결같고 낭만이 있는 데뷔무대였습니다.


'그리운 날에' / 정선이

부칠 수 없는 편지를 씁니다.
보낼 수가 없어서
내게로 오는 편지로 보냈습니다.

내 편지에도 나는 반가워
시간을 지체하지 않고 받을 이의 마음이 되어
콩닥콩닥 다시 읽어내려 갑니다.

캠프화이어와 귀경버스안에서도 시인들의 등단은 계속됐습니다. 방현숙님은 친구따라 시따라 시축제를 즐겼고 두편의 자작시를 조용한 버스안에서 우리에게 들려주었습니다. 누가 시인이고 누가 청중인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시축제에는 시를 평가하는 사람들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저 모두가 시를 통해 흘러나오는 그 또는 그녀의 이야기와 느낌을 듣고 즐길뿐입니다.


시를 노래하고 몸짓으로 표현하다

시와 노래의 만남은 자연스럽습니다. 안도현의 '연탄한장'은 안치환이 곡을 붙여 변경연의 기타맨 오병곤의 걸죽한 목소리로 불려집니다. 김광석의 '일어나'를 앵콜로 부를 때는 시를 노래한다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알게됩니다. 자작시에 직접 곡을 붙인 프로급의 싱어송라이터 최우성님의 노래는 안치환과 김광석을 연상시킬만큼 호소력 있게 우리 가슴을 파고 듭니다. 그렇게 시와 노래는 어우러져 가을밤을 수놓았습니다.

 

 '연탄 한 장' / 안도현

또 다른 말도 많고 많지만
삶이란
나 아닌 그 누군가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이 되는 것

방구들 선득선득해지는 날부터
이듬해 봄까지
조선팔도 거리에서 제일 아름다운 것은
연탄차가 부릉부릉
힘쓰며 언덕길 오르는 거라네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알고 있다는 듯이
연탄은, 일단 제 몸에 불이 옮겨 붙었다 하면
하염없이 뜨거워 지는 것
매일 따스한 밥과 국물 퍼먹으면서도 몰랐네

온 몸으로 사랑하고 나면
한 덩이 재로 쓸쓸하게 남는게 두려워
여태껏 나는 그 누구에게 연탄 한 장도 되지 못하였네.

생각하면
삶이란
나를 산산히 으깨는 일

눈 내려 세상이 미끄러운 어느 이른 아침에
나 아닌 그 누가 마음 놓고 걸어갈
그 길을 만들 줄도 몰랐었네, 나는..

 

 

시극이라는 제목을 붙였지만 어떤 형태가 될지는 몰랐습니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금희가 무대에 올랐습니다. 신동엽님의 '껍데기는 가라'를 낭송하며 한 꺼풀씩 벗어 버립니다. 나비의상이 준비되지 않아 한복으로 바꾸었다며 미완성의 아쉬움을 곱씹었지만 몸짓과 함께하는 시낭송은 별미였습니다. 그리고 문제의 산신령이 갑자기 우리앞에 나타났습니다. 이때부터는 한치앞도 예상할 수 없는 애드립의 연속입니다. '향수'라는 노래의 가삿말이 그렇게나 긴지 처음 알았습니다. 결국 미완성으로 끝났지만 산신령은 개구쟁이 아이들에게 수염과 머리를 빼앗기고는 머슴이 되었습니다.

 

우리 모두가 시인이다

시에 흠뻑 취한 사람들은 도란도란 모여 앉아 '시', '축제', '청량산'을 주제로 즉흥시 대결을 벌입니다. 시작할때만해도 시큰둥하던 사람들이 막상 머리를 맞대자 흥에 겨워 들썩이기 시작합니다. 재미있고 창의적이며 함께하는 모습에 가산점을 준다는 심사기준에 저마다 여러가지 아이디어를 냅니다. 한편에서는 진지한 작품이 나오고 또 한편에서는 배꼽잡는 위트가 번뜩입니다. 결국 즉흥시 대상은 이 작품에 돌아갑니다. 감자 한박스가 부상으로 서둘러 따라갑니다. 감상해 볼까요?


아내가 보내준 詩 / 서창희


청량산에서 시축제가 열린다네.


이틀연속 음주가무로 늦잠을 잤네.

헐레벌떡 오다보니 詩도 없이 왔네.


와이프에게 연락하여 詩한편 보내라 했네.

핸드폰 문자로 詩한편 보내왔네.


제목 : 가을 (함민복)

"당신 생각을 켜놓은 채 잠이 들었습니다"


한줄짜리 詩네. 와이프가 그러네.

핸드폰 문자로는 이 詩가 최고라네.


시에 취하고 사람에 취하고 노래에 취한 사람들이 모닥불을 피워놓고 흥겨운 시축제를 이어갑니다. 사회도 없고 빼는 사람도 따로 주인공도 없습니다. 누구라 할 것도 없이 기타맨들의 반주에 맞춰 시를 읊고 노래하고 서로의 마음을 나눕니다. 그렇게 밤이 새도록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교감으로 청량산 하늘이 가득 채워집니다.

 

시와 함께한 등산 그리고 귀경

아직도 사람들은 시가 고픕니다. 부지런한 사람들은 네시간 코스의 청량산 하늘다리로 향합니다. 등산을 하면서 아마도 사람들은 자연이라는 시를 온몸으로 생생하게 즐겼겠지요. 아이들과 뒤쳐진 사람들은 가볍게 산책로를 거닐며 어제의 여운을 음미합니다. 이제 걸음걸이를 시작한 아이의 뒷모습이 아름답습니다. 그런 아이를 아빠는 기쁜 마음으로 카메라에 담습니다. 그렇게 시축제는 저물어 갑니다.

마지막으로 들른 부석사 입구에는 무지개가 뜨는 작은 호수와 물장구치는 잠자리들이 우리를 맞이합니다. 길게 늘어선 사과나무를 휘돌아 샛길로 부석사에 오릅니다. 어디서 줏어왔는지 여행자가 애기복숭아와 능금을 내밉니다. 짧은 부석사 관람을 끝내고 산채비빔밥으로 식사를 했습니다. 동심을 여전히 간직한 애기아빠 한 사람이 아이들에게 잠자리를 잡아주느라 동분서주하는 모습을 모두가 흐뭇하게 지켜봅니다.

이제는 이별해야 할 시간입니다. 저마다 쉽게 발걸음을 돌리지 못합니다. 포옹하고 악수하고 내일의 재회를 기약합니다. 서로에게 감사하고 서로를 격려합니다. 그렇게 우리는 시로 맺어진 아름다운 만남으로 서로를 가슴에 담고 떠납니다. 언제인지 모를 또 다른 시축제를 기대하면서 말입니다.

귀경버스안에서도 여전히 우리는 시를 즐깁니다. 미처 다 꺼내지 못한 가슴속 배낭속 화일속 시들을 주섬주섬 끄집어 내어 서로에게 들려줍니다. 누가 시 낭송을 하는지 노래를 부르는지 보이지 않아도 느낄 수가 있습니다. 이 순간만큼은 우리 사이의 언어가 시였으니까요. 마지막 해프닝이 시축제의 끝을 재미있게 수놓습니다.

 

처음 들른 휴게소에서 버스가 떠나고 난지 얼마 안되서 누군가를 떼놓고 왔다는걸 알게됩니다. 다행히 히치하이킹의 대가인 아름다운 길 연구가 여행자가 그 주인공입니다. 우리는 미안함을 느낄 새도 없이 여행자가 과연 몇분안에 우리 곁으로 돌아올 수 있을지 궁금해 합니다. 그래서 이렇게 문자를 보냅니다. '10분안에 도착하지 못하면 떠납니다'. 갑자기 우리들은 무한도전 PD처럼 고약해집니다. 빨리 다음 장소로 떠나서 또 다른 미션을 주자며 이 상황을 즐깁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여행자는 우리 버스만큼이나 커다란 산악회 버스를 타고 보무도 당당하게 우리 곁으로 8분만에 돌아왔습니다. 일부러 자신을 떼놓았다고 뾰루퉁한 표정이 역력합니다. 한편으로는 자신의 내공을 보여줄 기회가 됐고 의도하지 않은 즐거운 추억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내심 흐뭇했을지도 모르겠군요. 벌인지 상인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돌아온 여행자의 분위기 넘치는 노래를 들으며 해프닝을 마감합니다. 시와 함께 한 1박 2일, 정말 좋았습니다. 행복했습니다. 시축제에 함께 했던 모든 분들에게 감사 드리며 이만 줄입니다.

IP *.105.212.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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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장
2008.10.02 05:37:33 *.180.230.169
詩는 꿈이다. 꿈은 이루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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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희
2008.10.02 11:10:08 *.254.30.80
기찬오빠의 사회보는 멋진 모습도 있었으면 좋겠어요.
모두들 열심히 해주셔서 감사하구요.말끔한 산신령님 넘 멋지네요.^^

모닷불 주변에서의 시낭송은 감동이었어요. 각자 뒷주머니에, 가슴속에, 시집으로, 노트로
가지고온 시들을 낭독하는데 그 시들이 울릴때마다 둘러 선 우리 머리위에 천사들이 몰려 드는 것 같았어요.모닷불에 노래도 좋지만 시가 이렇게 좋을 줄은 미처 몰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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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8.10.02 23:10:35 *.36.210.239
꿈벗16기 회장 경환을 비롯한 변.경.연 시 축제의 대모 골세양바드레 춘희, 차려진 밥상의 기찬, 홍스의 못 말리는 삼총사, 불목하니 햇빛처럼, 16기 같은 18기의 회장 경환이 가는 곳이라면 언제라도 함께인 종인, 우직한 남자 현덕, 강원도 고성에서 딸을 데리고 8시간 동안이나 차를 몰고 왔다며 뻗어버린 금희, 꿈 찾기 프로에 참가해서 눈이 맞아 백년가약을 맺는 지미와 범용, 봉화의 남자17기 세진이 주축이 된 몽치스 맴버들의 헌신에 가까운 흥겹고 감동어린 준비로 정말이지 뜻 깊고 훈훈한 가을을 맞이하였습니다.

꿈섭엄마 선이가 병곤 아우네 막내 재아와 함께 모처럼 만의 등산을 하며 청량산 하늘다리까지 다녀와 감격해 하고, 그 시간 동안 산 아래에서 땀 뻘뻘 꿈섭을 돌보며 기록이 될 만한 사진들을 빼놓지 않고 찍어댄 재동의 아내를 위한 배려와 변.경.연에 대한 늘 한결 같은 애정도 정겹기만 하지요.

진행 주관하며 열심히 돕느라 정작 모처럼 만의 가족 나들이에서조차 소홀한 홍스를 보며 안타까웠지만 그래도 무던히 이해해 주는 그의 안주인의 아량 덕택에 고맙게도 인간 네비게이터, 벗들의 등산 길잡이가 되고.

자매처럼 나타난 두 분의 시 동지 각산 이동은님과 벗 방현숙님의 모습 아름다웠지요. 벗과 함께 조용하고 나긋나긋하게 속삭이던 이미 두 권의 시집을 내고서도 시종일관 겸손함으로 수줍은 소녀같기만 했던 스칼렛님 모습도 좋았구요.

언제나 주먹을 불꾼 쥐며 강원도의 힘!을 외쳐대던 경이롭게 찰진 강원도 옥수수 같은 남자 김영철님의 목소리는 언제 들어도 우렁찼어요.

남도 1기를 자청하며 10월 꿈 벗 모임에도 참석할 요량인 백산 아우 같은 흑산? 김홍영님도 반가웠구요. 그 외 기타 등등...

모두 모두 이 가을에 만난 멋지고 좋은 가인들이었습니다. 시와 함께 우리 같이 서로를 향해 열린 마음으로 이해하고 어울린다면 외로움 때문에 지쳐 쓰러지고 모진 마음 먹기보다 더 씩씩하게 이겨내며 살아갈 수 있을 테지요. 시 축제가 그래서 더 좋아요~ 건강하게 많이 웃고 나누고 도우며 서로 사랑하며 살아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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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철
2008.10.03 01:15:06 *.155.44.104
내가 바로 시다..라고 외치며..어려운 길 동행하였지만..이곳에서 눈팅 3년만에 처음으로 친구 먹은 춘희..
그리고..늘 경이로웠던..써니 누님..그리고 그날 버스에 오를때..누구냐고 처음 물었던..기찬씨..
하지만 제가 새벽에 깨어 시 넌 참 아름답구나..청양산행 버스에 오른건 순전히..구본형 선생님을 한번
보고자 했던 순수한 마음이 있어서 그랬던 겁니다. 참으로 다행인건..늘 아름다운 선생님께서..제 이름을 불러 주시면서..영쳘아..그날 같이 산행을 했으면 더 좋았을텐데 그러시면서도..돌아가는 저에게 손을 꼬옥 잡아 주셨습니다..그래도 제가 할수 있는 그 말은 컬투 닮은 우리 병곤님..김광석의 일어나 함께 부르며 행복했고요..하루를 바꾸지 않으면 인생의 혁명도 없다.두고 두고 그가르침 잊지 않을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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