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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월 21일 15시 12분 등록

무역 1조 달러를 달성하다. 대기업은 성과급 잔치를 벌인다. 연봉보다 더 많은 금액을 성과급으로 받는다. 덕분에 주변 한정식집도 호황이다. 제일 값이 싼 요리가 4만5천원인데, 몇주뒤까지 예약이 모두 완료되었다.  월급 받는 사람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살맛나는 시기일 것이다. 나는 자영업자로서 그들이 부럽지않다. 그들도 조만간 자영업자가 될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명예퇴직의 연령은 점점 낮아지는 추세다. 몇년전까지만 해도 45세를 기점으로 은근한 퇴사 압박이 들어왔으나, 지금은 30대 후반부터 대놓고 명예퇴직 리스트에 오른다. 명예퇴직은 정리해고의 다른 말이다. 회사측은 절대 퇴사를 강요하지 않는다고 하나, 나가지 않고는 못배기는 환경을 만든다. 꾸준히 직원들을 내보내는 이유는, 생산성 향상을 통한 이윤 극대화를 위해서다. 대기업은 고용을 줄이면서도 이윤을 극대화하는 시스템을 만들어냈다. 그들의 투자는 고용확대를 위해서가 아니라, 설비투자다. 되로록 사람을 쓰지 않을려고 연구한다. 정부도 대기업의 고용을 압박하고, 또 연례행사로 신입사원을 공채하기도 하지만, 그만큼 많은 인원을 뒤로 내보내고 또 내보낼 것이다. 이것이 조직의 생리다.  

시키는 일만 착실히 해온, 30대 후반 40대 중반의 직장인들은, 회사를 나오면 특별히 할일이 없다. 커피, 빵집, 음식점등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는데, 3,40대 퇴직자들은 근무년수가 적기 때문에 퇴직금이 많지 않다. 적은 자본금으로 무리하게 개업을 하면, 십중팔구 망한다. 프랜차이즈 회사는 상대의 이런 절박함을 이용한다. 가진돈이 5천만원 밖에 없다고 해도 어떻게든 그 돈에 맞추어서 개업을 시켜준다.  이렇게 목돈을 까먹으면 더 절박해지고 갈때까지 가자는 심정이 된다. 

어느 산업이나 불황아닌 곳이 없지만, 유독 1톤 트럭은 품귀현상이다. 사업에 실패한 자영업자들이 마지막으로 선택하는 것이 노상 장사다. 1톤 트럭에서 떡볶이도 팔고, 과일, 옷, 오코노미야키등을 판다. 2,3년 전에는 이 사업도 괜찮았는데, 너무 많은 사람들이 뛰어드는 바람에 이제 먹을 것이 없다. 엄동설한에 얼음같은 도시락을 까먹으면서 손에 쥐는 돈이 고작 2,3만원이다. 한때 골드칼라라고 불려지던 사람들이 이렇게 노상에 좌판을 벌리는 상황까지 가는 것이 순식간이다. 

대한민국에서 먹고살려면 도대체 어떻게 해야할까? 현 산업의 핵심은 내수시장의  악화다. 대기업의 생산성 향상때문에 쫓겨난 직장인들이 무리하게 자영업 대열에 합류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빵집, 편의점, 식당, 심지어 떡볶이집에도 돈을 벌기위해 뛰어든다. (이런 현상은 재앙이기도 하지만, 기회이기도 하다. 독특한 콘텐츠를 가진 소수의 자영업자들은 과거와는 비교 못하는 수익을 올린다. 한국의 연예 기획 사업은 구멍가게 수준이었다. 하지만, 최근 SM타운은 아시아를 넘어 유럽을 평정했다. 넥슨은 작년 일본증권시장에서 당년 최대규모로 상장해냈다. 이들의 활약은 자사의 매출증대와 성장뿐만 아니라, '한류'라고 하는 산업 전반에 영향을 준다. 솔직히 동대문에서 화장품 사업하는 나도 그들의 덕을 본다. 한류 덕분에 외국인 손님들이 한국을 많이 방문한다.)  

초등학교를 중심으로 반경 300미터 안에 떡볶이 가게가 몇개 있다고 생각하는가? 기본적으로 원래있었던 노점 할머니 떡볶이집은 두세개가 된다. 여기에 프랜차이즈 떡볶이집들이 합류했다. 올떡, 국대 떡볶이, 죠스 떡볶이 등이다. 고객인 초등학생들의  수는 그대로이거나, 줄어들었는데 그들을 상대하는 떡볶이집은 늘었다. 노점 떡볶이 할머니가 하루에 30만원 매출을 올렸다면, 경쟁업체가 늘어남에 따라서 그 수익이 줄어드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떡볶이 팔아서, 아들 딸 공부시키고 결혼까지 시켜냈지만, 이제는 불가능하다. 때문인지, 노상 할머니들도 '고객' 혹은 '마켓팅'이라는 용어는 쓰지는 않지만, 차별화된 서비스를 궁리하기 시작했다. 단골 뺏기지 않으려고, 아이들에게 인센티브를 준다. 칭찬도 해주고, 이름까지 외우며 아는척을 한다. 노인네들이 이렇게 까지 하는 모습을 보면, 참 딱하기도 한데, 워낙 세상이 살벌하기에 험한 꼴 당하지 않을려면 돈을 벌어야 한다. (요즘 젊은이들이 위아래가 있는가? 난 얼마전 70대 할머니가 20대 여자에게, 썅년, 시발년 이라고 욕먹는 것을 보았다. 또, 나도 며칠전에 조카뻘 되는 애한테, 비슷한 경우를 당했다. 이런 경우를 당하면, 망연자실하다가 세상사에 독이 오른다. )

자본금이 있어도, 할만한 일이 없다. 이미 돈이 되는 상권과 아이템은 기존의 사업장들이 차지했다. 돈이 되는 곳은 자리가 없고, 빈 자리들은 돈이 안된다.프랜차이즈의 브랜드는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당신이라면, 치킨매니아, 비비큐 치킨, 둘둘치킨중 어느 치킨을 먹겠는가? 가까운 치킨집에 갈 것이다. 혹은 값이 싼 치킨을 선택할 것이다. (몇년전 통큰 치킨이 나왔을때, 어느 시민이 기존의 치킨은 거품이 많다고 항변했다. 그래서 자신은 통큰 치킨만 먹을 것이라고 했다. 당시 나는 미아리에서 '닭한마리'를 팔고 있었는데, 그 통큰 치킨 매니아를 주먹으로 갈기고 싶었다. 또, MB역시 본인도 치킨을 자주 먹기는 하지만, 비싸다는 생각을 해왔다고 말했다. 난 그때부터 각하를 알아봤다. 이렇게들 세상물정 모르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희망이기도 하지만, 찹찹하다.)

올리브유를 사용하는 치킨이 있다고 하는데, 그다지 관심없다. 맛만 있으면 된다. 동네 장사라면, 특별한 콘텐츠가 필요하다. 편의점은 편의점이요, 미용실은 미용실이다. 여기에 +알파가 필요한데, +알파란, 디자인 마켓팅등이다. 특별한 이야기가 없다면 손님은 굳이 발품을 팔지 않는다. 이제 필요한 것은 없다. 고객이 물건을 산다면, 그것은 필요해서가 아니라, 그 물건을 파는 사람이 마음에 들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마켓팅 3.0시대에는 고객이 물건을 보지 않고, 물건을 파는 사람의 가치관을 본다. 

두번째는 내수시장만 보아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동네시장이 해외를 상대로 영업을 하기는 무리다. 하지만, 명동이나 동대문 상권의 주고객층은 한국인이 아니다. 일본과 중국인이 대다수다. 구정연휴가 되면, 명동은 중국손님 특수를 맞는다. 명동에는 해외관광객들이 좋아하는 김, 화장품, 옷등의 쇼핑몰등이 많은데, 이들의 고객관리는 각별하다. 이메일로 손님과 꾸준히 소통하고, 인터넷 광고를 통해서 고객을 유치한다. 심지어, 성매매 업소도 일본남성을 대상으로 인터넷 영업을 한다. 사장, 자신만의 독특함도 개발해야하고, 그것을 널리 알려야 한다. 이런 활동은, 지금 산업현장의 변화만큼이나 생소하다. 이런 생소함에 도전하고, 익숙해지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많은 미래학자들은 '혁신'이라고 한다. 누구나 급전이 필요하지만, 얄궂게도 돈을 벌려고 작정을 하면 할수록, 돈은 멀어진다. 

이렇게 하자. 우리는 이미 많은 아이템을 가졌다. 빵집, 편의점, 미용실, 떡볶이집, 커피, 음식점 너무 많다. 그러나, 하늘 아래 새로운 것 없고, 우리는 이들 중에 하나를 선택해서 먹고 살아가야 한다. 야리꾸리한 신생업종은 소비자들에게 반감을 준다. 무엇을 하든 확실히 나답게 해나간다. 사장은 현장도 지켜야 하지만, 나의 매장이 타매장과 분명히 차별화될 수 있도록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 

온라인이 중요하다. 홈페이지가 오프라인 매장의 보조수단이었으나, 지금은 그 반대다. 온라인에서 먼전 확인하고, 오프라인 매장으로 온다. 온라인 홈페이지나 블로그를 운영할때, 중요한 것은 콘텐츠다. 결국 콘텐츠다. 난 다른 음식점 사장처럼 돈만 밝히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리자. 인건비 아끼겠다고 사장이 서빙보고, 판매해서는 안된다. 그것은 직원의 몫이다. 사장은 손님을 데리고 와야 한다. 손님이 오면 필연적으로 직원들은 일을 열심히 한다. 

퇴사후 어떻게 먹고살것인가? 시대의 한획을 그은 사람들을 보면, 그들의 업종이 특별해 보이지는 않다. 하지만, 그들은 특별한 결심을 했다. 게임회사, 넥슨은 게임이 아니라, 그들의 비지니스 모델이 혁신적이다. 무료로 게임을 즐기고, 유료 아이템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모델은 기존에 없었고, 참신한 시도였고, 대단한 성과를 이루었다. 출가한 스님들에게서 느껴지는, 금속성같은 매몰참과 냉정함같은 결의를 그들에게서 느낄수 있다. 나도 인간인지라, 남들과 똑같은 업종으로 먹고살겠지만, '똑같이 운영하지는 않겠다'는 결의. 그 결심이 내 밥벌이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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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달간, '매일 쓰기'를 했는데, 어느날 밑천이 모두 떨어졌습니다. 간간히 올리겠습니다. 

IP *.111.20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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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23 18:22:35 *.101.109.133

최근 글이 안올라오길래 걱정을 했습니다.  일을 너무 열심히 해서 건강이 나빠진 것은 아닌지..

다행입니다. 건강이 아니라 밑천이 떨어졌다니^^

업종이 다르지만 맑은님의 글을 항상 여러 면에서 제 자신과 하는 사업에도 투영시켜 보고 있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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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26 08:50:47 *.123.110.9

일을 열심히 하기는요....말씀드린대로...바닥 드러났습니다.

 

일본도 어제께 눈 쌓였다고 하더군요.

 

좋은일 생기시길 기원합니다.

 

동경 가면, 연락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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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25 09:05:47 *.30.254.21

난 매주 1회 마음편지를 쓰려 해도,

왜 이리 밑천이 없는지..원

머리를 쥐어짜도...안 나온다....으으으...

 

몇달간 매일쓰기를 할 수 있는 밑천이라니..

부럽다..인건아..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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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26 08:52:49 *.123.110.9

형수님께 뱀독크림 드려야 하는데....같이 점심 먹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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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25 20:48:07 *.180.232.58

자영업자로서 애환이 많으십니다. 자기만의 색깔있는 운영으로 성공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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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26 08:53:09 *.123.110.9

고맙습니다.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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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05 21:29:40 *.241.95.40

진짜 뭐해야 되는지 고민 만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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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나는새
2014.09.24 09:56:36 *.106.195.155
저는중공업 이차하도급을하고있읍니다
사 오년전까지만해도 그럭저럭 밥걱정은안하고살았는데 이제는한숨이나옵니다 생산단가는 십년전이나지금이나 제자리를걷고있고 소모품이며 인건비는 천정부지로뛰었고 이제는 접어야하나 하는생각을 하루에도몇번씩하게되고 접고나면무얼해야하나 배운게도둑질이라고 할수있는건 이것밖에없고 정년퇴직하신분들이 가장 많이하는것 치킨 페스트푸드 이런체인점을할까 하고주위를둘러보면 열에아홉은 평생모은 귀한퇴직금조차 다날려버렸다는 그런말을들을때면 남의일이아니다 하는생각이 들때마다 어이하나 어이하나 하는생각만들뿐 한숨만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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