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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9월 13일 12시 15분 등록

어제 쓴 글인데, 오늘은 구름 헤치고 며칠전 그 멋진 가을 하늘로 되돌아 갈 것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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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옵니다. 가을비치고는 아주 많이 오는 빕니다. 북한산 기슭에 있어 비 오는 날 창가에 서 있으면 그것 또한 볼 만합니다. 비가 바람을 타고 띠처럼 동에서 서로 질주해 가는 것이 보입니다. 낙수물이 콸콸 시원하게 흘러내리고 커다란 유리창에 빗물이 부딪쳐 산지사방으로 바람결 따라 번져가는 것이 또한 즐길 만 합니다.

하늘이 까맣게 어두운 채, 주룩주룩 하염없이 비가 내립니다. 이런 날은 커피 맛이 좋습니다. 우리 집에서 제일 예쁜 잔에 가득 커피를 따라 창가에 나란히 놓인 책상에 앉아 마시면 즐길 만 합니다. 다른 달콤한 것이 먹고 싶기도 하지만 이 정도로도 좋습니다.

이런 때만은 이런 말들이 귀에 잘 들어옵니다.

"우린 아주 조금 먹고도 살 수 있습니다. 모자람을 즐기세요.

작은 것이 일상입니다. 작은 것들이 그저 스쳐가지 않게 하세요.

지금 이 순간이 바로, 지나가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현실’이라는 바로 그 놈입니다.
지금 그 놈을 잡아 맘껏 즐기세요. "

비오는 날엔 우리 마음도 흠뻑 젖어 마당에 선 나무처럼 오래된 갈증을 모두 해소해 내면 좋겠습니다. 그들이 바람이 불 때 마다 잎가지를 흔들어 환호하듯 때때로 비오는 날엔 우리도 무언가 때문에 지치고 풀죽은 영혼을 바람 속에 훨훨 날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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