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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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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9월 28일 23시 50분 등록

안녕하세요, 홍승완이에요.

시 축제를 다녀왔습니다. 피곤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네요.

문득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쓰고 있습니다.

저는 외향적인 사람이고 무대 위를 좋아하는 사람이에요.
불과 얼마 전까지 그랬지요. 그런데 얼마 전부터는 좀 변한 것 같아요.

이제는 전경보다 배경에 있는 것이 좋아요.
그런데 좋은 배경은 아니에요.
더 성숙하고 더 깊어지면 아마 나아지리라 생각해요.

제가 시 축제의 배경에 서서, 기억나는 몇 가지 장면을 나누고 싶어요.
존칭은 생략할게요. 편하고 쓰고 싶어요.

* 잠자리를 잡는 귀여운 남성의 뒷 모습
서울로 떠날 무렵이었다. 
한 남성이 잠자리를 잡기 위해 이리 저리 뛰고 있었다.
그 모습이 귀여웠다. 
좀 전에도 그가 잡아준 잠자리를 손에 들고 아이들은 좋아했다.
그렇게 잘 잡던 그의 손이 연신 허공을 갈랐다.
잠자리는 이리 날고 저리 날고,
그는 이리 뛰고 저리 뛰고...
그의 뒷 모습을 보며 미소 지었다.
귀여운 이 남자는, 장호식 님이다.


* 너의 곁에 내가 있고, 내 곁에 네가 있다
50대로 보이는 여성 두분이 참여하셨다.
처음에는 자매인줄 알았다.
친구라 했다.
그 분들과 내가 나눈 유일한 대화.
"두 분 친구 사이신가요?"
"네~"

한 분은 다리가 불편하신지 잘 걷지 못하셨다.
자세한 사정은 모르지만 
친구 분은 늘 그 옆에서 친구 분을 챙기셨다.
챙기는 그 모습이 너무나 자연스럽고 각별해 보였다.
시 축제에서 처음 뵌 분들이고 언제 다시 뵐 수 있을지 모르겠다.
대화를 나누지 못해 가장 아쉬운 분들이다.


* 소녀에서 시인으로
안동으로 가는 버스 안, 소녀 같은 한 여성과 앉았다.
오랜 만이었다.
누나는 여전히 소녀 같았지만 조금 달라 보였다.
누나 안에 있던 씨앗이 조금씩 나무로 커가는 듯 보였다.
대화도 시 같았다.
"승완아, 저기 별 쏟아진다. 별 받아~ 까르르."
이 말을 듣고 잠시 멍했다. '별이 어딨지? 왜 안 보이지?'
구름 사이로 햇살이 쏟아지는 것을 보고 내게 한 말이었다.
시인의 눈은 이렇게 다르다.
누나는 이제 소녀에서 시인이 된 것 같다.


* 기타 치는 내가 나다
그의 첫 인상은 평범했다.
이번이 두번째 만남, 역시 평범했다.
저녁, 그가 기타를 잡았다.
자신이 작사 작곡한 노래를 불렀다.
감동이었다.
평범한 그는 사라졌다.
모닥불 앞에서 기타 치며 노래하는 그의 모습은 나를 사로 잡았다.
그의 노래가 시였고, 그의 연주가 시였으며, 그의 모습이 시 그 자체였다.
그는 최우성 님이다.


* 외모는 초딩, 사진 찍을 때는 아티스트
초딩, 누나의 첫 인상이다. ^_^
일할 때 보면 카리스마 넘치는 데,
외모는 초딩이다.
인상을 써도 별로 무섭지 않다.
웃을 때 보면 해 맑다.
그런 누나가 사진기를 들면 또 달라진다.
예리하고 감각이 넘친다.
몇 번, 누나가 모델을 포착하는 모습을 봤다.
그리고 놀랐다.
'어떻게 저런 대상과 풍광을 놓치지 않고 셔터를 누를 수 있지?'
누나가 나를 찍은 것도 한 번 느꼈다. 
아닐지도 모른다.
맞다면, 잘 나왔으면 좋겠다.
누나한테 좋은 모델이면 좋겠다, 나도 언젠가는.


이번 여행에서 내가 가장 좋았던 것은 시가 아니라 길이었다.
나는 여행을 즐기는 사람이 아니다.
사부님과 변경연 덕분에 여러 곳을 다니게 되었지만
여전히 여행은 내게 맞는 놀이 수단은 아니었다.
내게 중요한 것은 언제나 함께 가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여행의 멋과 맛을 조금 알 것 같다.
낯선 곳에서 걷는 것, 자는 것, 먹는 것,
그 낯섦이 주는 맛을 알 것 같다.

머지 않은 어느 날,
사람 때문이 아니라 길을 걷기 위해, 풍광을 보기 위해,
말 없이 자연에 묻히기 위해 혼자 떠날 수 있을 것 같다.
그럴 수 있다면, 그렇게 된다면
나란 사람도 좀 더 좋은 배경이 될 수 있지 않을까.

IP *.105.162.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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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처럼
2008.09.29 07:52:47 *.220.176.254
귀엽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철없이 노는 바람에 꿈벗동기들이 고생을 많이 했지요.

제가 철없이 놀 수 있었던 것은 아마도
꿈벗동기들이 뒤에서 열심히 해 주었던 때문이고
많은 님들이 축제를 즐겨주신 덕분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한분 한분 다가가는 시간이었으면 더 좋았으려만
시간이 짧아 그러지 못했음을 아쉽게 생각합니다.

다들 잘들어가셨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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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딩누나
2008.09.30 10:10:37 *.161.251.172
ㅋㅋ 승완 그대는 나에게 좋은 모델이야 지금도.
그대에게서 항상 많이 배운다는 사실 알고있나?
항상 고맙다. 맑은 눈으로 보아줘 고맙고
이렇게 아름다운 만남에 함께 할수 있어 고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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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성
2008.10.12 17:03:42 *.33.208.209
순간 순간 장면과 상황을 스냅사진 찍듯 찍어서 설명해 주셨군요.. 멋진 글로 칭찬해 주시니 고맙습니다..늘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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