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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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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8월 17일 00시 22분 등록
동기의 미대륙 횡단 여행을 생각하고 있다.
대륙횡단 자전거 여행은 그에게 전환을 상징하는 여행이다.

분명히 그는 현재의 일에서 한단계 도약해서 다른 세계로 들어가는 관문으로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자신이 하고 싶어하는 일이 무엇이든 구상한 그 사업으로 뛰어들기 전에 그는 마음을 다지는 의식을 할지도 모른다. 그의 방식으로.

대륙횡단 자전거 여행은 오래전부터 꿈꾸던 것이었다.
그는 풍광이 멋진 길을 달리는 자신을 상상했다.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나도 자전거를 타고 여행을 한다.

20090815-꿈그림-자전거여행.jpg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 전에 꼭 하고 싶다는 여행에서 그는 무엇을 생각할까?
나는 그를 내가 아는 이런 공간으로 안내하고 싶다.
그가 여행하기 전 나는 그가 되어 자전거 패달을 구른다.

===

20090816-꿈그림-구상안.jpg
<꿈그림 구상안, A4 종이에 색연필로>

미국대륙 횡단 여행의 마지막 부분은 이 여행의 가장 고비인 대륙 최대의 산맥을 넘어가는 일이다.

나는 이 길을 통해서 21세기를 대표하는 실리콘 밸리가 있는 주 캘리포니아로 진입하게 된다. 고개를 넘는 동안 나 또한 과거에서 현재를 거쳐 미래의 세계로 들어가게 될 것이다.

일주일전까지 동행한 제프는 내게 이 코스를 권하고는 나와 작별을 했다. 위험한 코스인 동시에 가장  큰 즐거움을 줄 코스를 제대로 즐기는 법은 혼자 라이딩하는 것이라며, 혼자만의 시간을 배려한 것이다.

나는 그와 라이딩 하는 동안 수많은 이야기를 했다. 시냇가에서 다리를 건널때, 공원에서, 우리는 서로가 느끼는 것을 이야기하면서 자신을 확인해 나갔다. 그것은 우리가 지나온 길이며, 우리의 인생이었다. 그와 동시에 라이딩하는 그 순간이며, 그가 위치한 그리고 내가 위치한 현재 였다.

그는 미래를 설계한 시간을 내게 준 것 같다. 혼자 가는 것 말이다. 어차피 안장에 앉으면 스스로의 힘으로 자주하는 것이 자전거이지만, 제프는 육체적인 자주만이 아닌 정신이 배어나오는 근육세포 하나하나까지 자주라는 것을 느끼는 의식까지를 이야기하고 싶어했던 것은 아닐까.

캘리포니아 주로 넘어가는 Altmont Pass 의 바람은 오르막과 내리막이 다르다.

오르막에서의 바람은 앞쪽에서 불어와 무거운 다리를 더욱 힘들게했다. 나는 오르는 데 바람은 내려왔다. 앞은 까마득했다. 발을 저어도 저어도 나는 그자리였다.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길이 모퉁이를 돌면 끝나리가 생각했던 것은 그것은 단지 나의 바램일 뿐이었다. 나는 다시 상황을 분석했다. 매번의 분석은 실제와 어긋났다. 분석은 나의 바람을 품고 있어  실제와는 멀어졌던 것이다. 몇번의 어긋남을 겪고서 나는 이제 정상을 바라다 본다. 눈으로가 아닌 마음으로 보는 것이다. 내 다리는 마음으로 보는 정상을 꿈꾸어야 했다.

닿을 것 같지 않던 정상에서의 바람은 더이상 나를 막는 바람이 아니었다. 하루를 달려 올라온 내몸에서 바람은 쉰네를 시원스럽게 가져가고있다. 

==
크게 숨을 들이키고 패달을 밟았다. 기어를 빠른 속도로 조절했다. 내리막길의 기어는 오르막길과는 다르다. 허벅지는 구르는 감을 여전히 잃지 안아야 한다. 패달이 내 몸과는 별개로 움직인다는 느낌의  곧 바닥에 나뒹굴 수 있다는 위험신호이다. 굽혔던 허리를 세워서 최대한 몸에 바람을 맞는다. 이제부터는 바람저항을 최대한 이용해야 한다. 내 무게에 붙는 가속을 줄이는 방법으로 최대한 바람저항을 많이 받도록 몸을 펴야한다.

오르막길에서 방해되던 것들은 내리막길에서는 내 신체를 보호하는 것들이 된다.

길이 트이고 맞은 편에 보이는 차가 없다. 되도록이면 속도를 줄이기 위해 내리막 경사를 줄이기 위한 지그재그 주법을 시도한다. 핸들을 꺾는 순간 균형을 잃는다.  가속도가 붙어 위험한 순간이다.

다시 균형을 잡고는 자전거에서 내린다.
내리막, 오르막만큼 긴 길이 될 것이다.
어떻게 이 길을 무사히 갈 것인가? 오르막에서 허벅지가 터진다고 느낄때조차고 타고 오르던 것을 내리막에서는 쉽게 포기하고 지면을 밟는다.
.....

오르막에서 오르는 데만 신경을 쓰다가 나는 제프의 조언은 생각하지도 못했다. 모든 힘을 앞으로 나아가는 데에만 썼다. 그러나 지금은 어떠한가? 이번에는 모든 신경이 길과 그것에 대한 나의 반응에만 집중한다. 길 외의 것은 아무것도 그 사이에 끼어들지 못한다.

나는 잠시 걷기로 했다. 

지금의 속도로 간다면 오늘 저녁안에는 패스를 통과할 것이다. 

패스의 곳곳에서 은빛으로 빛나는 것들이 보인다.  거대하게 심겨진 식물처럼 보이기도 하다. 모퉁이를 도니 거대한 식물이 무더기로 있다. 풍차이다. 이곳은 바람길, 풍력발전을 위한 바람농장단지.
자전거 위에서 배로 맞았던 바람들은 모두 이곳을 거쳐 거대한 바람개비를 돌리고 왔을 것이다.

나는 다시 자전거에 올랐다. 서서히 출발한다. 등을 펴고 가슴을 내민다.

바람은 멀리 머리 위로 가는 모양이다. 내민 가슴에는 닿는 것은 미약하다. 미약하다 느끼는 순간 얼굴을 때치고 귀옆을 스치는 바람소리가 커진다. 가속도, 나는 다시 위험과 속도 사이를 가늠해야 할 만큼 빨라져있었다. 내리막길의 연속, 속도를 줄일만한 것은 무엇이든 찾아야 했다. 그때 시야에 들어온 작은 오르막, 나는 그곳으로 들어섰다. 작은 길은 이전에 오던 것과는 수직으로 나 있는 것 같았다. 나는 계속 발을 저었다. 길은 계속 이어졌다. 내리막과 오르막이 적당히 섞여 나타났다. 바람이 옆에서 치고 들어왔다.  아차, 위험한 순간을 모면하기 위해 선택한 길이 원래의 길을 벗어나 바람농장 속으로 이끈 것이다. 나는 풍차 아래에 섰다. 계속 지나갈 것인가, 되돌아갈 것인가?

들어온지 10분 정도 되었으니 다시 되돌아 나가면 될 터였다. 풍차들의 줄은 연이어 있다. 앞쪽의 길은 보였다 안보였다 했다. 오르막과 내리막으로 풍차 사이를 돌게 만들어진 것 같다. 계속 앞으로 나갈 것인가, 뒤돌아 나갈까 다시 뒤를 돌아본다.

10분. 10분의 거리는 가야할 전체의 길에 비하면 그리 먼 거리가 아니다. 앞쪽은 풍차들이 연이어 있었다. 나는 꼭 대인국에 온 걸리버가 된 기분이었다. 내가 보는 식물은 거대했다. 나는 거인의 밭을 본다. 시야가 닿는 데까지.

나는 천천히 거인의 밭에 들어선다. 길은 풍차의 아래쪽으로 이어져 언덕과 언덕을 연결한다. 언덕을 5개째을 돌았을 때, 나와 자전거의 그림자는 내 앞에 있었다. 나는 지금 동쪽으로 가고 있는 것이다. 길을 잃었다. 보이는 것은 언덕과 거인의 거대 식물인 풍차뿐인 거대한 밭에서 내가 가고 있는 길을 알려주는 것은 태양뿐이었다. 저녁이면 패스를 벗어나리라 예상했었는데, 나는 지금 농장의 한 복판에서 위치를 내가 선 위치를 알지 못한다.

해가 지고 있다. 나는 서둘렀다. 이곳을 얼른 벗어나야 한다. 점점 더 어두워진다. 계속 달린다.

완전히 어두워져 더이상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여명만이 희미하게 방향을 가르쳐줄 뿐이다.

(계속)
===

1차로 그린 그림은 자전거 여행중에 풍광이 좋은 곳, 시냇가에서 휴식하는 장면입니다.
저는 꿈그림을 맞춤형으로 그리고 싶은데, 그건 현재에선 욕심인 것 같습니다. 꿈그림 속의 주인공이 그림 속에 자신을 자신의 모습으로 느낄 수 있게 맞춤으로 하고 싶다는 생각을 계속 가지고 가야겠지만 지금의 저와는 거리가 멉니다.

2차는 다른 구상을 했습니다. 그의 꿈 이야기를 듣고 상상하여 그를 데려가고 싶은 풍광이지요. 제구상안대로 그림을  그렸는데  전체 색조가 구상한 것과 달라 다시 그릴려고 합니다. 

그래서 꿈그림도 (계속 )


IP *.72.15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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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완
August 17, 2009 *.255.183.217
누나 멋지네. Go Go 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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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gust 17, 2009 *.96.12.130
정작 나도 제대로 그려보지 못한 풍광을 너의 목소리로 들으니 가슴이 뭉클하다. 예전에 홍은택씨의 책에서 읽었던 실제 미국 횡단기보다 더 진짜같다. 허둥지둥 번역 원고를 마치고는 적당히 널부러져서 정신 못차리고 있던 나에게 네 글과 그림이 찬 냉수처럼 시원하다. 고맙다. 고맙다. 정말 고맙다.

우리 3기를 통틀어 너만큼 꾸준히 가고 있는 사람이 없다. 꿈을 그리는 네 꿈이 다른 누구의 꿈보다 먼저 이루어질 것을 믿게 되었다. 그 꿈의 초입에서 내가 주인공이 되는 감사한 경험을 할 수 있어서 기쁘다. 조금 뻔뻔하지만 계속 이어질 글과 그림이 기대된다. 부탁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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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화
August 18, 2009 *.72.153.57
고맙다. 자전거 여행 하고 싶어졌어. 네 덕분에 내가 여행하는 거지.
사춘기가 되면서 내가 이야기를 참 좋아하는 걸 알았거든... 이야기는 나를 다른 세계 속으로 데려갔기 때문일거야.
사람들이 자신의 꿈을 이야기할 때 나도 그 세계 속으로 들어가는 기쁨을 함께하는 것 같아.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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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깽이
August 18, 2009 *.160.33.197

정화는 예쁘구나.  
언젠가 진흙 속에서 꽃이 하나  오래 피어 날텐데, 그 꽃은 바로 너 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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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화
August 18, 2009 *.72.153.57
사부님께서 수료식에서 노란 종이에 적어주신 '드림 페인터'  냉장고에 붙여 두었습니다.
'글이 그림을 통해 살아나고, 그림은 글을 통해 도약'하는 게 뭔지를 직접 경험해 보고 싶습니다. 수료식에서 사부님께서는 우리가 맞이하게 될 미래의 모습들을 한명 한명에게 적어주셨는데 그걸 보면서 떨리구요, 그리고 또 두렵기도 하고, 가끔은 이게 왜 여기 붙어있나 하며 외면하기도 했어요. 사부님의 말씀이 저와 함께 살고 있나봐요.
사부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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