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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주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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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2월 2일 18시 01분 등록
American Airline의 millionmiler인 내 바이어는 이렇게 말했다.
"You know John, Prague is most beautiful city in the world. Absolutely"
그리고 나는 KE935편에 몸을 실었다.

애초에 나는 이 여행을 갈 생각이 없었다. 의식적으로는.
몇년동안 쌓인 마일리지가 8만을 넘어서면서 내게 아프리카를 뺀 전세계 어디든 갈 수 있는 기회가 열렸다.
그건 나에겐 쇼생크탈출의 앤디 듀프레인이 20년이란 시간을 공을 들이며 기대해 왔던 그 꿈과도 같은 것이며
어릴적 싼타할아버지가 준 새 노트가 너무 이뻐 차마 쓰지 못하고 낡은 노트의 뒷면을 채워가면서도
마음 한켠을 흐뭇하게 했었던 그 무엇, 그것이었다.

그러나 내가 기꺼이 선택했던 내 인생은 나를 행복하게 해 주었지만 내 통장까지 행복하게 해 주지는 못했고,
점점 나는 좀 더 적극적인 선택을 통해 내 인생을 개척해 나가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마치 정글의 좀 더 깊은 곳으로 가기 위해서는 보기만 해도 워...소리가 나게 만드는 정글칼이 필요한 것처럼..

그래서 나는 자의반 타의반으로 서랍 깊숙한 곳에 넣어 두었던 비상금을 꺼내듯,
조심스럽게 유럽행 티켓을 예약해 두었다.
하지만 내 소중한 보물을 쉽사리 써 버리고 올 수는 없었다.
그래서 비지니스 앞과 뒤 일주일씩을 여행으로 채우는 일정으로 잡았다.
그 첫 목적지가 프라하(Praha / Prague).200922175523193.png

Prague  ?2008 John(Juhan) Kim


내게 첫 유럽은 98년이었다.
Duesseldorf에 출장길이었는데 당시 Lufthanza를 타고 독일의 hub인 Frankfurt를 통해 들어갔었다.
당시 독일은 굉장히 깔끔하면서도 자연 친화적인 인상이었다.
Duessel에 방을 구하지 못해 교외도시인 Soellingen에 잡은 호텔은 방에서 창문을 열면 끝없는 숲이 보일정도 였으니.
지금은 유럽연합(EU)에 가입한 체코이기 때문에 별도의 비자나 까다로운 입국심사 없이 입국을 했지만
역시 통제된 사회에서 자유시장체제를 받아들인지가 얼마 되지 않아서인지
친절하다거나 푸근하다는 첫인상은 받지 못했다.
아마 날씨 탓 일수도...
200922175612723.pngPrague  ?2008 John(Juhan) Kim


프라하의 관문공항인 Ruzyne airport는 김포공항 수준의 느낌이었다.
이제 3주간의 긴 여정이 시작되었다. 큰 호흡한번 하고..200922175330394.png
2008.Prague  ?2008 John(Juhan) Kim


사실 여행에 대한 준비는 별로 하지 않았다.
성수기도 아니었고, 제일 중요한 왕복비행기와 쾰른숙소는 준비했기에 프라하의 숙소도
거기서 거기겠거려니 생각하고 장소도 크게 신경쓰지 않고 hostelworld에서 대강 고른 후 싼 곳을 예약했다.
숙소로 가는 방법은 숙소 홈페이지에 나온 안내를 아이팟에 복사해 두었고, 시키는대로 버스를 탔다.
버스안의 사내는 앞에 앉은 두명의 여자애들에게 무언가를 열심히 떠들고 있었다.
서양아이들 특유의 머리짓과 어깨짓을 섞어가며 나누는 대화는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원래 그 학교 애들이 좀 싸가지가 없잖아요. 혹시 영문과에 누구 알아요?'같은 류의 대화를 나누는 것 같았다.
버스안의 어둡고 약한 조명때문일까? 생각보다 좀 춥다.
200922175719253.png
2008.Prague  ?2008 John(Juhan) Kim


선지자들의 발빠른 항복으로 히틀러의 폭격으로부터 아름다운 도시를 지켜낼 수 있었다는 역사를 가지고 있다던데,
아직까지는 미국에 왔다는 느낌이 더 강하다.
200922175757361.png

2008.Prague  ?2008 John(Juhan) Kim


9시반. 숙소에 도착했다.
설마 저게 길이름일까하고 의심했던 건물벽에 도로명을 붙여놓는 생소한 시스템덕분에
숙소를 중간에 두고 주변블럭을 30분이상 헤매다가 찾은 숙소는
문을 열고 들어가면서부터 드디어 쉴 수 있다는 안도감을 불쾌감으로 서서히 바꾸어 주기 시작했다.
어쨌든 난 잠이 필요했고 일단 예약을 확인하고 잔금을 치른 후
시트를 깔고 대충 씻고 누워 잠을 청했다.

시차와 전날밤의 이른 취침으로 새벽에 잠이 깼다.
한국과의 시차가 8시간. 5시에 깼으니 지금 한국은 오후 1시. 이메일을 확인해봐야 겠다.
인터넷룸으로 가서 Wifi로 접속을 하니 인터넷은 그럭저럭 쓸만하다.
이메일과 뉴스를 좀 보고 새벽빛이 어스름하게 밝아올때 즈음 본능적으로 카메라를 들고 거리로 나갔다.
200922175830239.png
2008.Prague  ?2008 John(Juhan) Kim


결국 사람사는 세상이었다.
우리나라도 동지가 다가오는 12월 중순경이 되면 5시정도에 해가 떨어져서 아침 7시가 넘어서야 밝아오는 것처럼
이쪽은 우리나라보다 위도가 높기에 11월 중순이었음에도 오후 4시반만 되면 거의 어두워질 정도로 해가 짫다는 것을 빼면.
사람들은 새벽 여명이 밝기도 전에 거리의 가게조명과 가로등 불빛을 따라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러 집을 나서고 있었다.
200922175830239.png
2008.Prague  ?2008 John(Juhan) Kim


프라하의 시내교통은 두개 노선의 지하철과 다양한 노선의 트램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이방인인 내게 트램은 생소한 노선표와 목적지를 찾는데 따르는 스트레스 때문에 지하철보다 선호되는 수단이 아니었지만
많은 사람들은 새벽여명을 향해 가는 트램에 몸을 싣고 빠르게 하루를 항해 달려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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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Prague  ?2008 John(Juhan)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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