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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3월 24일 21시 25분 등록
첫째 풍광 - 내 인생의 첫 책 2019년 12월  

"딩동! 택배입니다~".
드디어 왔다. 나의 첫 책이다. 아이들이 서둘러 포장을 뜯고 흥분된 목소리로 외친다.
"아빠 책이야, 봐봐! 아빠 사진도 있어!"
지난 2년간의 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부푼 마음으로 지원했던 변경연 12기 연구원, 숨가쁘게 이어진 4주간의 2차 레이스, 유동식으로 연명했던 나날들, 다시 태어남을 경험한 작년 연구원 과정, 그리고 내 모든 것을 쏟아 부었던 내 인생의 첫 책 쓰기 - 이 모든 것이 이 책 <개발자가 들려주는 인문학>에 녹아 있다.
첫 책의 기획 방향은 인문학적인 내용보다는 소프트웨어 개발을 포함한 개발조직의 문화와 개발자 개인의 일과 삶에 대한 책을 쓰고자 했었다. 톰 디마르코의 <피플웨어>나 김익환의 <글로벌 소프트웨어를 꿈꾸다>, 그리고 오병곤 선배의 <대한민국 개발자 희망보고서>와 같은 책을 레퍼런스로 내 경험과 지론에 인문학적 사고를 가미한 그런 책이 나의 첫 책이었으면 했다. 내가 살아온 17년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의 삶을 돌아보고 앞으로 개발 문화 전문가로서의 전기를 마련해 주는 책을 쓰고 싶었다. 책을 쓰는 과정에서 변경연 선배들의 진심어린 조언도 큰 역할을 하긴 했지만, 무엇보다도 스스로 글이 써지는 것과 마음이 끌리는 방향으로 책의 방향을 바꾸게 되었다. 인문학적인 이야기를 가지고 개발자의 일과 삶을 반추해보고 이 땅의 개발자들에게 삶의 성찰과 동기부여를 제공해주는 것이 책의 출간의도가 되었다. 첫 책이 나왔지만, 맨 처음 기획했던 책도 현재 진행중이다. 두 책을 함께 집필한 셈이다. 두번째 책 <개발자의 삶(가제)>은 내년 봄 출간을 목표로 마무리 작업 중이다. 첫 책이 동기 부여를 하고 삶의 전환을 부추기는 책이라면, 두번째 책은 실천과 실제 업무에 적용할 수 있는 실용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둘째 풍광 - 오피셜 리더가 되다 2020년 7월 

뱃머리에서 맞는 바닷바람이 너무나 시원하다. 서해 자월도에 회사 연구소 MT를 왔던 것이 2010년이니까 딱 10년만에 다시 섬을 찾은 셈이다. 그때 함께 MT를 왔었던 연구소 팀원 중 절반은 이미 회사를 떠나고 없다. 2010년 이 섬을 찾았을 당시 젊음의 패기로 무장한 서른 초반의 신참 책임연구원이었던 내가 이제 회사의 CTO가 되어 다시 섬을 찾게 되었다. 그때 함께 섬을 찾았던 신입사원은 책임연구원이 되어 내 옆에서 후배들에게 10년전 자월도에서의 무용(?)에 대해 한바탕 썰을 푸는 중이다. 연구소를 맡은후, 연구소 팀원들과의 단합을 위한 공식적인 첫 행사다. 다시 찾은 섬은 여전히 평화롭다. 회사 역시 많은 부침과 시련이 있었지만, 이제는 완전히 정상궤도에 올라 섰다. 재작년 총괄 프로젝트 매니져로 직무를 전환했고, 결과적으로 이는 회사와 나자신 모두에게 윈윈을 가져다 주었다. 나는 모든 프로젝트를 성공시킴으로써 회사를 끌어 올릴 수 있었고, 프로젝트에 적용했던 몇 가지 크고 작은 실험들은 기대보다 훨씬 큰 성과를 거두었다. 이에 대한 내용은 올해 출간된 나의 두번째 책 <개발자의 삶>에 담겨 있다. 올해 하반기 전임 CTO가 베트남 공장장으로 발령이 났고, 사장님은 내게 선배를 대신해 연구소를 이끌어 줄 것을 부탁했다.  
몇 년안에 현업에서의 역할을 마무리하고자 계획하고 있었기에, 한조직의 장으로서의 책임을 수락하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하지만 한번 도전해보기로 결심했다. 뒤돌아보면 지난 12년은 회사를 떠나야 하는지 아닌지 고민을 반복하던 힘든 시간들이었다. 고진감래라고 했던가. 나의 변화가 나 자신뿐만 아니라 내가 몸담고 있는 조직까지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다는 점에서 지난 2년 반의 시간은 너무도 성공적이었다.  
상념에 빠져 있던 사이, 섬이 이제 시야에 들어 온다. 진정한 인생도 이미 시야에 들어 왔다.

  
셋째 풍광 - 첫 강연 2021년 3월 

어떻게 강연을 끝마쳤는지 모르겠다. 정신없이 강연을 마치고 나니, 이제 청중들이 몰려들어 책을 건네며 저자 사인을 요청해 온다. 내 인생의 첫 강연을 수백명의 사람들 앞에서 하게 될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 했다. 유난히 말을 못 하는데다가 사람들 앞에만 나서면 백치가 되어버리는 기질 탓에 사람들 앞에서 강연을 한다는 것은 생각하지도 못했던 일이었다. 책이 출간된 이후, 많은 강연요청이 있었지만 그때마다 핑계를 대며 정중히 거절해왔다. 전 직장 선배가 연락해왔을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그 전 직장 선배와 개인적으로 만난 술자리에서 술김에 강연을 수락해버렸고 오늘 난 대규모의 군중 앞에서 1시간을 고군분투했다. 정신없는 강연이었지만 현장에서 직접 독자들과 소통할 수 있음은 나에게 책을 쓸때와는 뭔가 다른 희열을 느끼게 해주었다. 책을 쓰면서 나 자신을 성숙시켰던 것처럼, 강연장은 실험의 장임과 동시에 성취의 장이 될 수 있음을 확신할 수 있었던 하루였다. 오늘 수백명의 사람들중 단 한사람이라도 내가 그의 마음에 불쏘시개가 되기를 바래본다. 
선배는 이제 회사 내 다른 사업부에서도 강연 요청이 쇄도할 거라며 나에게 한턱 내라며 너스레를 떤다. '아니, 이 모자란 선배님을 봤나, 내가 가진 알짜배기들을 그 많은 사람들에게 전수해주는데 내가 한턱 받아야 하는 것 아닌가'  나도 속으로 너스레를 떨며 같이 웃어본다. 오늘 난 다시 태어난 기분이다. 아니, 매일 다시 태어나고 있다. 좋은 날들이다. 

 
넷째 풍광 - 우리 집과 내 서재 2022년 12월 

대한민국의 가장으로 살아가는 이들에게 집만큼 그의 인생에 있어 자괴감을 들게 하는 것이 또 있을까. 그 자괴감을 모면하고자 내 집을 가지고자 하는 욕망을 타자에 의해 규정된 욕망으로 치부하곤 했지만, 나 역시 언제나 마음 한켠에는 아이들이 흙장난을 할 수 있는 아담한 정원을 가진 내 집 하나를 품고 살았다. 아이들의 학업과 여러 가지 사정으로 그런 정원을 가진 집으로 이사가는 것은 다음으로 미루게 되었지만, 아이들은 성냥값 아파트라도 우리 집이 생겼다며 좋아들 한다. 타자의 욕망 - 그런 마음으로 깨닫지도 못하는 관념 따위는 집어치우자. 내 새끼들을 마음 편히 쉬게 만들 수 있는 토굴 하나 마련했으니 그 기쁨을 감출 필요가 없다. 무엇보다도 내 개인서재가 생긴 것이 흐뭇하다. 이제 나도 나의 성소가 생긴 셈이다. 매일 아침 황홀한 글감옥으로 들어 가자. 아낌없이 쓰고 후회없이 사랑하자. 나와 우리의 삶을.

  
다섯째 풍광 - 신화창조의 비밀 2023년 12월 

올해 여름 회사는 코스닥에 상장되었다. 그와 함께 지난 5년간의 회사의 전환과정을 생생히 담은 나의 다섯번째 책 '신화창조의 비밀'이 출간되었다. 책에는 나의 변화를 통해 회사의 변화를 주도했던 지난 5년의 과정이 그대로 녹아 있다. 더불어 성공적인 전환과정과 극단적으로 대비되는 그 이전 10년의 어두웠던 과거 역시 책에 담겨 있다. 성장없이 정체기와 암흑기만을 반복하던 쓰레기같은 회사가 어떻게 매출 천억원의 건실한 회사로 재탄생할 수 있었는지, 그리고 그 재탄생에 결정적으로 이바지한 연구개발조직의 생생한 변화 과정을 엿볼 수 있다. 이 책은 내가 지금 회사에서 보냈던 15년의 결코 짧지 않은 역사의 기록이며 그 시간을 이겨낸 나 자신에게 주는 선물이다. 또한 나의 청춘을 함께 했던 회사에 주는 마지막 선물이기도 하다. 나와 우리가 함께 만들어 낸 이 역사가 더 찬란한 역사의 밑거름이 되기를 희망한다. 
찬란한 성공을 뒤로 하고, 이제 난 또다른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이미 예정된 수순에 따라 진행되는 장엄한 의식과도 같이 나의 삶의 흐름에는 일말의 주저함도 한치의 머뭇거림도 없다. 아주 오래전부터 꿈꿔왔던 자유인으로의 꿈을 펼칠 시간이 임박한 듯 하다. 

 
여섯째 풍광 - 퇴직 그리고 집 짓기 2024년 4월

언제나 그렇듯이 새벽에 일어나  서재에 앉아 글을 썼다. 매일경제에 기고하는 칼럼의 퇴고를 마치고 원고를 송부한 다음 출근준비를 해야겠다고 생각한다. 불현듯 출근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며칠전에 퇴직을 했는데도 몸은 아직 스무해가 넘는 동안 몸에 새겨진 관성의 그람자를 벗어나지 못 한 모양이다. 할 일이 없다. 지금 당장 무언가에 얽매여서 '해야 할 그 일'이 없다는 사실에 온 몸 가득 세로토닌이 마구마구 분비되는 느낌이다. 오늘은 아내와 함께 집터를 보러 다니기로 했다. 아이들이 고등학교까지 마치고 나면 도심에 얽매이지 않고 남은 평생을 살아갈 보금자리를 만들 생각이다. 강이나 바다가 있었으면 좋겠고, 산도 있었으면 좋겠다. 창은 커서 햇볕이 거실과 방안에 가득차면 좋겠다. 청명한 하늘 아래 자연과 호흡하며 써내려갈 글맛은 어떠할지 사뭇 기대된다. 
 

일곱번째 풍광 - 한달간의 가족 여행, 그리고 좋은 개발 문화 연구소 설립 2025년 3월 

아이들 방학을 맞아 아프라카로 떠난 한달간의 가족여행은 많은 추억을 만들었고 모두에게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퇴직하기전에도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고 많은 얘기를 나누었지만, 퇴직 후에 우리는 더욱 가까워졌다. 아이들의 꿈과 희망을 응원해주는 든든한 아빠는 까맣게 그을린 얼굴로 아주 오랜만의 출근을 준비한다. 자유인으로서 공식적인 첫 출근이다. 아름다운 경희대 수원 캠퍼스 안에 둥지를 튼 '좋은 개발 문화 연구소'가 나의 새로운 직장이다. 아직은 직원 한명 없는 조촐한 1인 기업이지만, 내게는 단순한 회사가 아닌 제 2의 보금자리와 같다.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는 길, 캠퍼스는 신학기를 맞아 생동하는 젊은 청춘들로 가득하다. 오전 간단한 사무를 마치고 구내 카페에 앉아 독서에 빠져 본다. 구내 식당에서 맛있는 점심을 먹고, 농구장에서 젊은 청춘들과 어울려 한바탕 땀을 흘리고 함께 운동한 이들에게 음료수를 돌리며 그들의 일상에 귀기울여 본다. 햇살 가득한 봄날의 캠퍼스 나의 소소한 일상에도 다시 귀 기울여 본다. 

  
여덟번째 풍광 - 첫 자서전, 그리고 가르치고 배우는 삶 2026년 3월 

이제 겨우 불혹이 무엇인지 알까 말까 한데, 벌써 오십, 지천명의 나이가 되었다. 나이가 들수록 하늘이 내게 주신 소명에 대해 어렴풋이 알게 된다. 다른 사람들에게 가르침을 줌으로써 스스로가 배우는 하루하루가 내가 가야할 길임을 깨닫고 있는 중이다. 여전히 건강하게 변화의 여정을 계속 하고 있는 나자신를 위해 내 역사를 집대성할 시점이다. 아직 제목은 정하지 못 했지만 올해안에 출간하는 것을 목표로 매일매일 지난 날의 나와 미래의 나를 함께 돌아 보는 중이다. 
올해부터 KAIST 소프트웨어 대학원에 초빙 교수로 "소프트웨어 개발과 윤리"라는 쌩뚱맞은 이름의 과목으로 산학과정 장학생들에 대한 강의를 맡게 되었다. 역시 교과목 이름 짓기에 관한한 대학의 창의력은 바닥수준이다. 중학교 윤리선생님이 된 기분이다. 다만 학생들이 너무 늙어 보인다. 그나마 좀 어려보이는 대학원생과 불현듯 시선이 마주친 순간 그의 말똥말똥한 두 눈에서 13년전 같은 자리에 앉아 있었던 나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2013년 봄은 나에게 직장을 떠나 학문에 몰입할 수 있는 시간을 주었지만, 그 시간은 찰나에 불과했다. 망해가는 회사와 함께 나는 끝이 없는 나락으로 떨어졌고 난데없이 찾아온 차가운 겨울은 몇 년동안 끝나지 않았다. 힘들었던 그 시간들을 난 극복하지 못 했다. 그냥 버텨냈을 뿐이었다. 그래도 버텨냈기에 찬란한 지금 이 순간을 맞이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학생들이 정작 강의내용에는 관심이 없고, 변화와 전환, 퇴직 후 생활에 대한 질문만 쏟아낸다. 거참, 각자 회사에서 비싼 학비를 지원해 주고 복귀후 더 많이 일하라고 보낸 인재들인데, 나 때문에 헛바람만 들어가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고용주의 취지에는 어긋나지만, 늙다리 대학원생들의 미래를 위해 목소리를 가다듬고 변신 준비를 해본다. 위대한 탐험을 부추기는 불쏘시개로 말이다. 

 
아홉번째 풍광 - 좋은 개발 문화 연구소 사옥 짓다 2027년 4월 

좋은 개발 문화 연구소가 설립 2주년을 맞아 판교의 사옥으로 이전하였다. 작고 아담한 건물이지만 직원들은 마치 자기 집이라도 장만한 냥 잔뜩 들떠 있는 모습이다. 불과 2년의 시간동안 연구소는 각계 각층의 찬사와 호평 속에 크고 단단한 조직으로 성장하였다. 대한민국의 거의 모든 IT회사와 개발자들이 열독하는 정기 간행물과 베스트 셀러들, 경영진을 포함한 개발조직과 개발자 개인의 삶의 전환을 돕고 있는 독보적인 교육과정, 회사와 조직의 발전을 위한 맞춤 컨설팅 등 좋은 개발 문화 연구소가 그동안 선보인 차별화된 서비스들은 소프트웨어 개발에 종사하는 엔지니어들뿐 아닌 일반 대중들에게도 그 인지도를 키워 가는 중이다. 특히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와 함께 기획한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작년부터 개설된 과정인 ‘내 안의 영웅을 찾는 4주간의 모험’은 입소문을 타고 이미 올해말까지 수강인원이 포화된 상태다. 앞으로도 좋은 개발 문화 연구소는 우리 사회의 각계 각층의 다양한 집단 및 개인과의 크로스오버를 통해 일과 삶의 가치를 재발견할 수 있도록 사람들을 도울 것이다. 그리하여 모든 사람에게 변화를 통한 자기혁명의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열번째 풍광 - 모교로 돌아가다 2028년 3월 

분명하지는 않지만 오래전부터 꾸었던 꿈이었다. 목표라고는 할 수 없는 그냥 언젠가 이루어졌으면 하는 막연한 꿈 - 모교로 돌아가 후배들을 가르치는 광경을 상상하곤 했었다. 그건 단지 꿈이었다. 계획도 목표도 없이 뜬구름같이 떠오르다가 사라졌다를 반복하는 신기루같은 꿈이었다. 지난 10년을 돌아보면 마치 어제의 일처럼 생생하다. 10년전에 썼던 10년 후의 풍광이 그대로 내 눈 앞에 펼쳐져 있다. 인생은 한바탕 꿈과 같다더니, 내 하루의 순간순간을 꿈 속에서 살아가고, 다른 순간순간은 미래에 살며, 길을 걷고 밥을 먹고 화장실을 가는 세상 속에서는 현재에 살아가는 듯 하다. 주어진 시간속에 내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사는 그대로가 바로 내가 살아가는 시간이 된다.
강의를 마치고 캠퍼스를 걷다가 도서관에 들러 창 밖이 시원하게 보이는 탁 트인 자리에 앉았다. 변경연의 아끼는 후배녀석이 부탁한 첫 책의 추천사를 작성하려고 주섬주섬 책과 노트북을 꺼낸다. 인기척에 고개를 드니, 한 여학생이 얼마전 출간한 나의 첫 시집을 들고 조금은 당혹스런 눈빛으로 날 바라보고 있다. 아무래도 출판사에 보낸 겉표지의 프로필 사진에 너무 많은 뽀샵처리를 한 것 같다... 30년전 이 자리에서 계산기를 들고 두꺼운 공학원서를 뒤적이던 공돌이가 시인이 되어 돌아왔다. 삶은 멋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매년 세우는 꿈과 계획은 작년이나 재작년이나 올해나 별반 차이가 없다. 쏟아 붓는 노력 또한 작년과 별 달라지는 것이 없다. 똑같은 일을 반복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미친 짓이다. 매년 똑같은 새해가 되풀이되고 사람들은 어제와 똑같은 꿈을 미래에 저당잡힌채 기약없는 오늘을 살아 간다. 나 역시 매년 새해가 될 때마다 끄적거렸던 미래의 꿈과 계획은 언제나 대동소이했고 연말에 되돌아 보면 나이 한 살 더 먹고, 노화가 진행된다는 사실 외에 달라진 게 없었다. 다시 똑같은 한 해가 시작되었을 뿐이었다.
 톨스토이의 명작 <안나 까레니나>의 첫 구절은 행복한 가정은 모두 모습이 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모두 제 각각의 불행을 안고 있다는 말로 시작한다. 내가 적은 향후 10년에 관한 10대 풍광은 이 사회에서 보편적으로 통용되는 수준을 넘지 않는다. 걷는 길이 다를 뿐 사람들이 도달하고자 하는 이상향의 모습들은 대부분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미래에 꿈꾸는 그토록 염원하는 아름다운 풍광은 이정표에 불과할 뿐, 그 길을 걷고 있는 지금의 내 모습이 중요하다. 모두가 행복이 무엇인지 찾으려 애쓰지만, 행복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었다. 행복으로 가는 여러 갈래의 길들 역시 예전 모습 그대로 변치 않았으리라. 다만 우리는 모르는 것 뿐이다.
 이제 진정한 나를 찾고자 하는 변화의 열망과 나의 책을 쓰고 싶다는 창작에 대한 오랜 갈증에 의해 흐릿해 보이던 인생의 경로가 수면 위로 차츰 떠오르고 있다. 이제 나는 어제의 내가 아니다. 내 시선이 머무는 그 곳으로 한걸음 한걸음 나아갈 것이다. 매년 향후 10년을 그려보고 지금처럼 10대 풍광을 작성해보겠지만 올해와 같은 큰 변화의 기회가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 오늘의 10대 풍광이 순서대로 이루어진다면 좋겠지만, 어떤 더 멋진 풍광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 또 모르는 일이다. 계획대로 살아가려 애쓰지만 많은 변수들에 의해 살아지는 것 또한 인생이다. 상상할 수 없는 것들을 꿈꿀 수는 없지만, 그렇게 될 수 도 있는 것이 인생이다. 작가로서의 삶의 전환에 성공한 내가 훗날 고래를 보호하자고 외치고 다니는 환경운동가가 될지 아무도 모른다. 나도 모른다. 그것이 인생이다. 난 단지 내가 가고 있는 그 길의 끝에 무엇이 있건 하루하루를 진심을 다해 살아가는 것이다. 그리하여 삶은 그냥 살아지는 것 일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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