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나를

5천만의

여러분의

2019년 10월 9일 16시 48분 등록

나의 삶이었지만 온전한 나의 삶을 살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 역할 속의 삶만을 살고 있었습니다.  

누구의 아내인 나누구의 엄마인 나.

그러니  역할이 제대로 수행되지 않는다고 느낄 때면 ‘나는  이렇게  하는 것이 없을까? 왜 이렇게 힘이 든거지? 하며   자신을 탓하기만 했습니다.  저에게 10 풍광을 그리는 작업은 잃어버린 나를 찾는 시간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어떤 그림을 그려야 할지조차 모르던 저에게 선생님과 동기들의 조언은 점점 나의  속으로 내가 걸어 들어갈  있도록 도와주었습니다.  많이 헤매다 만난 나의 10 풍광을 그려 봅니다.

 

 

1.  2020 ‘이런 나여서 너무 좋아’를 주제로  일기를 쓴지도 1년이 되어간다 자신을 모르고 외면한  꿈은 그려지지도 완성되지도 않았다.   자신을 살피고 치유하고 인정하고나니 서서히 나의 풍광이 선명해짐을 느꼈다.  환하게 웃는 어여쁜 나도가끔은 너무 속물적인 잣대로 사람을 판단하는 미운 나도길을 잃은  방황하던 미숙한 나도실수를 연발하던 부족한 나도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니 꼬인 실타래가 하나 둘씩 풀어짐을 느꼈다.  1년 전 포항에서 나의 풍광을 그릴 수 있도록 키워드를 주신 꿈벗 선생님들과 동기들이 생각났다.  그땐  말들이 갖는 의미를 마음으로 알아채지 못했는데 이젠   속으로 내가 들어와 있음을 느꼈다

 

2.   몸이 건강해야 마음도 건강하다 번의 홍역을 앓은 뒤로  관리는  삶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다.  아침에 일어나 500ml 미온수로 몸을 깨운  조용히 가부좌를 틀고 앉는다.  깊은 호흡에서 시작해 간단한 스트레칭으로 넘어간다.   다음은 근력 강화를 위한 본격적인 운동으로 몸을 단련한  다시 깊은 호흡으로 마무리 한다.    동안 수영에어로빅요가 등의 운동도 꾸준히 병행했지만 여전히 아침을 시작하는 나만의 운동을 10년째 진행하고 있다.  이제는 다른 기관의 힘과 의지 약한 나를 독려하기 위한 장치 없이도 나를 단련할  아는 내가 지금 여기 있다.

운동과 병행하여 1년에  번씩 정기적 실천을 통해 몸의 찌꺼기를 비워내는 디톡스 작업도 꾸준히 진행했다.  몸이 비워질 때마다 내 몸이 보내는 신호를  읽어내어 마음 단련과 함께 몸 속 단련도 중요함을 매번 알아챘다.  회차를 거듭할 수록 근력이 줄어드는 것을 경계하고 지방 줄이기 목적을 달성하니 나의 몸은  없이 아름다워졌다.

 

3.   이번 달에도 어김없이 독서 모임을 참여했다.  벌써 10년째 이어가는 꾸준한 활동이다.  때론 유명 작가와 함께하는 시간들도 있었고, 생소한 분야의 스페셜 게스트를 초청하여 생각의 전환을 꾀하기도 하였다. 때로는 팟캐스트 녹음도 진행했는데 그때 나누었던 이야기들을 다시 들어보고 그때의 생각과 지금의 생각을 비교하여 의식 흐름의 변화를 관찰해보는 형태도 진행했다. 인문학 강의도 참여하고자작  발표회 열어 끊임없이 발전성에 대해 논의하고 실천했다가장 큰 성과라 할 수 있는 건 독서모임에서 [나와 만나는 시간]이라는 자체 프로그램을 만들어 책을 통해 치유 받고자 하는 사람들과 함께 소통하며 그들에게 위안과 응원을 주고 있는 일이다.  작은 도서관  읽어주기 봉사활동도 진행하고 있어 모임은 더욱 풍성해졌다.

 

4.   2023년 제일 먼저 도착한 방장님이  흔들며 우리를 반겨줬다.  그동안 봄이면 음정으로 나물 산행을 다녀왔고여름이면 뱀사골 힐링 캠핑장에 터를 잡아 물놀이를 즐기고가을과 겨울엔 주로  지방에 떨어져 있는 지리산 친구들 집에서 모임을 하곤 했다이번 겨울 모임은 조금 특별하게 벽소령 산장에서 만남을 가졌다.  소띠들이 주축이 되어 모임이 시작된 만큼 50살이 되는걸 축하하기 위해 지리산에서의 달맞이 여행을 준비했다.  2000년 첫 인연이 되어 시작된 산행이 벌써 23년째이다.  다리 힘이 가능한 그 날까지 우리의 산행은 계속되지 않을까 싶다.  도착이 늦어지는 테러, 비로봉님과 탱이를 기다리며 독주를  모금 삼킨다.  이내 몸은 따뜻해졌다정월 대보름에 벽소령 산장에서 맞이하는 달맞이는 나의 풍광을 아름답게 비춰주고 있었다.

  

5.   202650 넘긴 나이답지 않게 배낭을 메고 앞서 성큼성큼 걷는 발걸음은 활기찼다.  배낭 꼭대기로 솟아오른 깃발엔 [조지아 와인과 함께하는 코카서스 탐방]이란 글자가 눈에 띈다매년 5형제가 모여 해외여행을 떠난다는 가족 단체여행이다.  지난번 알래스카 크루즈 여행 때 사전 모임을 통해 댄스 강연을 해 드린 것이 인연이 되어 이번에는 와인 여행으로 떠나오게 되었다.  이번 일엔 와인이 시작된 조지아 지역의 와이너리 탐방에 맞추어 와인 역사와 치즈이야기가 담겨있는 이수정 작가님의 책을 소개하며 사전 모임을 진행했다여행 가기 전 사전모임을 통해 그 지역 문화를 깊이 체험할 준비를 하는 과정은 인솔자의 역할이 주어진 일이지만 일과 나의 관심분야의 재능을 융합해 나만의 방식으로 풀어내며 여행 문화에 변화를 가져왔다.  일이 더 이상 일이 아닌 신나는 일이었다.

 

6.   2029H백화점에서 주최한 [주부모델 50 부문]에서 우승을 차지한  잡지사 인터뷰와 스튜디오 촬영의 연속이었다.  마흔 다섯이 되도록 꿈은 커녕 자신도 찾지 못해 방황하던 그때의 에피소드를 곁들인 인터뷰 기사는  책상  위에 놓여져 있다.  처음 주부모델은 상상에 불과했다.  그저 청소년 시절 유독 큰 키에 친구들이 모델이나 해보라는 장난 같은 말을 마흔 넘어서 다시 들으니 설레었을 뿐이었다.  그 꿈은 도저히 실현될 수 없을 것이라 생각하며 풍광 속에 넣기를 몇 번이나 망설였다.  그러다 모델이 된다는 생각만으로도 운동을 10분 더하게 되고, 구부정한 어깨를 의식하며 바른 자세를 유지하고, 못난이 내 얼굴을 유심히 들여다 보며 미소 짓는 일들이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었다.  상상은 현실이 되었고 나는 늘 꿈은 꿈꾸는 자의 것이라는걸 잊지 않았다.  50대가 넘어서도 건강한 웃음과 활기찬 에너지를 가지고 있는 나의 이미지와  맞는 아웃도어 브랜드 모델 일은  삶에 비타민이 되었다

 

7.   2022 5 4포항으로 달려가는 .  풍광이 실현되고 있음에 가슴이 요동쳤다.    김은경 선생님께서 운영하는 국제학교 어린이날 기념 특강으로 ‘도토리 숲에서 만난 꼬마철학자’ 재능 기부를 진행했다도토리를 이용해 공기 놀이도 하고다람쥐가 되어 도토리 찾기 놀이도 진행했다.  근교 숲으로 나가 우리가 가지고 놀았던 도토리 한 알이 어떻게 나무가 되는지 직접 만져보고 느껴보는 시간들도 가졌다.  작은 도토리 한 알 속에는 이미 거대한 참나무 한 그루가 오롯이 들어 있음을 아이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알아챘다.  똑똑한 녀석들.  아이들에게 나무들이 사는 세상 이야기를 들려준  각자가 생각하는 나와 자연이 닮은 점들을 이야기하는 시간도 가졌는데아이들의 엉뚱하고도 기발한 대답으로 나는 한 참이나 웃었다.  숲 해설 일을 시작하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지만 순수한 자연만큼이나 맑은 아이들은 어른의 스승임을  배웠다.

 

8   2025 크리스마스 파티를 위해 동호회 사람들이 모였다.  삼삼오오 와인과 맥주를 손에 들고 사람들은 자유롭게 이야기 꽃을 피운다.  그러다 갑자기 음악이 바뀌고  무리의 공연 팀들이 리드미컬한 음악에 맞춰 등장했다.  나는 중앙에 서서  키를 한껏 돋보이게 만든 빨간색 의상을 입고 그 동안 준비해 온 공연을 파트너와 멋진 호흡으로 펼쳐낸다.  공연이 끝나고 나서야 안도의 숨을 내쉬며 와인 한 잔 들고 무리 속으로 들어가 이야기를 나눈다.  이상 20대의 몸과 마음은 아니었지만 음악에 반응하는 자동 반사적인 feel 나이를 먹지 않았다.  잠시 동안 잊고 지냈던 음악에 대한 흥을 정열적인 라틴댄스의 살사 공연으로 표현할  있어 행복했다.

 

9   2028년 둘째 아이의 성인식이 있은 후 ‘엄마 졸업식’을 치뤘다.  남편과 난 둘째 아이까지 건강하게 성인이 됨을 자축하며 산티아고 순례길에 나섰다.  매일 매일이 강행군이었다.  발에 생긴 물집은 벌써 몇 번을 터트렸는지 모른다.  몸은 피곤하여 천근 만근인데 마음은 그저 즐겁기만 했다.  남편과 함께 산티아고  위에서 매일 다른 풍경을 만나고매일 다른 사람들을 만났다.  매일 다른 알베르게를 경험하는 일은  좋은 일만은 아니었지만  또한 순간 순간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길을 만났다.  침대벼룩을 만나 고생한 적도 있지만 45일간의  이동을 우린 함께 웃고함께 보고함께 느끼고함께 경험했다.   추억은 두고두고 함께 꺼내보며 이야기 하겠지.   우린 그렇게 함께 인생 2막을 지나가고 있었다.

 

10.  2030년 ‘SUNNY HOUSE’ 오픈

한옥으로 작으만하게 지어진 게스트하우스가 오픈 됐다.  입구엔 꿈벗 태성이가 만들어준 조형물이 이 집을 유니크하게 빛내주고 있었다.  서울 시내가 내려다 보이는 언덕진 곳에 자리 잡아 저녁에 보는 야경이 예쁜 곳이다.  마루 한 켠엔 무심한 듯 쌓아놓은 책이 한 가득 있고, 차를 마실 수 있도록 다기가 준비되어 있었다.  어느 곳 하나 정성스럽게 다듬어지지 않은 구석이 없는 이 집은 작지만 따뜻한 온기가 감싸고 있음이 느껴졌다.  이 집의 특별함은 이것만이 아니었다.  저녁마다 작은 앞마당에서의 잔치가 이 집을 찾게 만드는 이유가 되었다.  여느 시골 동네의 잔칫날 마냥 어느 날은 부추 지짐이로 온 동네에 기름 냄새를 풍기고, 어느 날은 진하게 멸치 육수를 내어 잔치국수 파티를 벌이기도 하고, 어느 날은 도시텃밭에서 길러진 상추쌈을 뜯어 삼겹살 파티를 벌이고, 어느 날은 나물 한 가득 고추장 팍팍 넣고 참기름 고소하게 비빔밥 파티를 하기도 했다.  어디 그 뿐인가. 두부 만드는 날, 김장하는 날은 그야말로 파티와 난장판이 어울러진 아수라장이었지만 방문객 누구 하나 얼굴을 찌푸리지 않았다.  함께 한국의 음식 문화를 체험하며 어릴 적 동네 잔치에서 맛본 행복감을 공유하고 있었다.  한국 방문이 처음이라는 미국인 마크는 김장 담그는 것도 재미있었지만 곁들여 먹은 수육에 엄지척 제스츄어를 보이며 내년 방문을 약속했다.  곳간 인심이 후한 덕에 입소문은 빠르게 퍼져 나갔다.

 

 

풍광을 그리며 알게 되었습니다.  무엇이든 배우기를 좋아하고, 새로운 것을 탐험하기 좋아하며, 좋은 것이 있으면 함께 나누고 싶어하는 내가 존재 했었다는 것을 말입니다.  해가 지날수록 그런 마음들이 하나 둘 씩 사라지는 것을 미처 모르고 있었습니다.   좋아하는 것을 배제한 삶을 살았으니 자꾸만 힘들어질 수밖에요.  이제는 저로 돌아가 꿈꾸며 살겠습니다.  꿈을 이루며 살겠습니다.  안 이루어질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발걸음 조차 떼지 못하는 어리석은 일을 또 하지 않겠습니다.


다시 가슴이 뛰도록 다시 꿈을 꿀 수 있도록 이끌어, 꿈과 현실에 다리가 되어주신 꿈벗 오옥균 선생님, 정수일 선생님, 김달국 선생님.  감사드립니다.



 

풍광이 그려질 수 있도록 옆에서 응원을 아끼지 않는 꿈 벗 동기들과 함께 완성된 10년 후를

꼭 만나고 싶습니다.   동기 여러분 사랑합니다.     2019 10 9.    꿈벗 46  조미선

IP *.46.245.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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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0.09 21:52:49 *.120.100.242

와~~~~멋지다.  왜 내 가슴까지 마구  뛰는거지

심신다지기부터 차근차근 시작해서 주부모델, 게스트하우스까지

큼지막하고 환상적인 풍광을 마련했네여.

게스트하우스 나두 놀러가야지~~~

격하게 꾸준히 응원합니다.

  꿈벗46기 윤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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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0.10 08:02:41 *.140.208.37

멋지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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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0.11 11:25:17 *.46.245.201

선배님 말씀처럼 초안이라 생각합니다.  처음부터 완전한 풍광이란 있을 수 없음을 알아채고 받아들여 온전한 저의 풍광으로 실현될 수 있도록 다듬고 다듬고 다듬겠습니다.   넘어지겠지요?  일어서겠습니다.  다치겠죠? 치료하겠습니다.   겪어야할 것들을 겪지 않고 지나갔을때의 고통을 이제는 조금 알 것 같으니깐요.  항상 응원과 지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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