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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3월 2일 15시 04분 등록

[ 꿈벗 40기 김동우  10대 풍광 VER2 ]

 

2017.02.25

 

1. MY BOOK LETTER(2017)


한 달에 한번 그 동안 고마웠던 분에게 어울릴 것 같은 책 한 권을 고르고, 첫 장에 마음을 담은 편지를 쓰기 시작한지 7달째 이다. 부모님과 첫 해외 여행을 통해서 얻었던 행복한 시간을 계기로 시작한 편지는, 매월을 시작하는 기분 좋은 의식이 되어 주고 있다.

막연히 즐거운 일들은 미래를 위해서 미루어 놓고 주어진 역할에만 충실하려 했던 건조한 일상이었는데, 이런 작은 행동 때문인지 몰라도 나는 매월을 시작할 무렵이면 점점 더 삶이 풍성해지는 느낌을 스스로 선물 받고 있다. 행복이란, 먼 미래를 기대하면서 미루어 두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을 나눌 때 느낄 수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한 번 더 들었다. 다음 달에는 어느 분에게 편지를 쓸 지 행복한 고민이다.  

 

 


2. 나 만의 서재 『시원』 (2018)


더위로 지친 오후, 오랜만에 내린 소나기가 시원스럽게 창문을 두드린다. 나는 창을 열고, 온 몸으로 소나기를 맞이해 본다. 바람을 타고 온 빗방울로 옷이 젖기는 했지만, 기분만큼은 개운하다. 친구 녀석이 보내온 우전차를 우려서 한 모금 마신다. 맑은 향이 몸을 타고 퍼지는 것 같다. 지난 달에 사다 놓고 못 읽었던 책을 꺼내서 한장 한장 넘겨 보다가, 내가 좋아하는 이루마의 피아노 연주곡을 틀어 본다. 한 주의 피로가 스르르 풀리는 것 같다.

여기에 들어서면 가끔, 나는 시간이 멈춘 듯 한 느낌이 든다. 스스로 만들었던 리스트대로 한권 한권 사서 읽었던 책들이 제법 공간을 차지 하게 된 것 같다. 주제별 작가별로 나눠 둔 책들은 그동안 어지러웠던 내 머리 속을 깨끗하게 비워 낸 듯 한 기분이 들게 한다. 그래서인지, 지그시 바라만 보아도 뭔가 해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작년부터 시작한 개인 대학은 내가 알고 있었다고 생각했던 지식들의 헛점을 여과 없이 드러내 주기도 하고, 체계적으로 재 정립해 주기도 하였다. 그리고, 하루에 조금씩 써 내려 간 글들은, 나만의 문체로 풀어낸 글을 만들어 내 주고 있다. 나만의 공간이라는 것이 만들어 내 안정감은, 자신의 시간을 스스로 살아 낼 수 있는 힘을 만들어 주는 것 같다. 이 곳을 통해서 채워진 시간은 나 스스로에게 '나를 나답게 해주는 에너지'를 만들어 내는 것 같다.

 

 


3. 세상에서 가장 쉬운 Brand building 입문서 『탄생』 (2019)


  브랜드빌더로 17 년간의 경험을 정리한 “탄생”이 벌써 3쇄째 인쇄되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쉬운 브랜드빌딩 입문서를 목표로 했기에, 누구나 알 수 있는 사례를 중심으로 글을 썼다. 화려한 이론 보다는 브랜드를 만들어 가면서 느꼈을 고민과 혼란스러운 감정들을 솔직한 느낌으로 풀어 놓았다. 중간 중간에 독자들이 자신의 상황을 점검해 볼 수 있는 “원시트 체크리스트”도 넣어 두었다. 거창한 사업계획서가 아니라, 체크리스트만으로도 자신의 브랜드를 점검해 볼 수 있기 때문에 초보자들에게 쉽게 와 닿는 글이라는 평가가 많은 것 같다 

  인터뷰를 통해서 신규 브랜드 런칭 뿐만 아니라, 한번 실패한 브랜드를 되살렸던 사장님의 조언들이 생생하게 담아 낼 수 있었기에 얼마나 절실하면서도 살아있는 경험이 담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이 책을 통해서, 들어 오는 강의와 세미나를 통해서 누구나 자신의 브랜드를 가질 수 있다는 희망을 전달할 수 있어서 남다른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 다음 책은 워크샵에서 얻은 경험을 토대로 워크북 형태의 실전서로 작성해 볼 생각이다. 자료 수집은 2/3쯤 진행 중이고, 어떤 형식으로 정리할 지를 출판사와 의논 중이다.

 

 


4. 주말농장 『감자 하나』(2020)


   『감자 하나』의 수확 축제일이다. 함께 농사를 지어본 이웃들과 함께 모닥불을 피워 놓고, 감자가 익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도시에서 자라서 농작물을 키워본 적은 없지만 로망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과 도시농부 프로그램을 같이 하면서 키워 온 열망으로 시작한 일이었다. 벌써 2년째 하는 이날은 아이들은 물론 우리에게도 매년 손 꼽아 기다리는 연례행사가 되어 가고 있다. 벌써 감자가 다 익었나 보다. 시커먼 숯이 묻은 잘익은 감자가 모락모락 김이 난다. 기다란 꼬챙이로 감자를 꺼내서 목이 빠지게 기다린 아이들에게 하나씩 건네 줄 수 있을 것 같다. 벌써 눈치를 챘는지, 아이들이 우루루 몰려온다.  

 


 

5. 샐러드까페 『풍성한 질 그릇』(2021)


   주말 농장에서 나온 야채들로 뭐 할까? 고민하면서 떠올랐던 아이디어로 시작한 샐러드까페는 주변 이웃들의 입소문으로 인근에서는 휴식 공간이 되어 주고 있다. 오전 시간동안 브런치를 즐기러 오는 사람들, 오후에 어린이집에서 아이들과 갈 곳이 없어서 방황하는 학부모들, 주말 아침을 준비하기 귀찮아 하는 이웃들이 우리 가게의 단골이 되어 주고 있다. 이제는 손님들이 알아서 자신이 원하는 샐러드를 만들어 먹기도 하고, 나에게 소스를 추천해 주기도 한다. 자연스러운 어울림이 좋다.

 


 

6. SLOW VILLAGE(2022)


오늘은 10번째 마을개설 계약서에 서명하는 날이다. 더 많은 것을 소유하기 위해서 바쁘게 살아가는 삶』이 아니라,  더 많이 느끼고, 즐기고, 나누는 삶』을 추구하는 이웃사람들을 위한 새로운 공동체 사업이 좋은 WIN-WIN 관계를 구축할 수 있게 되어서 너무나 기쁘다. 마음만 있었지 어떻게 시작할 지 몰랐던 첫 사업 때를 생각하면 입가에 미소가 띄워진다. 이제는 방송에도 몇번 소개되면서 많은 이들이 찾아 주고 있지만, 우연한 기회에 찾아온 경매에 성공한 행운이 없었더라면 시작되지 못했던 인생이었던 것 같다.

 사업을 시작하면서 사람들을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기회도 함께 가질 수 있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인생과 일을 통해서 직장생활을 하면서 배려하지 못했던 마음의 한 곁을 자연스럽게 내어 줄 수 있게 되었고, 건네는 손길을 잡으면서 나도 조금씩 조금씩 성장하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만남을 통해서 맺은 인연은 이제 카테고리별 모임으로도 발전하여서, 서로가 서로를 도움을 주는 네트워클를 공고히 해가고 있다. 앞으로 이 네트워크가 어떤 흥미로운 만남을 만들어 내면서 성장해 나갈 지 무척 기대가 된다.

 

 


7. 한 뼘씩 자라는 아빠들 모임 『그로잉 파더』(2023)


시원이 초등학교 학부모 모임으로 시작한 사이지만, 이제는 오랜 친구 사이가 되어버린 사람들이다. 아이들에게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살아가는 모습으로 삶의 즐거움을 알려 주자』라는 생각에서 시작한 모임이 지금은 아이들보다는 우리 자신의 성장을 서로 서로 돕고, 보완해주는 사이가 되어 버렸다. 그 동안 나눈 이야기들과 책과 동영상들을 통해서 누군가는 책을 내고, 누군가는 음악회를 열고, 누군가는 취미를 만들어 내고, 누군가는 직업을 바꿨다. 올해 말에는 그 동안의 성장을 축하해주는 행사도 만들어 보아야겠다.

 

 


8. 파주에서 활동하는 도전을 즐기는 스포츠 동호회 『파도』(2024)


평생 운동이라고 숨쉬기 밖에 하지 않았던 것 같은데내가 이렇게 운동으로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지내고 있을 줄 이야. 오늘 동호회에 새롭게 들어 온 신입회원들을 보면서, 내가 처음 운동을 시작했을 때가 생각이 난다. 바닷가 출신이라서 어릴 때부터 수영을 좋아했었지만,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습관이 없던 나에게는 엄청난 변화였던 것 같다. 요즘은 물 속에서 몸을 맡기고 있으면, 우주를 떠 도는 것처럼 편안함을 느낀다. 출퇴근 시간에 타는 사이클과 올해로 7번째 도전하는 마라톤은 나에게 은근한 자신감을 준다. 철인경기 풀코스에는 도전하기에는 힘이 들지만, 정기 모임과 행사를 통해서 운동 즐기고 사람과 어울리는 자체가 활력소가 되어 주는 것 같다. 주말이면 함께 사이클도 타고, 맛있는 음식도

나눠 먹을 수 있어서 인생이 참 풍성해 지는 느낌이다.

 


 

9. 스페인 라만차 마을에서 한 달 살기(2025)


 직장생활 만 22년 기념으로 주어진 한 달간의 휴가로 온 가족들과 함께 라만차에서 한달 살기를 하고 있다. 완만한 경사 길에 구불구불 여러 갈래로 갈라진 시골마을의 골목 사이를 기웃거리듯 걷는 것은 참으로 흥미로운 일이다. 좀처럼 제 모습을 쉬이 드러내지 않는 풍차를 자전거를 타면서 찾아 보는 것도 이 마을에서 만날 수 있는 소소한 재미이다. 그러나 골목을 두리번거리다 마을의 언덕에 오르면 집들 사이로 하얀 풍차들이 얼굴을 내밀기 시작한다. 한들거리는 유채꽃밭 사이로 고개를 내민 풍차들. 돈키호테가 거인 브리아레오스로 오해하고 돌격했다는 그 풍차들이 햇살 아름다운 오후에, 텅 비어 있는 듯한 고요한 마을 캄포 데 크립타나에서 상징처럼 우리들을 반긴다.

오늘은 이웃집 포도 농장으로 일하러 가서, 딸 아이와 직접 발로 밟아서 만든 와인을 맛보았다. 딸에게도 나에게도 오늘은 평생 기억에 남을 풍광이 되리라 생각된다. 이 기분으로 우리 둘은 어설픈 탱고를 추었다. 사실은 막춤이지만, 기분만큼은 집시가 부럽지 않다. 붉은 노을이 대지를 물들이기 시작한다.

 

 


10. 모터사이클로 떠난 실크로드(2026)


  친구와 함께 떠난 모터사이클 여행을 떠난 지 100여일 째이다. 그 동안 배워 온 크로키로 그린  그림과 친구와 나눈 대화는 한 권의 책으로 묶어서 아내에게 DHL로 보냈다. 아내도 부러웠던지, 3일 후에 마케도니아 스콥압공항으로 건너 온다고 한다. 거뭇거뭇한 하얀 수염으로 덮힌 얼굴을 보면 멋스럽다고 할 지, 지저분하다고 할지 아내의 표정이 기대가 된다. 공항으로 가려면 부지런히 가야 한다고 친구 녀석이 재촉한다. 오늘 저녁에는 와인으로 한 턱 쏘겠다고, 나도 너스레를 떨어 본다. 서쪽 하늘에 떠 다니는 구름이 참 곱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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