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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7월 23일 10시 48분 등록

2017 7.23  해운의 꿈이야기

 

1. 꿈토핑 더비움 프로젝트는 나에게 새 숨을 불어넣었다.

 

한때 사랑했고 열정을 쏟았던 변경연은 싸부의 죽음으로 잊혀졌다.

싸부의 명복을 빌며 매월 다니던 부활의 집 위령미사도 3주기를 끝으로 땅에 남은 그의 육신뿐 아니라 영혼까지 자유롭게 하늘과 바다로 보내 드렸다.

 

죽음은 언제나 새 생명을 품고 있으니 더비움으로 다시 시작했다.

텅빈 충만이 주는 행복은 이제 다시 땅에 묻혀 움이 틀 날을 기다리게 되었다.

 

처음으로 땅을 밟는 새싹처럼 언제나 새날을 시작하고 있다.

산다는 것은 수많은 처음을 만들어가는 끈임없는 시작입니다.“ 신영복

 

 

2.신영복 선생님에게서 붓 잡는 법을 배우며 시작했던 더불어숲 서여회의 16번째 전시회가 열렸다. 올해 출품작은 도연명의 신석이다. 남은 인생을 살아갈 마음의 다짐이 담긴 글이다.

 

큰 물결 따라 커다란 조화 속에서 기뻐하지도 두려워 하지도 않으리니

해야할 일 곧 해버리고 말지 홀로 깊은 고민에 빠질 일이 없네.“ 도연명

 

 

3.도연명의 귀거래사는 시의 결정판이다.

 

시인의 시를 따라 쓰고 시 쓰는 법을 배우고 시 낭송을 해보고 시를 그림으로 그려보기도 하고 변경연 연구원일 때는 시를 향한 짝사랑을 멈출 수가 없었다.

늘 나올듯 말듯 애를 태우던 시를 한줄 썼다. 드디어.

이제 시도 원할 때는 끝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세상의 많은 시인들이 좋은 시 한편 쓰느라 몹시 끙끙 댄다는 비밀을 어느 시인에게 듣고 위로 받았기 때문이다.

 

한 줄도 너무 길다.” 류시화

 

 

4. 일본어 수업을 시작했다.


40년 전에 시작해서 아직도 끝을 보지 못한 일본어 수업.

그림책 읽기로 시작해서 이제 일본어 원서읽기로 발전했다.

어린왕자를 읽기로 했다. 내가 최고령이어서 그만 이 독서모임의 회장이 되고 말았다.

가타가나 히라가나도 아직 제대로 구별 못하지만 용기와 열정으로 해묵은 숙제를 풀어내고 있다.

 

5. 아프리카로 떠났다. 지난 여행에서 쉴 곳을 보아 두었다.


보츠와나의 프랜시스 타운. 그곳에서 3개월 머물며 건강을 돌보고 있다.

허리가 아프고 자주 지쳐서 대자연이 주는 신비에 삶에 지친 영혼을 맡기기로 했다.

이런 시간을 위해 아끼며 모아두었던 자금을 풀기로 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그냥 나는 자유다.

 

6.뉴욕에 와 있다.

 

토마스 머튼이 공부하고 강의했던 컬럼비아 대학에 유학 왔다.

오래전에 이 대학에서 공부하고 싶었지만 결혼생활에서 풀려날 수가 없어서 늘 마음한편으로 때를 기다리고 있던 일이다. 물론 이제는 그냥 어학코스에 등록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때가 익을 때까지 기다리고만 있는 것은 바보짓이라는 것을 깨달았고 지금이라도 이렇게 오게 된 것을 기뻐한다.

 

7.서울에 관한 책을 썼다.


늘 걷는 것을 좋아했다. 글이 써지지 않을 때나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할 때는 늘 바깥으로 나와 걸었다. “바깥 은 새로운 만남이 시작되는 곳이다. 그리고 내게는 생각이 발바닥에서 시작되는 것 같다. 나는 자주 걷는 다. 그리고 많이 걷는다. 걷고 나면 잠들기 전에 그날 걸어온 곳을 되돌아본다. 나는 남산 아래 충무로에서 태어났고 역사공부 하는 친구들과 서울의 유적지를 많이 다녔다. 혼자 산책을 다닌 곳도 많다. 그러니 하루 밤에 읽는 서울에 관한 책을 쓸 수 있었다. 수많은 밤을 걷고 하루 밤에 뚝딱 서울을 이야기 했다.

 

8. 죽기 전에 무엇을 하고 싶을까?


죽기 전에 총정리를 하고 싶다. 늘 꿈꾸던 일이다. 텅빈 조용한 방.

이룰 수 없는 꿈이란 걸 안다. 그러나 이룰 수 있는 것만 꿈꾸는 건 아니지 않을까?

그렇게 큰 꿈을 꾸며살던 내가 드디어 꿈을 이루었다.

완전히 정리된 내 공간이 내 앞에 있다. 더 바랄게 없다.

 

9. 나는 죽었다.


이제야 긴 여정이 끝나 드디어 휴식을 얻었다.

많이 아프지 않고 3일을 누워 있다가 죽었다.

 

10. 나는 오백만의 꿈에 내 꿈도 하나 채워 넣기로 했다.


좋은 꿈을 꾸었으니 이제 좋은 아침이다.

하루의 시작은 글쓰기로부터 한다.

그리고 그날 쓴 글은 그날 끝맺기로 했다.

좋은 꿈은 좋은 일로 끝이 나겠지?

그래서 지금 나는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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