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나를

5천만의

여러분의

2017년 9월 30일 11시 30분 등록

사람들은 내게 묻는다. “왜 우리는 이 땅에 태어나는 걸까요?”

그러면 나는 그저 이렇게 대답한다. “사랑하는 법을 배우기 위해서지요.”

 

피에르 신부의 <단순한 기쁨>중에서

 

 

1. 딱 몸이 허락하는 그 만큼만

 

끔찍하던 불면의 밤들을 잊지 못한다. 해가 있는 시간도 버겁기는 마찬가지였다. 이리도 힘들게 버텨야하는 것이 삶이라면 언제 끝나도 아쉬움이 없다고 생각했다. 응석도 투정도 아닌 진심이었다. 그렇게 아픈데 하나 없는 그녀는 세 걸음도 채 떨어지지 않은 화장실에 갈 힘을 모으는데도 적지 않은 시간을 써야했다. 그 시간들은 그녀에게 이었을까?

 

더 이상 할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다는 것을 받아들였을 무렵이었다. 그녀의 몸 어딘가에 숨어있었으나 그동안은 차마 모습을 드러내지 못하던 작은 생각하나가 의식위로 떠올랐다. ‘어차피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 멋진 거, 폼나는 거 뭐 그딴 거 다 집어치우고 그냥 내 몸이 허락하는 그 것이라도 맘껏 즐기다 가자!’

 

그렇게 다시 시작된 삶이 그녀를 여기까지 데리고 왔다. 그렇게 오직 자신을 위한 선물 같은 시간이 쌓이고 모여 만들어진 그녀의 두 번째 인생. 그런데 참 신기한 일이다. ‘자타공인 초강력 이기주의자인 그녀 곁에서 사람들은 왜 그리도 환하게 빛나는 걸까?

 

 

2. 지금 여기 눈에 담긴 그 한 사람

 

도무지 멀티태스킹이 되지 않는 몸을 가졌다는 것을 온전히 받아들인 것도 그 어둠의 시간이 준 선물이었다. 욕심을 내봐야 쓸데없다는 것을 알고 나니 선택이 명료해졌다. 마음을 나누는 기쁨을 포기할 수 없다면 오로지 지금 여기 자신의 눈 안의 한 사람에 집중하는 수 밖에.

 

그녀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던 자신의 마음에 닿는데 꼬박 마흔 세 해가 걸렸다. 그러니 어찌 더 욕심을 낼 수 있을까? 아니 욕심낼 이유가 없다는 편이 더 정확한 표현일지도 모른다. 70억 인구 중 단 한 사람을 사랑하고도 이미 넘치도록 충만해진다는 것을 체험했기 때문일거다. 하지만 여기서 멈추지 않는 이유는 단 하나. 너무나 궁금하다. 이 사랑이 더 깊어지고 더 넓어지면 도달하게 될 신대륙. 그 땅의 감촉을 몸에게 알려주고 싶다. 그와 함께 나누고 싶다.

 

3. 영혼의 소리와 만나는 시공, 명상

 

잘난 척 해도 소용없다. 머리가 아무리 수선을 떨어도 마음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는다. 자세와 태도가 준비되었을 때만 진짜 이야기를 들려준다. 머리가 지어낸 이야기가 아닌 몸이 기다리는 바로 그 이야기가 아니면 부산을 떨어봐야 아무 소용없다. 되는 일없이 몸과 맘이 함께 상해갈 뿐이다.

 

그녀에게 명상은 영혼과의 대면. 그녀는 알고 있다. 그녀에게 속한 모든 자원에는 임자가 따로 있다는 것을. 자신의 역할은 오직 메신저에 불과하다는 것을. 정확하게 주소를 받아적어야 제대로 배달할 수 있다. 물론 아직은 실수가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엉뚱하게 듣기도 하고 잘 듣고도 금새 잊기가 일쑤다. 하지만 언젠가는 실시간으로 영혼과 통신할 수 있는 몸과 마음을 얻을 날이 오리라는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그 희망이야말로 그녀의 지금을 충분히 달달하게 하는 천연감미료일지도 모른다.

 

4. , 최소한의 경제적 자유

 

많을수록 좋은 것이 돈이라고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다. 없어도 얼마든지 행복할 수 있다고 믿던 시절도 있었다. 그 생각과 믿음을 실험하며 마흔 세 해를 살고 난 무렵 그녀는 지혜로운 사람은 최저 수준을 넘는 부의 증가는 행복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무리 지혜로운 사람도 최저 수준을 밑도는 부밖에 얻을 수 없는 경우, 행복의 수준은 지극히 낮아지며 비참한 상태에 빠질 것으로 예상한다.’는 애덤 스미스의 의견에 완전히 공감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다면 행복을 해치지 않을 만한 최소한의 한계점은 어디쯤일까? 오랜 실험 끝에 그녀가 내린 결론은 오직 자신만을 위해 쓸 수 있는 돈 월 100만원. 연봉으로 치자면 1200만원. 수치가 명료해지자 그녀는 저절로 움직이기 시작했고 오래지 않아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다. 영혼이 원하는 일을 하면서 번 돈으로 여행도 하고, 공부도 하고, 맛있는 것도 사먹고. 직장생활을 하던 때에 비하면 턱없이 모자란 수입이지만 충만함은 도저히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다.

 

5. 엄마만 행복하면 그만이냐고?

 

퇴사를 고민할 때 가장 마음에 걸렸던 것이 아이들이었다.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과연 남편의 수입만으로 아이들을 키울 수 있을까?’ 하는 질문에 흡족한 대답을 얻을 수가 없었다. 아이들만은 남부럽지 않게 키우고 싶었으니까. 하지만 버티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상해가는 몸과 맘. 축 늘어진 몸으로 집에 들어오면 아이들 눈 한번 맞춰줄 기운이 없었다. 그러면 안 되는 줄 알면서도 막 화가 났다. ‘내가 누구 때문에 이 고생을 참고 있는데...니들이 어떻게!’ 자신도 모르게 마음속 말들이 아이들을 향해 쏟아졌다.

 

아이들이 부족함 없이 쓸 수 있을 만큼의 돈을 벌면서도 사랑으로 충만할 수 있다면 제일 좋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그녀는 이제 더 이상 망설이지 않는다. 물론 아쉬움이 아주 없지는 않다. 친구들이 다 다니는 학원에 가고 싶다는 아들과 이쁜 새 옷을 바라보는 딸아이의 표정을 볼 때 마음이 그저 편치만은 않은 것이 사실이었다. 저도 모르게 올라오는 불안에 어쩔 줄 몰라 한 적도 많았다. 그러나 그런 시간들이 있었기에 아들은 스스로 공부하는 재미를 알게 되었고, 딸은 새 옷이 아니라 오히려 더 신나게 놀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런 아이들을 지켜보는 그녀는 점점 더 평화로워져갔고, 그런 엄마 곁에서 아이들은 점점 더 충만해져가는 이 아름다운 순환. 돈으로 사려면 얼마가 필요한 걸까?

 

6. 뒤늦게 알아본 소울메이트

 

따지고 보면 이 모든 것이 든든하게 자리를 지켜준 그 덕분이었다. 이처럼 명백한 사실을 깨닫는데 어쩌면 그리 오랜 시간이 걸렸던 걸까? 고맙고도 미안한 마음이 그녀를 꽉 채웠다. 그리고 그 마음은 곧 무한한 사랑으로. 언제부터였을까? 답답하고 말이 안 통하는 줄만 알았던, 성실한 건 인정하지만 그 이상을 바래봐야 맘만 상할 뿐이라고 체념하게 하던 그 안에 다른 남자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렇구나. 그런 거구나. 묵묵히 자리를 지키는 것으로 충분히 표현하고 있는 그 사랑을 알아볼 여유가 없었던 내가 문제였던 거구나!’ 그녀는 최선을 다한다. 그를 오직 책임감으로 자리를 지키는 슬픈 가장으로 만들지 않기 위해서. 우리가 누리는 이 기쁨을 그와 충분히 나누기 위해. 우주가 보내준 소중한 소울메이트를 보살피기 위해.

 

7. 스스로 만족하는 삶에서 함께 나누는 삶으로

 

삶은 어찌 이리도 아름다운 걸까? 감탄이 끊이지 않는 이 삶은 어찌 내게로 찾아와 준 걸까? 고맙고 고마운 한 가운데로 찾아온 또 하나의 질문! ‘이 상태를 연장해가는 것이 남은 시간의 의미일까? 오직 그뿐이라면 굳이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할까?’

 

그럴 리가 없다. 오직 그녀만을 위한 기쁨이라면 이리도 넘치게 쏟아질 이유가 없다. 그녀가 주위를 두리번거리기 시작한 것도 아로 그 때문이었다. 기쁨은 텃밭에서 오늘 수확한 야채와 같은 것, 먹을 만큼 먹고 나면 바로바로 나누는 게 맞다. 아깝다고 쥐고 있어봐야 그만큼 시들어질 뿐이니까.

 

8. 혼자가 벅차다면 팀!

 

뜻밖에도 넘쳐나는 수확에 당황한 그녀. 황급히 팀을 꾸리기 시작했다. 팀원 선발의 기준은 딱 하나. ‘그녀를 움직이게 하는 그 지점을 체험한 자그들에게 많은 말은 필요치 않다. 이미 충만한 그들은 무리하지 않는다. 욕심내지 않는다. 심지어 더 많이 나누고 싶은 마음도 과하다 싶으면 과감히 내려놓는다. 사람에게 돌아가지 못한 것은 자연으로 보내주면 그 뿐이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꾸만 늘어나는 팀원들. 마음에 사랑의 꽃을 키우는 그들의 시간이 마을을, 사회를, 그리고 온 지구를 물들인다. 한 때 우리를 두려움에 떨게 했던 ‘4차 산업혁명도 그들 앞에서는 온순한 반려동물에 불과하다. 양날의 검을 바르게 쓰는 법을 알고 있는 그들이 있어 지구는 더 이상 좌절을 말하지 않는다.

 

9. 우리가 하나라는 진실

  

알아차리기만 한다면, 받아들일 수만 있다면 지금이라도 당장 해결할 수 있는 아픔들이 너무나 많다. 하지만 그렇다고 방심은 금물. 필요한 모든 것을 손에 쥔 채로 단지 알아차림이, 받아들임이 늦어 감당해야할 슬픔들 또한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도 그녀는 설레는 맘으로 눈을 뜬다. 그가 너무 늦지 않도록, 또 다른 그녀가 너무 오래 망설이지 않도록 돕는 것이 자신이 지구라는 아름다운 별에 머물게 된 이유임을 알고 있기에, 다시 주어진 하루가 감사하기만 하다.

   


10. 또 다른 만남

 

그녀가 사라졌다. 그렇게 스스로의 기쁨으로 세상을 기쁘게 하겠다던 그녀는 10년간의 여행을 마무리했다. 언제 어디서 어떤 모습으로 그녀를 만나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그녀를 아는 누구도 의심하지 않는다. 도저히 짐작할 수는 없지만, 그러나 너무나 그녀다운 모습으로 반드시 다시 만나게 되리라는 것을. 지금쯤 어딘가에서 새로운 만남을 위한 거듭남의 의식을 치러내고 있으리라는 것을. 그래서 그녀의 부재는 슬픔이기보다는 설렘에 훨씬 가까운 사건임이 틀림없다는 것을. 부디 건강하게 나타나주기를 기다리는 그들의 그리움은 깊어만 간다.


1. 2010.1.1. 버전 1. 0 www.bhgoo.com/2011/index.php?mid=history5&page=9&document_srl=53395

 

2.2012.7.22 버전 2.0  www.bhgoo.com/2011/index.php?mid=history5&search_target=user_id&search_keyword=myogi75&document_srl=355905

 

3. 2012.10.26 중간점검 www.bhgoo.com/2011/index.php?mid=history5&search_target=user_id&search_keyword=myogi75&document_srl=396733

 

4. 2017.2.26 버전 3.0 www.bhgoo.com/2011/index.php?mid=history5&search_target=user_id&search_keyword=myogi75&document_srl=817158

 


IP *.130.115.78

프로필 이미지
2017.09.30 21:56:27 *.221.144.247

한 편의 시같습니다. 응원합니다~!!

프로필 이미지
2017.10.20 22:50:57 *.130.115.78

응원해주셔서 감사드려요~ ^^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