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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9월 30일 21시 37분 등록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을 만난지 10년이 되는군요. 

2008년 크리스마스에 진행한 21기로 참석을 했었죠.


그 때 쓴 풍광, 이번에 쓴 내용과 많이 달라지지는 않았습니다.

세세한 내용은 달라져도 맥락은 유지가 되고 있네요.


2008년 쓴 풍광(클릭) 


이 풍광을 써 놓고 2010년에 결혼과 박사학위는 바로 이루어졌죠..

몇 개는 연도는 다르지만 진행 중인 것이 많습니다.

글을 쓰거나 말을 하면, 스스로 힘이 되어 움직인다고 하더니

정말 그런가 봅니다. 자성적 예언이라고 했던가요.


이번 꿈토핑더비움4기를 하면서 다시 풍광을 정리했습니다.

얼마나 실현이 될지는 두고봐야겠죠.^^ 


1. 2018년 4월 유럽 이탈리아 로마 (50세)


오랫동안 계획했던 대로 2월 말로 회사를 그만두고 지금은 유럽여행의 마지막인 로마에 있다. 로마의 휴일에 나오던 유명한 분수대 앞 카페에서 남편과 함께 맥주와 피자를 먹고 있는 지금, 난 여유를 만끽하는 중이다. 4월의 로마는 여전히 많은 여행객들로 붐비고 있다. 해가지는 모습도 좋고, 이런 곳에서 좋아하는 맥주와 피자를 먹고 있는 나는 참 편안하다. 그 동안 했던 고생에 대해 나에게 주는 최고의 선물을 주고 있는 중이다. 나이가 50이 되면 더 이상 남의 밑에서 일을 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래서 회사를 그만두고 조금 쉬는 중이다. 1991년부터 시작한 직장생활을 참 오래도 했다 싶다. 중간에 약 1년을 강의하고, 코칭하면서 돌아다닌 것을 제외하면 늘 직장생활을 했고 직장인으로 살았다. 과연 그 중에서 몇 %나 스스로 원해서 출근을 했을까.. 아마 10% 정도? 그렇게 불만스러웠던 직장을 그렇게 오랫동안 다닌 나도 참 대단하다 싶다. 


여행 막바지.. 새로운 삶에 대한 기대로 흥겹기도 하고 살짝 긴장도 되는 시간들이다. 하지만 예전에 처음으로 회사를 그만뒀을 때와는 다른 상황이라 두려움은 전혀 없다. 어떤 일을 하면 재밌을까, 그 일을 다 할 수 있을까..하는 기대가 더 크다. 하지만 이번 여행은 정말로 나에게 주는 선물이다. 지금까지 잘 살아왔다고 말이다. 토닥토닥.

다시 돌이켜 봐도 반쯤은 장난으로 내지른 일도 일단 내지르면 그 방향으로 음직인다는 현실에 놀라고 있는 중이다. 작년에 40일짜리 유럽항공권을 예약할 때, "이게 되겠어? 안되면 반환하지 뭐..."했다. 그렇지만 그 후에 일상이 그렇게 변화해갔다. 지금까지 10년 넘게 공부하고 준비한 코칭을 작년 10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했고, 짧은 기간에 두 권의 전자책을 출간했다. 개인 코칭과 그룹 코칭, 몇 개의 스터디모임을 운영하고, 또 짬짬이 글을 쓰는 등 몸이 많이 바빴다. 반대로 하고 싶은 일을 하는 터에 마음은 늘 즐거웠다. 그 일들을 해가면서 점점 느껴지는 것이 '그래, 이게 내가 정말 하고 싶었던 거였지.. '하는 내면으로부터의 자각이었다. 덕분에 더 쉽게 2월에 사표를 던질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지금 이 여행, 정말 흥겹고 즐겁고, 행복하다.

2. 2019년 가을, 밀양의 시골집이다. (51세)


 부산에 내려오면서부터 시골집에서 살고 싶은 마음이었다. 드디어 작년에 시골집으로 근처로 이사를 하고 이제는 가을을 맞이하고 있다. 집 앞 마당에는 과일나무가 한가득이고, 엄마와 함께 겨우내 먹을 곶감을 만든다고 감을 열심히 깍고 있다. 엄마와 아빠는 여전히 건강하시고 나와 남편도 함께 편한 시간을 가지고 있다. 집은 새로 지을까 고민 중인데, 아직 결정을 하지 못했다. 엄마와 아빠가 함께 살아온 집을 부수고 새로 짓기 보다는 리모델링을 생각하는 중인데, 그 결정도 쉽지는 않다. 아이들이 있지도 않고 앞으로 남편과 나, 둘이서 살아갈 집인데 그리 크게 지을 필요가 있을까 싶기도 하고..


시골집에는 여러가지 과실수가 많다. 2016년 가을에 부모님이 엄청난 비용을 들여서 옮겨심었던 소나무들이 그 다음해 가뭄으로 거의 반 이상 죽어버리니 엄마가 엄청나게 낙담을 하셨다. 그 자리에 지금은 영산홍이 심어져 있다. 남편과 내가 직장생활을 정리한 봄에 가장 먼저 한 것이 그 일이다. 나무는 앞으로 나이가 들면 더 푸르러 질 거니까.. 한편으로는 조금 더 길게 보고 호두나무를 심을까도 논의 중이긴 하다.


그리고 빼 놓을 수 없는 가축들. 강아지는 늘 그렇듯이 예삐와 그 새끼들이 진을 치고 있고, 유기묘였다가 우리가족이 된 찡찡이도 우리가 시골에 올 때는 늘 함께 한다. 한 구석에는 남편과 남동생이 함께 지은 닭장이 있어 매일 아침 따뜻한 달걀을 나눠 준다. 

한 쪽 400평의 땅에는 김장을 할 배추와 무우가 크고 있고, 한여름 땡볕에 잘 마른 고추도 있고, 가을이 되니 탐스러워지는 호박도 두둥실이다. 엄마가 늘 애정하는 상추와 갖가지 야채들이 즐비하고, 오늘 저녁은 부추에 청양고추를 넣은 부추전이다. 막걸리를 부르는 부추전이다.

3. 2020년 봄, 코치로 교수로 바쁜 나날 (52세)


회사를 떠나면서 한 반년을 쉬었나 보다. 그리고 바로 학교 강의를 시작했다. 예전에도 회사를 떠나자마자 강단에서 강의를 했기에 뭔가 특별히 더 준비를 하지는 않았지만, 그 때와는 다른 아이들을 만나기에 더 마음이 기쁘다. 그리고 그 때는 느끼지 못했던 사명감도 더 커졌다고 할까..


강의시간이 아닐 때는 학생들과 이런저런 워크숍을 하면서 보낸다. 정식 교수가 되기 보다는 나에게는 그냥 겸임교수라는 직함이 가장 딱이다. 이제는 더 이상 조직의 체계적인 틀 안에서 움직이고 싶지 않다. 마음내키는대로 이리저리 부평초처럼 떠 다니는 인생도 나름 재미있어 지는 중이다.


게다가 개인코칭도 점점 많아지고 있다. 사람을 돕고 싶다는 마음이 통해서 인가 나를 찾아왔던 고객분들과 인연이 계속되고 있고 그 분들을 통해 새로운 고객이 등장하고 있다. 부산에서 코칭을 좀 한다는 소문이 나기는 났나 보다. 나는 요즘 "그냥 마음 편하게 이야기를 하는데, 뭔가 방법을 알게 해주는 사람"이라는 소리를 듣는다. 그럼... 그럴려고 내가 코칭 공부를 얼마나 많이했는데. 어쨌든 반갑고 고마운 상황이 계속 일어난다.


강의와 코칭이외에도 몇 가지 다른 일도 하고 있다. 그룹코칭과 코칭강의는 지속적으로 하는 일이고. 가끔은 특강도 하고, 면접위원이 되기도 하고, 심사위원이 되기도 하고. 지금도 두세 건의 프로젝트 의뢰가 들어와서 시간을 조율 중이다. 

4. 2021년 젊은이들과의 만남이 좋다. 재능기부 (53세)


2011년 비전챔피언을 시작한 것도 거의 재능기부 차원이었다. 당시 회사사람들을 대상으로 매주 저녁마다 모임을 만들어서 밤이 새는 줄도 모르고 모임을 운영했었다. 첫 회사를 퇴직하기 전에 4기까지 운영을 했고, 두 번째 회사에서도 3기까지 운영을 했는데, 이제 그 프로그램을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재능기부차원에서 하고 있다. 가끔은 대학생이 참여하기도 하는데, 그들로부터도 요청이 있지만 더 이상은 나에게 무리인 듯해서 자제하고 있는 중이다. 이 프로그램은 메뉴얼을 만들어서 전자책으로 출간했으니 그들에게는 그냥 책을 사서 직접 하면 안되겠니..하며 윙크를 날리는 중이다. 이러다 조금 더 짬을 내서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한다. 워낙 일을 만드는 체질이라서 말이다. 


하긴 이 프로그램 이외에도 또 있다. 2017년 처음으로 접한 고단백저탄수화물 다이어트와 더비움 프로그램을 연달아 경험하면서 몸에 대한 중요성, 먹는 것에 대한 중요성도 많이 깨달았다. 그래서 그 프로그램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2017년 가을에 행복비움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순전히 재능기부차원에서였다. 그런데 그 프로그램도 하나의 정규프로그램이 되어서 운영 중이다. 이 프로그램을 위해 건강관리사, 약용식물관리사 등 몇 가지 자격증도 땄는데 시험까지 보면서 뭐하는 짓인가 싶기는 했다. (이 공부를 할까 싶기는 하네요...ㅎㅎ) 

5. 2022년 10번째 책을 출간하다. (54세)


책을 순풍순풍 출간하는 중이다. 2017년 탐탐일가를 통해 혼자 출판했던 책을 개정해서 정식으로 출판사를 통한 전자책 "직장인생존전략, 대학원이나 가볼까"를 출간한 이후로 2018년까지 총 4권의 전자책을 더 출판했다. 두 번째 책은 "이직이나 해볼까"로 2013년부터 시작했는데, 2017년 말이 되어서야 나왔다. 작은 전자책을 이렇게 오랫동안 쓰다니… 그 다음부터는 조금 쉽게 써졌다. 경험을 담고, 글감이 넘쳐나니 시간만 내서 내 속에서 글이 흘러나오도록만 하면 되었다. 그렇게 해서 1년 사이에 세 권을 더 출간했다. 세 번째 책은 "직장인생존전략 코치나 되볼까?", 네 번째 책은 "당신의 꿈을 찾아드립니다." 이 책은 그동안 운영했던 비전찾기그룹코칭 프로그램의 매뉴얼을 책으로 만든 거다. 다섯 번째 책은 "코칭, 나의 삶을 바꾼.."이다. 코칭을 만나지 않았다면 내 삶이 어떻게 되어 있을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아마도 직장에서 짤리지 않으려고 기를 쓰고 있는 중년여성의 모습.. 아, 생각하기도 싫다. 


여섯 번째 책은 지금까지 직장생활을 하면서 겪은 일을 적은 어쩌면 자서전 같은 책이다. 이 글은 2017년 초부터 브런치에 연재를 시작했는데 전체 직장생활을 담아내고, 마지막 직장생활의 내용까지 담아내느라 조금 늦어졌다. 일곱 번째 책은 여행과 삶에 대한 책으로 지금까지 여행을 하면서 겪은 내 삶의 변화 이야기를 담고 있다. 흐름이 주제이고 시골생활에 대한 이야기, 지금까지 여행을 하면서 겪은 경험과 체험, 깨달음이 담겨있다. 여덟 번째 책은 명상과 자기계발에 대한 책, 아홉 번째 책은 건강에 대한 책이다. 그리고 이제 열 번째 책은 코칭을 하면서 겪은 일을 쓴 책이다. 이 책에는 많은 경험을 녹인다고 했는데, 얼마나 많은 것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마음이라도 알아줬으면 한다.

6. 2023년 남편과 내 사무실이 있는 빌딩주인 되다 (55세)


부산에 내려가면서  시작한 재테크공부가 벌써 10년 가까이 된다. 그동안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으나 어찌되었든 10년을 바라보는 시점에 그렇게 가지고 싶었던 상가건물을 가지게 되었다. 1층은 분위기 좋은 카페가 2,3층은 사무실로 쓸 수 있는 공간이다. 그곳 4층에 나와 남편의 사무실이 있다. 서로 다른 사업을 하지만 공간은 함께 공유할 수 있도록 리모델링을 했다. 


이 빌딩은 우리에게 두 가지 의미가 있다. 하나는 생활비에 대한 걱정을 많이 덜 수 있게 되었다는 것, 또 하나는 남편과 내 사업의 기지라는 점이다. 이제 사무실까지 안정적으로 마련이 되었으니 각자의 사업에 대한 구상, 앞으로 미래를 계속 영위할 수 있는 공간이 될 거다. 


내 사무실에는 역시나 책들이 빼곡하다.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들을 수 있게 조금 거금을 들여서 블루투스 스피커도 장만을 했다. 지금도 나에게 재즈를 알게 해준 Gerry Mulligan의 Night Light이 흐르고 있다. 편안한 웜목의자와 원목탁자가 있고, 향기로운 차와 커피를 마실 수 있다. 쉬면서 책을 읽거나, 고객들과 미팅이나 1:1 코칭도 할 수 있는 다용도의 공간이다. 옥상에는 쉴 수 있는 테라스도 있다. 멀리 낙동강이 보이는 곳이라 운치도 있고, 가끔은 소규모의 파티를 하기도 한다.  지난 번 와인파티는 열분 정도가 모여서 그동안 읽은 책과 영화, 여행, 삶에 대한 이야기를 하느라 12시를 훌쩍 넘겨서도 흥겨운 시간이 계속 되었다. 함께 일하는 파트너 코치님들, 각자의 자리에서 지식을 나누어주는 강사님들, 교수님들이 함께 했다. 늘 지금과 같은 삶이 계속 되면 좋겠다.

 

7. 2033년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는 기부 가든파티 (65세)


아침부터 서울로 올라온다고 많이 서둘렀다. 늦장을 부리는 남편을 제촉하느라 힘을 너무 많이 썼나 파티장에 도착했을 때 벌써 다크서클이 내리기 시작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함께 했던 코치님들을 보니 다시 에너지 회복. 역시 코치님들은 에너자이저들이다.


65세. 벌써 나이가 이렇게 되었다. 약 15년, 본격적으로 코칭사업을 시작하면서 많은 분들을 만났고 도움을 받았다. 그 분들을 한 자리에 만나기가 쉽지 않은데, 오늘이 그런 날이다. 원래부터 인연이 있던 많은 분들, 박정영코치님, 남관희코치님, 현미숙코치님, 박양지코치 등등 국내 코칭계를 이끌고 있는 분들은 물론 신참 코치, 그리고 코칭에 관심이 있는 많은 분들이 참석을 했다. 


오늘 가든파티의 목적은 기부다. 드디어 한국에서도 기부파티 문화가 확산되기 시작했고, 여러 곳에서 기부파티가 열리고, 많은 분들이 흔쾌히 파티에 참석한다. 특히 코칭계는 발을 벗고 나서기 시작했다. 코칭의 기본 철학이 인간에 대한 인정과 믿음이라 그런지 특히 코치님들이 앞장을 서신다. 이번 파티에서는 국내에서 내놓으라 하는 코치님들의 코칭이 경매로 나와있다. 얼마나 높은 가격에 낙찰이 될지, 누가 가장 높은 가격이 될지 조금은 관심이 있어하는 눈치다. 나도 기부코칭으로 참여하기는 했는데, 결과가 어떻게 될지 조금 긴장이 되기는 한다. 이번 파티에는 부부동반이라 옆에 있는 남편도 살짝 기대를 하는 눈치다. 이러다 가격이 너무 낮게 되면 어떡하지? 조금 걱정이 된다.. 


아직까지 코칭계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음에 나 자신에게 감사하다. 아직도 체력과 정력과 정열, 그리고 코칭에 대한 욕망이 한가득인 나를 보면서, 이런 에너지는 분명히 엄마로부터 물려받은게 틀림없다는 생각을 한다. 일흔다섯을 넘긴 나이에 처음으로 수채화 붓을 든 엄마. 그 엄마의 열정은 내 피 속에 그대로 흐르고 있다.    

 

8. 2038년 팔팔한 나이 (70세)


여전히 건강은 좋다. 전원의 삶, 그리고 좋고 바른 먹거리, 바른 운동, 바른 움직임, 바른 생각. 이런 것들이 내 삶을 관통하면서 삶은 계속 가벼워지고 있다. 한가지 여전히 풀리지 않는 숙제는 여전히 일을 많이 하고 있다는 거다. 이제부터는 일을 조금 줄이려고 한다. 더 많은 책을 읽고, 생각하고, 명상을 하고.. 조금은 천천히 하는 생활을 하려고 한다. 지금까지 잘 살아왔으니 이제는 나에게 여유를 주는 것도 좋다. 그래서 어지간한 일은 하지 않으려고 게으름을 피우려고 노력 중이다. 


하지만 술을 떼놓기는 힘들다. 여전히 향기로운 와인과 사케, 시원한 맥주, 가끔은 머리가 아찔하고 목구멍이 타들어가는 듯한 뻬갈의 맛도 좋다. 아직까지 이렇게 술을 즐 길 수 있는 건강을 유지하고 있음에 감사한다. 그리고 또 하나 여전히 평생동안 서로에게 술친구를 해주고 있는 남편에게도 감사한다. 

9. 2043년 여전히 여행과 책, 사람들과 함께 하다. (75세)


70세가 되면서 부터 일을 줄이기 시작해서 지금은 거의 일과는 담을 쌓고 살고 있다. 일이라기보다는 하고 싶은 것을 한다고 할까. 여전히 책을 좋아하고, 특히 지금 이 나이에도 SF소설이나 추리소설은 빠짐없이 읽으려고 한다. 가끔은 로맨스 소설을 읽기도 하고, 어리디어린 주인공이 나오는 드라마를 보면서 울기도 한다. 나이가 이렇게 들어도 숫자에 불과할 뿐 마음만은 늘 소녀라는 말이 딱 지금 나에게 어울리는 말이다. 


지금도 여전히 인연이 있는 분들을 집에 초대해서 함께 먹고 마시고 이야기하는 시간을 즐긴다. 우리집은 어찌보면 참새방앗간이 되었다. 사람들이 스스럼없이 놀러오고, 자기 집처럼 여기저기 먹을 것을 꺼내먹고, 읽고 싶은 책을 꺼내 읽고, 함께 이야기하다 그러다 간다. 이 사람들의 불만은 우리 부부에게 여행 좀 그만 다니라는 거다. 여행을 가는 동안은 집에 올 수가 없기 때문이라나. 하지만 우리에게는 여행은 세상을 만나는 통로라서 늘 시간이 되면 둘이서 손잡고 여행을 떠난다. 가끔은 골프백을 들고 가기도 하고, 가끔은 연미복과 드레스를 챙겨서 가기도 한다. 아주 가끔은 그냥 간단히 베낭만 메고서 앞 동네로 훌쩍 갔다 오기도 한다. 평온하고 우아한 노년이다.    

10. 2048년 저녁노을을 바라보며 남편과 산책을 하다. (80세)


조금 선선해 지는 가을이다. 여름에 지독히도 덥더니 이제 아침저녁으로 찬바람이 긴 옷을 입게 한다. 오늘 노을이 너무 이뻐서 남편을 졸라서 산책을 나왔다.


참 잘 살아온 일생이다. 젊을 때의 고생은 사서도 한다고 했다고 정말 치열하게 살아온 일생이 아닌가 싶다. 직장생활을 27년간 했고, 그리고 그 뒤에 약 20년간 코치로써, 강의자로 열심히 살았다. 이제는 남은 시간을 소일하면서 보내도 되지 않겠나 싶다. 


글을 쓰고 싶으면 글을 쓸거고, 정원을 가꾸고 싶으면 정원을 가꾸고, 자고 싶으면 자고, 먹고 싶으면 먹고, 하기 싫으면 뒹굴뒹굴 할거다. 밥하기 싫으면 시켜먹던가 남편에게 라면 끓여달라고 할까?


나에게 주어진 것은 최선을 다해서 하려고 했고, 그래서 그 결과로 지금까지 이렇게 잘 살아오지 않았나 싶다. 늦은 나이에 만나 가족이 된 남편과 둘이서 노을지는 길을 따라 산책을 하는 것도 일상의 행복이다. 남편은 여전히 장난이 많기도 하고, 여전히 나를 챙긴다고 여념이 없다. 챙기지 않는 듯이 챙기는 남편의 모습은 늘 그대로이다. 남편 집안은 혈관쪽에 문제가능성이 있는 체질이라 많이 조심을 했고 지금까지 큰 탈없이 건강하다. 평소에 본인도 관리를 하고, 나도 함께 노력한 덕분에 두 사람 모두 건강은 문제가 없다.


부모님들은 이미 다 고인이 되셨고, 이제 남은 건 남편과 나, 이렇게 둘 뿐이다. 결혼 초기 가족을 만들겠다고 둘이서 많이 노력을 했다. 한 드럼이나 되는 눈물을 쏟고 나서야 의지와 노력만으로는 안되는 것임을 알고는 마음을 접고 둘이서 잘 살기로 했다. 지금까지 38년, 가끔은 아웅다웅하고 가끔은 애정으로, 긍휼한 마음으로 그렇게 살았다. 지금은 서로 의지하고 살아가지 않으면 안된다는 의무감이나 책임감보다는 서로에 대한 애뜻함, 친구같은 편안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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