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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월 3일 05시 39분 등록

나의 직업 나의 미래 version 8.0

 

이 글을 시작하기 전 반성부터 해야 한다.

지난 해는 무슨 일에든 게을렀고 방만했으며 시행착오도 많았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연초에 야심차게 준비했던 사회적기업프로젝트는 간신히 그 수명을 유지하고 있으며 언제 문을 닫아야 하는 걱정인 채로 해를 넘겨야 했고, 큰 아이의 고3 시기를 잘 지켜주지 못해 결국은 한국을 떠나 공부해야만 하는 가족이별의 아픔을 맛보기도 했다. 게다가 중3이었던 딸애도 자신이 원하는 학교입시에 실패하고 일반학교로 진학하게 되었다. 조금만 더 일찍 준비해 주었더라면 아쉬움이 땅을 친다.

어디 그뿐이랴.

자신의 전 재산을 투자해 창업(또는 전업)한 마실가맹점들중에서도 3곳이나 폐업하거나 다른 업종으로 바꾸는 아픔을 두눈 뜨고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시련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신년이 시작되면서 2년 동안 어렵게 끌고 왔던 카페도 손실을 보고 폐업을 결정해야 했다.

 

지난 수년동안 성공의 단꿈에 취해 교만하고 안일하게 살았던 삶의 휴유증이 아니었을까...

 

꿈벗이 되고 연구원이 되었던 2005년.

그로부터 8년이 되었다.

정말 열심히 살았고 어렵고 힘들었던 시기에서 벗어나 행복한 삶이 이것이구나 할 정도로 왔구나 싶었다.

스스로 낮추고자고 했던 마음이 사라지고 오직 내가 모든 것인냥 오만했고 건방이 하늘을 찔렀다.

그러나 세상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음을 깨닫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다는 것도 배우게 해 주었다.

책에서 자신을 멀리했고, 사색하고 삶을 다듬는 글쓰기를 외면한 생활이

기름기 가득한 뱃살로 대신할 수 없음을 깨닫는 순간  다시 이곳 간이역을 찾지 않을 수 없었다.

 

8년 전 10대 풍광을 다시 읽으면서 중단했던 공부를 이제 시작하려 한다.

 

1.  다시 책과 펜을

 

꿈벗과 연구원과정을 거치면서 가장 행복했던 추억은 책을 읽는 고통과 글을 쓰는 즐거움이었다.

인문이 주는 사색을 배웠고, 경영이 말하는 현장을 알게 되었다.

경영학전반을 산책했던 대학원에서의 피말리는 공부는 마흔 너머 세상에 대한 자신감을 가지게 했고,

두 권의 책은 외식경영작가로서의 자기전망을 가져오게 했다.

당연히 교만해졌고 10여전 전의 실패를 잊어버리게 만든 알량한 작은 성취에 다시 그 실패를 되풀이하게 만들었다.

 

책을 펴고 펜을 들어야겠다.

그 시간만큼의 열정과 간절함은 아닐지라도 느리고 아주 천천히 마음을 가다듬고 글속의 가름침을 되새김질하고 싶다.

세번째 책을 준비하고 기름기빠진 메마른 글을 쓰고 싶다.

완당의 굵고 기름찬 글씨가 제주유배를 거치면서 메마르고 졸한 기운으로 바뀌었듯이.

 

2. 더불어 함께 사는 삶

 

사회적기업으로 시작했던 '희망칼국수'가 결국은 위탁운영으로 결정났다.

주인이 없는 가게가 이렇게 어렵고 힘들줄이야...

한가닥 희망을 가지고 '희망한우사랑'으로 상호를 변경하고 업종을 고깃집으로 바꿨다.

참여했던 주주들에게 초라한 성적표를 공개하고 용서를 구해야 한다.

그 결과가 어떻게 나든 현재의 모습에서 최선을 다해야 하고 마지막까지 장렬한 전사를 각오해야 할지 모른다.

 

가치만 가지고 치켜들었던 깃발을 내리고, 시장경제에 맞는 경영시스템을 도입해야겠다.

고객의 눈높이에 맞춰 쫒아가는 사냥꾼이 아니라 그들이 유혹당할 수 있는 먹이감이 되도록.

하루종일 이것만 생각하고 살아갈 수 있는 전업담당자를 준비해서

고객관리에 적극적이고 음식도 맛있게 만드는 사회적기업이 되도록 해야 한다.

의무와 강제에서 스스로 찾아오는 희망한우사랑이 되게끔.

 

3. 나의 브랜드, 마실

 

작년 추석이 지나면서 실물경기는 바닥을 쳤다.

외환위기때보다 5배는 더 힘든 시절이라고들 한다.

음식점 사업을 하면서 한가지 아이템으로 10년을 가는 것이 가능할까 생각했었다.

5년차를 넘어가던 2010년 여름부터 6년차인 작년 가을까지가 마실의 최정점이 아니었나 생각해본다.

성장곡선을 지나면서 새로운 2차 성장기를 준비하지 않으면 수년 내 침몰할 수도 있음을 절감한다. 

음식사업의 경쟁력은 기본기에 있다고 확신한다.

제대로 만든 음식이 고객에게 잘 접객되어져 즐겁고 기분좋은 자리가 되게끔 고객을 돕는 일이야말로 음식사업의 목적이라고 배웠다.

이것에 실패한 곳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문을 닫는다.

 

공정관리위원회에 정보공개서를 등록하고 나니 이러저러한 교육과 행정서류준비도 만만찮다.

올해는 전담 직원을 배치해야겠다.

작년에 문을 닫은 가맹점들처럼 올해에는 그러한 곳이 나오지 않도록 그들과 함께 해야한다.

신규가맹점을 더 오픈하지 않는 한이 있더라도 기존 가맹점들이 자리잡을 수 있도록 전념해야 하는 것이 나의 의무이리라.

'소비자적합성 이론'을 토대로 한 실천적 경영의 결과를 가져오는 과정이 될 수 있도록 해야지.

입지가 나쁜 곳이라도, 인테리어가 별로인 식당이라도 마실의 브랜딩된 경영매뉴얼로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신화를

만들어 내자.

아직 마실은 성장중인 브랜드인 것만은 틀림없다.

어려운 몇 개의 가맹점들이 있긴 하지만 그곳들은 기본기에 취약한 약점때문에 그런 것이지 마실 본연의 경쟁력이 부족한 것이 이유는 아니다.

 

4. 세 번째 책

 

두 번째 책을 내고 난 이후 한동안 잊고 살았다.

한편으론 더 쓰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고 하는 편이 솔직한 마음일지도 모른다.

그만큼 책을 쓰는 과정이 지겹고 짜증투성이일때가 많기 때문이다.

그런 고통의 산고를 겪고 나왔던 두 번째 책의 반응이 너무나 좋게 때문에 그 즐거움을 오랫동안 향유하고 싶었을지도 모를일이다.

사실 지금도 내 책을 보고 연락이 오는 독자들이 심심찮게 있다.

방송이나 강의요청도 들어온다.

이대로 만족하고 싶은데...

 

애초 음식책으로 기획했지만 지금은 다시 음식점경영이란 컨텐츠로 돌아가 준비를 하고 있다.

각자의 음식분야에서 일가를 이루고 음식점경영에도 성공한 4명의 식당경영자들과 함께 하는 음식점운영의 노하우를 모으는 작업.

대담형식의 책으로 만들고 싶고 대담의 과정을 잘 정리해서 팟캐스트에도 올리고 싶다.

아마도 꽤 괜찮은 컨텐츠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진행을 내가 맡는 것으로 생각했는데... 아이디어가 진화하면서 좀 더 세련된 진행자를 찾는 것이 나을 듯.

영웅의 가출, 진홍이는 어떨까?

 

5. 이곳, 간이역...

 

시집간 며느리에게 친정은 불가원 불가근의 곳일지도 모른다.

가고 싶어도 갈 수 없고,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그러나 마음은 항상 그곳에서 떠나지 못하는.

내게 이곳은 그런 곳이다.

죽기보다 더 힘들었던 시절, 이곳은 내게 피난처였고 굶주린 배를 채워주었던 국밥집과도 같았다.

상처를 보듬어주었고 입을 옷을 마련해 주었으며 다시 전장에 나갈 수 있게 칼을 쥐어 주었다.

아무런 댓가도 원하지 않았다.

단지... 묵묵히 지켜볼 뿐이었다.

공을 세우면 온전히 나의 성취로 만들어주었고, 시련과 고통에 힘들어할 때에는 말없이 안아준 곳이 바로 이곳이다.

 

나의 경쟁력은 글이 아니다.

나에게는 '만남과 만들기'라는 특유의 장점이 있다. 

몸으로 말하고 부딪쳐 관계를 맺는다. 그리고 그것을 하나의 틀로 꾸리는데 남다른 능력이 있다.

혼자서만 잘 먹고 잘 사는데 시간을 쏟다보니 한동안 그런 일에 소홀했던 점을 부인할 수 없다.

꿈벗과 연구원 그리고 단군, 이곳의 모든 식구들이 잘 어우러질 수 있도록 마음을 모아보고 싶다.

2월 초, 백오산장(여우숲)에서 많은 분들의 의견을 듣고 싶다.

 

 

 

 

 

 

 

 

IP *.152.83.92

프로필 이미지
2012.01.05 00:40:13 *.120.143.48

공감합니다. 많이 아파보니 느낄수있습니다. 누구나 자신의 신화를 찾아가는 과정에 성소화 성배를 가지고있느데 못보는 경우가있지요? 충분히 잘 해오고 계시며 잘해나가리라 믿습니다. 공감능력이 뛰어나시잖아요? 언제 기회되시면 월요일 저녁 신촌민들레영토에서 저녁함께해요. 6시경이면 어느월요일이던지 가능합니다.  늘 긍정의 마인드 이것이 박사장님의 트레이드 마크잖아요? 마실에 마담이있어야하는데 마담이 자리를 지키지않으면 뭔가 허전하지요? 학교갔다와서 엄마하고 불렀는데 엄마가 아니계시면 그느낌이요? 불러도 대답있는 님이되시면 되겠지요?
영혼을 울리는 사업인가?
몸이 배고픔을 채우는가?
마음이 배고픈곳을채우면 더좋겠습니다.
맘과 몸 두곳을 함께채우면 더 좋겠습니다. 대박이지요?
저도 못하면서 박사장님 꿈에 괜한참견이군요.
원하시는 사업 이루시어 더많은 사람이 행복해지기를 천지신명님께 간절히 기원합니다._()_

 

프로필 이미지
2012.01.17 16:32:29 *.94.155.86

부끄럽게도 이글을 이제서야 읽습니다.

 

이 글을 읽었더라면 좀 더 깊은 '존버 토크쇼'가 완성되는 것인데...ㅎ

 

물론 9일날도 대박이었지만요....^^

 

암튼 잘 읽었습니다. 2월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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