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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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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4월 26일 13시 50분 등록


2020년 4월 25일.


주말에 집들이를 했다. 내 집은 아니다. 목수가 되어 내 집을 짓겠다는 소망은 부모님 집으로 시작됐고 그 첫 작업이 끝났다. 올해 91세의 할머니는 여전히 정정한 몸짓으로 이 방 저 방을 둘러 보셨다. 그리곤 역시 자신의 방이 제일이라는 듯 흔들의자를 방으로 옮겨오게 했다. 흔들의자는 집 짓는 중에 남편이 자투리 나무로 만든 것. 살가운 손주 사위 넉살에도 어지럽다며 몇 번 앉지 않았지만 매일 닦고 또 닦아 반짝반짝 빛을 내는 것으로 애정을 표하던 것이었다. 남편의 로망은 할머니가 그림책의 할머니처럼 흔들의자에 앉아 여가를 즐기는 거였지만, 나는 할머니가 소파에 안겨 흔들의자를 그저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이미 기쁨이고 로망이다. 한때 화병을 앓았던 가슴에 당연한 수순인냥 심장약과 고혈압약이 꼬박꼬박 들어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머니는 살아 계시기 때문이다. 세 노인과 두 젊은이가 초대한 사람들이 모두 돌아간 오늘, 밤 늦게 언니와 형부 내외가 도착했다. 91년의 세월이 묻은 할머니 얼굴 위로 반가움이 피어 오른다.


생각해 보니 10년을 지나왔다. 내가 아무것도 아니기 때문에 괴롭고 초라한 시간은 계속이지만 그것이 내 발목을 붙들고 영원하지 않을 것을 아는 나이다. 물처럼 너울너울 넘기게 될 줄 안 것이 가장 기쁜일이 아닌가 싶다.
10년 전 그때도 내 첫머리에는 할머니가 있었다. 나를 찾는 여행이라는 프로그램을 다녀온 후에 할머니 자서전을 쓰기로 했던 것이다. 할머니는 1930년의 가난한 농촌에서 태어나 6.25를 역사가 아닌 지난한 삶으로 지나친 8남매의 엄마였다. 8남매에 덤으로 장남의 아이들까지 돌봤다. 그때 할머니는 81의 고령이어서 나는 은연중 사신의 방문을 준비했던 것 같다. 그때가 오기 전에 할머니의 기록을 남겨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던 내가 그저 언젠가는 할 일로 미뤘던 것은 자신의 문제로 벅차 어찌할 줄 모르는 젊은애였기 때문일 것이다. 그때 돈 100만원의 가치가 참 컸던지, 프로그램에서 돌아온 나는 머뭇거리지도 않았다. 그저 시작만으로 끝낸 그것은 지금 보면 어수룩하고 순서없는 사건 나열에 불과하지만 나는 그것에 할머니의 이름을 곱게 박고 지금까지 고이 모셔 두고 있다. 나와 할머니의 보물. 지금 생각해도 그것은 정말 잘한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내 자서전을 시작한 것은 2012년이었다. 11년도에 대학에 입학해 정신없는 적응기가 잠잠해질 무렵이었다. 매일 6시간씩 글 쓰는 것보다도 더 재미있었던 기억이 난다. 특별하고 대단한 사람만이 자신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나라는 사람이 살았다고 쓰고 싶었던 욕구의 결실이랄까. 역시 지금 보기엔 일기에 더 가깝고 연대사 쯤으로 보이는 미숙한 것이지만 수정은 한 10년쯤 지나서 작가로서의 삶이 추가된 것으로 해 볼 생각이다. 그땐 이 미숙한 것도 나도 다 자라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지난 10년 중에서도 2014년과 2015년은 끝과 시작이 연계되는 정말 꿈같은 해였다.
등단도 그렇지만 학교 졸업은 정말이지 꿈같은 시간이었다. 공부도 신통치 않고 주말 알바로 학비를 버는 피곤한 기억, 과제와 연습으로 늘 잠병에 걸려 허우적대는, 그러나 배우고 도움받고 어울리는 일련의 과정이 마치 그 세계에만 있는 것이었던듯 하나 하나가 다 대견하고 뿌듯했었다. 고졸이라는 학력 컴플렉스에서 벗어나는 길이기도 했었고 나 자신에게 없는 것을 갈구해 절망이기도 했고, 또는 열정의 시간이기도 했다. 나이와 상관없이 가장 젊었던 시절이 아니었나 싶다. (어쩜 우리나라가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우승의 강렬한 기억을 덧입어서 그럴지도 모르고.)


일과 등단 준비로 피곤에 지쳐 있었지만 나는 소설가는 무슨! 하는 생각 따위는 하지 못했다. 배운것이 있고 있으면 써먹어야 한다는 순종적인 아이의 기질이 아니었을까. 학교 다닐때도 투고했지만 번번히 낙을 찍어주었던 공모전에게 기대했다가 실망은 해도 계속해서 기대하는 것이 부질없다고 믿지 않던 나였다. 새해가 조금 지난 월요일, 이상 문학상 대상에 당선됐다는 전화는 그동안의 모든 낙을 잊게하고 락으로서 나를 가치있게 만들었다. 이상의 날개처럼 '이상의' 소설을 쓰겠다는 나와의 약속을 지킨 셈이었다. 그때 당장 일자리를 그만두고 싶어 조바심 내던 내가 아직도 선하다. 지금이나 그때나 일은 정말 싫어했구나.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2 0 1 0 년 4 월 2 6 일 * * * * * * * * * * *


10풍광 발표 후에 선생님이 집에 가면 내가 무슨 짓을 한건가!하고 생각할 거라고 하시더니. 정말 그랬다. 오는 차 안에서 어쩐지 자학의 기분도 들고 졸다가 깨다가, 차만 타면 펼쳐지는 온갖 망상도 아니 하고 뭔가 계속 심장이 벌렁거리고. 
터미널에서 10분도 안 걸려 집에 도착, 제일 먼저 한 일이 낮잠. 3일만에 켜는 보일러는 타임제 걸려서 당장 안돌아가고 대신 입 돌아가는 줄 알았다. 요즘 나는 뻑하면 꿈 같다-는 표현을 쓰는데 정말 꿈을 꾼 것 같다. 어제도 그제도 나는 여기서 일 하고 살았던 기분. 뭔가 대단한 기운을 받은 것 같았는데 그건 다 긴장감이었나? 풀릴 긴장은 다 풀려서 그것 하나는 최고였다.
ㅜ_ ㅡ 암튼, 풍광을 쓰면 쓸수록 과대망상이 아닌가 싶어 마무리를 못하겠다. 팬션에서는 안 그랬는데 일상에서는 감히 민망한 기분 때문에 뒷머리가 쑥쓰럽다.
그래도 일어나서 제일 먼저 할머니한테 전화 거는 것은 해냈다. 잡다한 것들을 꼬치꼬치 캐묻는데 6시간의 거리에서 81년의 내공을 빨아 먹자는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왜 확실한 기억보다 희미한 기록이 낫다는 말이 나왔는지 알게 되는 깨달음의 시간... __);;;  그래도 첫 발.
하고 싶은 걸 하고 할 수 있는 걸 하고 하고 있는 것에 만족하는 것이 우선의 모토다. 안에서 조금 썩는 부분이 있더라도 내 손으로 알껍질을 깨고 나와 후라이는 되지 않겠다는 각오!
그리고 지금 당장은 좀 씻는 것으로 머리를 밝혀야겠담!! 0_ 0 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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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민
2010.04.26 15:00:26 *.196.162.159
27기 이쁜이 우리 팀 막내 지은양
얼굴이 이쁘고, 생각이 이쁘고, 글이 이쁘고...
우리 팀의 하이라이트가 충분히 가능합니다. 
아자 아자!  불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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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26 18:12:29 *.127.2.207
멋진 풍광을 보여준 지은양!
벌써 첫 발을 내딛은걸 보니, 앞으로의 꿈들도 모두 이루어질꺼라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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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경
2010.04.26 19:11:33 *.219.105.114
진짜 지은은 뭐든 다 할 수 있을꺼~!
아 왠지 그걸 지금 난 알고 있으니까 더 두근두근한달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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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완승
2010.04.26 22:59:45 *.64.12.142
잘 들어갔지?
젊음은 세상에서 가장 큰 자산.
아직 많은 시간이 있잖아 ^^
그 자산을 바탕으로 꿈에 도전하면 분명 이룰 수 있어~
나중에 등단하면 사인 콜~ 
그리고 등단이 아니라도 그 분야를 노력하면
글을 쓰는 더 멋진 직업을 얻을 수도 있고.. 화이팅! 막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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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훈
2010.04.27 11:30:17 *.194.155.61
지은이의 10대풍광이며 여러가지 글을 읽고 들으며 갑자기 요시모토 바나나가 생각났어.
고등학교 이후에 소설을 거의 읽지 않았는데 20대 중반 우연찮게 그녀의 책들을 읽었던 기억이 나.
뭐랄까...말로는 잘 표현하기 힘든 묘한 매력을 느꼈던 것 같아.
아마 지은이의 글도 내게 그렇게 다가왔던 것 같아.
분명 아주 매력적인 글이 태어날 것 같다는 기대감이 들어. 
벌써 기대가 되는걸? 나도 은경누나처럼 두근두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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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암 홍정길
2010.04.27 18:01:15 *.28.190.230
어찌보면 아직 꿈을 위해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다는건 쉬운 결정이 아니었을텐데...
정말 잘 될꺼야 지은이는.....
할머니 소설, 정말 기다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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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형
2010.04.28 06:20:53 *.160.33.180

막내야,  너의 할 일.  지금 정예서가 하는 글터 모임에 가입하는 일.   내가 차 안에서 너에게 말했던 글 선생이다.   마침 우연처럼 그녀가  다시 글터 수강생을 모집하고 있다.  아래 커뮤니티 주소를 참고 하거라.  온라인으로 매일 하는 것이고, 가끔 만나 오프라인 수업을 하는 것으로 안다.   매일 쓰면 이루어 진다.  시작하거라.    http://www.bhgoo.com/zbxe/2705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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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경
2010.04.28 07:32:14 *.33.117.247
지은이의 첫 책이 너무나 기다려진다. 구선생님 말대로 글터 모임에 가입해 시작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
그리고 예쁜 얼굴에 미소가 더 자주 보이면 더 예쁠 것 같아.
더 자주 웃으면 더 행복하다고 하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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