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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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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1월 27일 09시 03분 등록
새해맞이~

과거로 떠난 어제는 이미 하늘로 사라져 망각 같은 까만색으로 별을 추켜세우며 곧 밝을 새날을 맞이할 것이라는 희망을 밝히고 있다.
2004년 01월01일 00:55분...
대기가 맑아 베란다에서도 제법 총총하게 보이는 별들이 새 해를 불러오기 위해 나울거리는 빛을 발하고 있음을 다행으로 생각하며 단잠을 청했다.

06:00 휴대폰의 알람이 울렸다.
평소의 기침시간이지만 오늘은 다르지 않은가.. 면도와 세안을 하고 어머니를 깨우고 큰 아이 둘을 깨운 뒤 바삐 옷을 챙겨 입었다. 아이들 오줌 누이고 간식 챙겨서 가까이 있는 산 어귀를 향하는 마음으로 시동을 걸었다. 벌써 가슴엔 붉은 태양이 일렁이고 있다.
아파트 정문을 나와 굽은 길을 돌려는데....이런, 밤사이에 도로는 주차장이 되어 길이 막혀 버렸다.
새해 새날이니 만큼 짜증내어서도 곤란하고 판단이 늦어서도 안 되지 않은가? 가슴엔 태양이 담겨있는데...산행을 포기하고, 차는 원래자리에서 쉬게 하고 걸어서 가까운 바다의 대교로 향했다.
06:50분을 넘었는데 이미 人波만파가 되어 걷기에도 조급함을 느낄 정도다.
대교에 올라 어렵사리 자리를 쟁취(?)하여 잿빛 바다...가스구름이 수평선을 대신하고 있는 먼 하늘을 바라보며 해에게 다짐할 약속을 되새기며 아이들과 대화나누기를 30여분...07:45분이 되어서야 가스 구름사이에서 주홍색 둥근 윤곽이 희미하게 보였다.
반가운 마음에 “보인다!!” 고 한마디 했더니 주변사람들이 찾는다고 야단들이다.
난 해가 어디서 뜨는지 알고 있었으므로 관심 가져주는 내게 빨리 모습을 보였나 보다.
상대방을 서로 안다는 것이 이렇듯 소중한 것인데.... 그래서 아침저녁으로 하늘을 올려다 보고 해돋이를 확인하고, 별을 찾고, 달빛을 그리워하는 내가 싫지는 않다.
해에게도 올 해 다짐을 했다. 새 해는 어느새 붉은 원형으로 뚜렷한 주홍색을 띠고 있다. 내 다짐이 담겼다는 표현인가?

딸에게 물었다. 해에게 무엇을 바랬는지..... 그랬더니 계획표대로 잘 되고 방학숙제 편하게 끝낼 수 있게 해 달랬다나... 그러고는 “아빠, 언젠가는 해에도 가볼 수 있겠지요?”라고 한다. 그래서 “못가지” 했더니, “가기 전에 타 죽어요?” 한다. 그래서 “그럼!” 이라고 대답했다. 그랬더니...“땡~ 틀렸어요! 가보지도 않고 어떻게 알아요! 그건 아무도 모르는 거예요!”한다. 그래서 잠시 머뭇거리다가 “그래, 동희 말도 맞네...확인도 해 보지 않았으면서 그치?”라고 했다. 딸은 의기양양. 나는 딸 녀석의 엉뚱함 보다는 평소 이런 類의 농담을 너무 많이 주고 받았나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그리 나쁘지 않은 기분이다. 달나라 여행 간다더니 어느새 해에 관심을.....
아들놈은 포장마차에서 사준 핫도그를 아직도 갈비처럼 뜯고 있다. 새해 축하 경비행기, 해경경비정, 갈매기에 관심이 더 많다.
어머니는 말씀이 없으시다. 말씀 없으셔도 굳이 새 해맞이를 동행하셨으므로 많은 염원을 남기셨으리라....

나의 새해 새 마음과 달리, 기대했던 새 해 첫날의 태양은 정열적이지 못했고 주변의 기운을 아우르며 이글거리듯, 꿈틀거리듯, 핵폭탄의 섬광을 연상케하듯, 바다를 끓인 듯 아지랑이 피우며 떠오르는 웅장한 그런 모습은 아니었으나, 참하고 조용하고 엄숙하게 만나게 되어 나름대로 의미를 주기에 충분했다.
태양은 靜肅하게 새 날을 밝혔다.

나는 올 한 해 항상 정열적으로 살고 싶다. 마음은 열정을 품고.....본래 태양이 가진 이미지와 같이. 그런 다짐이 깨어지거나 하면 딸의 말처럼 태양까지 가서 배워서라도 붉게 살고 싶다. 가다가 타 죽을지언정.

2004년 01월 01일 아침.
IP *.183.76.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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