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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2014년 5월 15일 22시 04분 등록
예전에 외할머니, 외할아버지께서 사셨던 집에 잠시 가 보았습니다. 나무가 우거지고 풀이 많아서 들어갈 수가 없었습니다. 외가로 가는 길목에 다른 집들도 빈집이 여럿입니다. 쓰러져 가는 집, 터만 남아서 밭으로 바뀐 집, 비늘하우스를 한 집, 이웃집에서 사들여서 터서 텃밭이 되어 버린 집들이 있습니다. 어렸을 적에 돌담을 따라 고삿길로 들어섰던 곳인데 그때보다 지금은 더 좁게 느껴지고 집은 더 작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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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할머니께서 92세로 엊그제 돌아가셨습니다. 손자손녀가 결혼하는 것을 보고 가고 싶다고 하셨는데 그 원은 이뤄드리지 못했습니다. 
많은 자식을 낳았고, 그 자식들이 또 아이들을 낳았고, 자식들의 자식이 결혼하여 아이를 낳아서 증손자손녀를 보셨습니다. 
그러고 보니 아버지 어머니께서 무척 늙으셨네요. 부모님이 나이들고 힘없는 불쌍한 할매 할배가 된 것 같습니다. 

장례를 치르고 돌아오는 길에 휴게소의 햇볕이 무척 낯설게 느껴졌습니다. 자동차와 햇볕, 집을 떠나가는 삶이 어른이 되고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왜 집을 떠나왔는지 모르겠습니다. 어디에선가 본 이 구절만 생각납니다. 

"자네는 왜 아버지의 집을 떠나왔나?"
"불행을 찾아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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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y 15, 2014 *.68.54.121

삶이 괴로움이라는 것을 깨달으면 더 이상 삶이 괴롭지 않게 된다지요.

삶이 기본으로 불행하고 행운의 순간이 잠깐이라는 것을 깨닫는다면 불행을 찾아나설 필요도 없겠지요?


불행을 찾아나선 그대도

행복을 찾아나선 누구도

서로 다르지 않음을 안다면

이 삶이 버겁지는 않겠지요?


이 슬픈 세상에

더 이상 슬프지 않다는

그것이 슬퍼서

울고 싶은 밤이네요..


돌아기신 고인

가시는 길이 편안하셨기를

보내는 분들의 마음도

편안하셨기를

빌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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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y 17, 2014 *.39.145.84

삶은, 일상은 기본적으로 찌질하고, 불행하고.... 그러는 중에 가끔만 행복한 순간이 온다고 하는 말을 작년에 다른 분에게도 들었습니다.그런 삶의 속성을 알기에.....그래서 우리는 모든 순간을 감사하며 보낼 수도 있다고 하는 말도 들었습니다.


외할머니께서는 오래사신 만큼 외로운 시간도 길었던 듯 합니다. 자식과 같이 살고 계셨지만, 결혼해서 나가서 사는 자식들도 보고 싶고, 일한다고 집 떠나 있는 손주도 늘 보고 싶어하셔서.... 전화에 대고 '언제오냐?'를 물으셨었는데, 누군가를 늘 기다리시는 외로움에서 벗어나셔서 이제 편안해지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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