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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2014년 6월 19일 14시 08분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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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서 밤 늦깨까지 숙제를 하다가 자고 있는 동생들을 들여다 본 적이 있습니다. 혹시나 자는 게 아니라 죽은 것은 아닌지, 살아 있는지 하고 말입니다. 숨을 쉬면서 배와 가슴이 들썩 거리는 것을 보고서야 안심을 했습니다. 혼자만 사는 세상이 아니라는 안도였습니다.

그런데 그게 참 오래 가네요. 자취방에, 제가 사는 공간에 아무것도 살아있는 게 없는 게 싫어서 집에 화분을 들이고, 그리고 동물을 들였습니다. 단지 살아있는 것과 같이 살고싶다는 것 때문에 집에 들이기 시작했는데, 그것이 돌봐야 하는 것이 되었고, 커다란  짐이 되었다가 이제는 같이 사는 것이 되었습니다. 

물고기라는 게 키우는 사람의 돌봄과 통제에 의해서 생태계가 유지되고 그 속에 살 수 밖에 없는 작은 생명체이지만, 제게는 가벼운 존재가 아닙니다. 심각한 문제거리를 줍니다. 제가 결정하고 뭔가를 하거나 하지 않거나 해야했던 것들은 물고기의 생사와 관련이 되는 것 같습니다.  

살 때 기형인 물고기를 모르고 받아왔는데, 판 곳에 가서 바꿔 달라고 해야 하나? 
기형인 물고기는 크면서도 잘 못먹고 조금만 물 상태가 나빠지면 병에 걸리는데 계속 길러야 하나? 도태시켜야 하나?
물고기들이 알을 낳았는데, 그 알을 부화시켜야 하나?
스무번이나 알을 낳았는데, 계속 알을 받아내야 하나? 
수컷이 좋아라고 쫒아다니는데, 암컷은 알 낳다가 몸이 상할 수도 있는데, 지들이 좋다고 그러는데 알을 그만 낳게 해야 하나? 암수를 따로 키워야 하나?
큰 녀석이 작은 녀석을 잡아 먹는데 그대로 둬야 하나? 크기별로 수조를 따로따로 해서 길러야 하나? 작은 녀석들을 도태시켜야 하나?

저는 이런 질문들에 답을 오랫동안 미루다가 결국은 한쪽을 선택했습니다. 그 답은 제가 금붕어를 버리지 않고 계속 키운다면, 생과 사가 내 손에 달렸다면 살리는 쪽으로 하자, 계속 제 몸이 좀더 수고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이런 경우에 처해진다면 생존에 유리하고 힘이 센 쪽에서 제게 이렇게 해주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입니다. 때가 되어 배가 고프고, 밥을 먹었으니 똥을 싸고, 때가 되어 알을 낳는 것을 제가 무슨 수로 막습니까. 큰 녀석이 작은 녀석을 잡아 먹는 것을 어떻게 막을까요?  

물고기 키우시는 분들이 물고기는 키우는 초반에 잘 죽는 거라고 하더군요. 또한 오래 건강하게 키운다는 것은 어렵다고들 합니다. 그런 것 같습니다. 잠깐의 실수나 무지, 게으름으로 물고기를 죽게할 만한 것은 많은데, 건강하게 살게 하는 것은 왜 이리 어려운지요. 

살아있는 뭔가와 함께 사는 것은 좀 힘이 듭니다. 
살아있는 존재와 함께 잘 사는 것은 기술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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