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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2014년 6월 26일 11시 37분 등록
제가 어려서 본 그림에는 순수하게 원색들이 많고, 무늬나 구성들이 멋졌기 때문에 실제 우리가 사는 세상에선 그런 것들이 없는 줄 알았습니다. 물고기는 지느러미가 자신의 몸통의 몇 배나 되게 크고, 뱀은 색깔이 눈에 확 띄게 원색적이고, 꽃이나 나비는 솥뚜껑만하게 크고, 새는 깃털이 화려하고, 나무는 집보다 더 커서 곁에있는 사람은 개미만해 보이고, 집 앞에 잔디는 깔려있고, 언덕에는 나무 한그루 없이 풀만 쫙 깔려 있습니다. 

이런 것들은 제가 어려서는 실제에서는 보지 못한 것들이라서, 저는 그림쟁이들이 다 뻥이 심한 사람들인줄 알았습니다. 실제 그러지 않으니까 크게 확대하고 왜곡해서 그렸을 것이라고 짐작을 했지요. 지금은 저처럼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많지 않을 겁니다. 

저는 그게 대학생이 되고, 과학동아라는 월간지를 보다가 깨졌습니다. 바닷속 물고기 사진이었던 것 같습니다. 물고기 무늬가 원색적이고 지느러미가 다양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실제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는 그림이 뻥이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요. 우리나라에서 사는 생물들이 아니거나 혹은 산다해도 흔히 볼 수 있는 것이 아니어서, 제가 보지 못했다고 그건 실제가 아닐거야 하고 생각하는 것을 그때 멈추게 되었습니다. 사진으로 보고서야 의심을 멈추다니 돌이켜보면 제가 좀 한심하게 느껴집니다. 

그 이후에 해외에 나가볼 기회가 생겨서 우리나라와는 다른 지형과 식생을 보고는 어려서 TV 만화 속에서 본 풍경들 또한 작가가 거짓으로 만들어낸 것이 아님을 알게되었습니다. 

일상에서 평소에 눈에 띄지 않던 것들이 어느 날 보입니다. 색깔, 모양, 분위기가 독특한 것들입니다. 
볼때마다 이런 질문을 하지요. 
'얘가 전에도 이랬던가?'
'얘가 이렇게 화려했던가?' 

이런 질문을 하다가 문득 여전히 예전에 보았던대로, 전에 알던 세계에서만 이것을 보려했던게 아닌가 하고 돌아봅니다. 
보지 못해서 혹은 알아채지 못해서 존재하지 않는다고 여기는 것이 아닌가하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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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엊그제 광화문광장에 나갔다가 이상한 무늬가 있는 풀을 보았습니다. 
단박에 '뱀풀'이라고 불렀는데, 이게 이녀석의 진짜 이름은 아닐지도 모릅니다. 기억을 더듬어 보니, 이 비슷한 녀석이 제가 다닌 국민학교 화단에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이 녀석을 보지 않았다면 그림 속 풀에 이런 무늬를 넣을 생각을 하지 못했을 것 같습니다. 그림을 그린 사람이 가진 생각의 한계가 그가 그린 그림의 한계가 되기도 합니다. 그림이 밋밋해지는 것은 인식이 단조로워서 일수도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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