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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2월 20일 10시 19분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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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에 음악을 들으면서 공부하셨나요? 아니면 워크맨이나 TV를 끈 채 공부를 하셨나요?

 

저는 음악을 들으면서 무엇을 하지 못합니다. 음악이 저를 흔들어대서 책 내용에 집중을 할 수가 없었거든요. 특히나 우리나라 전통음악은 너무나 가슴이 아파서 들을 수 없었고, 가요는 흥겨워서 책과 함께 할 수는 없었지요.지금도 그림을 그릴 때도 음악을 들으면서 하는 것은 자제하는 편입니다. 듣는다면 제목이 없는 클래식을 듣지요, 그것이 그림을 그리는 데 별로 방해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몇해전에 서울 신촌에 있는 한겨례 문화센터에서 하는 '자유로운 표현을 위한 드로잉'강좌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선생님의 안내에 따라 처음에는 앞에 놓인 것을 자유롭게 그리기를 한 후에 그날의 본 수업인 음악을 들으면서 드로잉을 했습니다. 아래는 음악을 듣고 분위기에 맞춰 느낌대로 그리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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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풀기를 위한 일반적으로 많이 듣는 가요를 들으면서 그린 그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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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홀리는 듯한 뉴에이지 음악을 들으며 그린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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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쾌한 북소리가 맑게 들리는 곡을 들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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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터지는 듯한 팝음악을 들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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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락을 들으며 그린 그림


여러가지 분위기의 음악을 들으며 드로잉하기를 마친 후에 선생님의 설명에 따라 자신이 그린 그림을 돌아보았습니다. 선생님께서는 분위기 따라서 자신이 그린 것들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보라고 하시더군요. 그림의 내용뿐만이 아니라 선의 변화(긴선, 짧은 선, 거친 선, 부드러운 선, 선의 굵기변화, 묵직함, 경쾌함)를 보라고 하셨습니다. 


제가 하드락을 들을 때 그린 것은 어둡고, 거칠고, 짧은 선이 가득하고, 거기에는 A4종이가 빵구났다 싶을 정도로 볼펜자국이 페여서 거칠기까지 했습니다. 


그리기를 마치고 선생님의 설명을 들었습니다. 음악에 따라 내용이 달라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음악의 분위기 따라서 그림 분위기 바뀌는 사람도 있고 아닌 경우도 있을 꺼라고 하셨습니다. 제 옆에서 그림을 그린 사람은 선의 변화가 거의 없었습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내용은 계속 바뀌고 있었는데, 그 친구의 그림은 전체적으로 부드럽고 차분한 선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선이 삐쳐서 몇차례 진하게 몇 개를 더 그린다거나 하는 것이 없는 깔끔한 그림이었지요. 저는 그게 무척 신기하고 부러웠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선의 변화가 심한 경우, 그러니까 그림마다 터치가 달리진 사람은 그림 그릴 때 음악 듣는 것을 주의하라고 하시더군요. 자신이 그리고자 하는 내용과 음악의 분위기가 다르면 그림작업이 방해가 될 수도 있다는 겁니다. 혹시라도 화실을 여러사람이 사용하는 경우, 음악에 따라 터치가 달라진다면, 같이하는 사람이 요즘 유행하는 노래를 틀거나 라디오를 틀어 놓는 경우 작업 진행이 안 될 수 있으니, 화실의 상황을 고려해보라고 하셨습니다. 


학창시절 음악을 들으면서 공부를 할 수 없었던 것이 기억나는 상황이었습니다. '음악이 너무 마음을 흔들어서 집중을 할 수가 없어요.' 음악이 '밀땅'을 하고 있는데, 제 심장과 근육이, 손끝, 발끝이 얌전하길 바란다면 그건 모순이겠지요. 오~ 이런 지금 이 글을 쓰는 동안 인터넷으로 어느 사이트를 창을 띄워 놓았는데, 음악이 바뀌었습니다. 제게는 들리는 것이 들리는 것만은 아닌 모양입니다. 


그림을 그리다보면 제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하나씩 알게 됩니다. 외부의 영향을 잘 받는지 아닌지, 어떤 펜을 선호하는지, 어떤 선을 쓰는지, 그림을 크게 그리는지 작게 그리는지, 어떤 색을 주로 사용하는지, 어떤 소재를 주로 그리는지. 또 어떤 날은 손에 기운이 넘치는지, 연필을 제대로 잡지 못하는지를.


이런 자신을 알게된 지금은 소리가 있는 곳에서 작업을 할 때, 저만의 소리를 냅니다. 외부의 소리를 극복하기 위해 작게 노래를 흥얼거리거나, 쓰고 있는 내용을 중얼중얼, 그리면서도 중얼중얼. 큰 물살 속에 터블런스(소용돌이)를 만들어 작은 세계 속에 들어가는 갑니다. 


당신은 무언가를 그리거나 쓸 때, 자신의 어떤 모습을 발견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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