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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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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3월 11일 15시 05분 등록

 s_201402_덕유산.JPG

<2014.2 덕유산>

 

 
축복
 
                            -허순행
 
밤새도록 눈이 내렸다
집으로 오늘 길도
지워지고
집 밖으로 나갈 길도 없어졌다
나가서 구해야 할 근심도
사라졌다
 
 
 
 
우연히 지하철 스크린 도어에 적인 짧은 시를 읽었습니다.
우연이 아니라 나에게 직접 전하는 누군가의 메시지 일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젊은 날 땅끝 겨울 산사에 머물 때 일이 스쳐갔기 때문입니다.
 
산사에 큰 눈이 내렸습니다.
밤새 눈이 내렸고 새벽에도 아침에도 눈 발은 줄어들지 않았습니다.
나는 가만히 있지 못하고 빗자루를 들고 계속 비질을 했습니다. 미친 사람 마냥.
길을 만들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겠으나,
눈은 끝없이 내렸고 나의 노동은 의미없는 짓거리가 되었습니다.
다른 누군가의 인정을 받으려는 마음이었거나,
젊은 날 넘치는 감정을 토해 내려는 몸부림이었나 봅니다.
몸을 혹사시키는 무의미한 고행을 통해 깨달음에 이르려는 수행자의 욕망,
그도 아니면 자연에 맞선 초라한 저항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어쨌거나 난 내리는 눈을 그대로 바라보지 못했고
계속해서 근심거리를 만들었습니다.
 
저 시인처럼 눈 덮힌 세상을 보며 근심마저 끊어버리지 못했습니다.
그대로 바라보는 것의 의미를
십 년이 지난 지금에야 번뜩 알아차리게 되었습니다.
우연처럼 다가온 시인의 한 구절로 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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