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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2014년 3월 13일 10시 49분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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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한동안 참 잘 놀았습니다. 그러면서도 놀고 싶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지요. 아직도 놀고 싶다고 말하는데, 친구가 그것 또한 독이라고 말해주더군요. 불교에서는  '~하고 싶다, ~하고 싶지 않다'라는 욕망이 바로 독이라고 한다는 군요. 3독 '탐진치'를 말입니다. 전 그 뜻을 잘 알지는 못합니다. 


어려서부터 무엇을 해야한다, 잘해야한다는 말을 들었고, 또 그렇게 하고 싶었습니다. 학생이 공부 열심히 하는 거는 당연한 거 아니냐라고 말 할때, 친구가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 많지 않다고, 저보고 범생이라고 놀렸습니다. 학교와 집을 왔다갔다 했고, 취직해서는 회사와 집만을 왕복했지요. 뭘 해야한다는 것 없이 한가하게 커피를 마실 수 있게 된 것은, 커피가 맛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최근의 일입니다. 

아마도, 제가 놀고 싶다고 하는 것은 어렸을 적의 범생이 짓의 반발인가 봅니다. 한쪽으로 치우쳐서 살았던 30년이 몸을 아프게 했다면, 지금처럼 놀고 싶다고 계속 노는 것도 친구의 말대로 제 몸을 아프게 하는 독일 겁니다. 


그런데, 저는 그 독은 싫지 않네요.


몇 년전에 어떤 콩을 먹으면 몹시  아프고, 그걸 먹을 후로는 그걸 먹지 않은 닭보다는 잘 크지도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스스로 그걸 주워먹는 젊은 닭들의 이야기를 읽었습니다. 그 이야기를 딱 거기까지 전하고 있습니다. 콩을 먹은 닭들이 정말 잘 자라지 않았는지, 아니면 나중에 그 콩과는 상관없이 잘 자랐는지를 생각해 보게 합니다. 그리고 그 녀석들은 그걸 왜 먹었을까를 생각해 보게 합니다. 어찌보면 그 콩은 독이 아닐까요?


중학생 때부터 학교를 세우고 싶다는 꿈을 가졌습니다. 이것 또한 '~하고 싶다'라는 독, 그 콩이 아닐까 합니다. 저는 여전히 그 콩의 기운 때문인지 학교가 좋습니다. 배움의 장이 열리면 거기에서 뜻했던 배움이 일어나는 것도 좋고, 뜻하지 않았던 수만 가지 일이 얽히는 것이 좋습니다. 1년쯤 지나면 같이 한 사람들이 엄청나게 예뻐보입니다. 왜 그렇게 예뻐보이는지 한 가지 이유로만은 답할 수 없을 겁니다. 저는 그렇게 사람을 알게되고 같이 한 사람들이 점점 더 예뻐지는 것이 좋습니다. 최근에는 드라마를 보다가 의사가 되고 싶어졌습니다. 아직도 청소년기의 아이처럼 무엇을 하고 싶다, 무엇이 되고싶다에 빠져 있지요. 그러나 제가 의사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압니다. 어쩌면 10년쯤 몰두하면 될 수도 있겠지만 꼭 그러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의사가 되고 싶었던 이유를 살펴보면, 그것이 꼭 의사가 아니어도 된다는 것을 알았지요. 할수 있는 것을 잘해서 세상에 씌여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림을 그리면서 사람을 만나고, 학교를 같이 할 사람을 찾는 것입니다. 잘 그리지는 못하지만 조금씩 나아질 테고, 쓰일 수 있는 곳에 쓰여졌으면 하는 바램을 갖습니다.


이런 바램 또한 독일까요? 그럼 먹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먹으면 아프지만, 평생을 콩을 먹은 후휴증을 갖고 살아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콩을 스스로 먹은 닭들처럼 말입니다. 꿈이란 독을 먹고 그것과 평생을 같이 사는 것 말입니다. 이미 먹어버렸으니까 독을 이겨내고 넘어서는 뭔가를 찾아서 살아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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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에 대해 아는 바는 없지만  '~하고 싶다'라 한다 해서 모두 독이라고 할 수가 있을까?

그리 따지면 모든 소망은 독이라는 얘기인데.. 난 아무래도 고개가 갸우뚱해지는군.

텍스트 그대로 해석하면 안될 것 같은 느낌.

욕망과 욕심은 구분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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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ch 14, 2014 *.222.95.202

우리는 어느 순간 독이 든 사과를 먹은 거네요.

그게 독인지, 꿀인지, 씨앗인지는 몰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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