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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월 1일 23시 22분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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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으로 간다. 하늘과 땅의 물이 흐르는 곳. 보이지 않는 생명들이 사는 곳. 지하의 수로를 따라 도시의 오물이 모이는 곳. '강에도 파도가 이는구나.' 하수구 냄새 나는 스산한 겨울 강가에서 새삼스레 그 당연한 사실을 깨닫는다. 파도가 밀려온 자리를 유심히 들여다보면 참 많은 것들이 있다. 소매치기가 돈을 꺼내고 훌쩍 던져버린 지갑과 누군가 잃어버린 신형 스마트폰과 사랑을 잃고 속쓰리도록 마셨던 깨진 술병 같은 것들.


다리 기둥의 낙서처럼 이제 우리를 구해줄 영웅 따윈 없다는 걸 알만한 나이도 되었는데, 아직 앞으로 내딛을 한걸음, 한걸음이 아득하기만 하다. 다행히도 눈이 내리고, 불행히도 배터리는 떨어졌다. 집으로 갈 시간. 도넛 모양의 마음 구멍 속으로 강이 흐르고, 눈이 내리고, 날이 저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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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란 한가운데에 구멍이 뻥 뚫린 토러스(원환체라고 하는 도넛 모양의 입체)다.” 자크 라캉의 말이다. 우리는 말을 통해 무언가를 말하려 하지만 인간의 언어는 중심에 가닿지 못한다. 그저 도넛의 표면을 맴돌 뿐이다. 같은 의미로 칼 융은 순회(circumambulation)한다는 표현을 썼다. 우리는 주위를 빙빙 맴돌 뿐 결코 중심으로 들어갈 수 없다.


존재의 철학자 - 하이데거는 대담하게도 중심은 그저 존재한다고 했지만, 사실 진실은 비트겐슈타인의 말처럼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 침묵”해야 하는 것에 가까운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읽고, 말하고, 쓴다. 아니 읽고, 말하고 써야 한다. 부족한 언어일지라도, 서투른 몸짓일지로도, 힘겨운 한 발자욱이라도 우리는 드러내고, 나누고, 나아가야 한다.  


완벽하지 않다는 것이 게으름에 대한 변명이 될 순 없다. 진실로 꿈꾸는 이는 현실의 거친 표면을 헤매이는 자들이다. 부디 현실에서 꿈꾸는 새해가 되길. 부족한 한걸음이라도 내딛는 한 해가 되길. 그 누구보다 아직도 백일몽을 꾸고 있는 자신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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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nuary 04, 2014 *.10.141.190

새해에도 님의 모색을 구경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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