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오늘의

Image

일상의

2014년 1월 9일 11시 33분 등록
s-20140109-1.JPG

제 기억속의 익소라입니다. 다홍색별이 한무더기가 뭉쳐서 꽃으로 피어나는 녀석입니다. 



겨울 풍경은 삭막합니다. 마른 나뭇잎색, 무채색 위주로 단조롭습니다. 이럴 때면 몹시도 초록이 그리워져 한번씩 꽃시장 나들이를 합니다. 제가 꽃시장에 가는 것은 봄보다는 1월인듯 합니다. 12월, 1월 네모난 무채색 세상에서 숨이 막히면 한번씩 초록이 가득한 곳에가서 숨도 쉬고 화분 몇개를 사가지고 옵니다. 

최근에 꽃을 몇 개 샀습니다. 그리고 씨앗과 길쭉한 화분도 사고 집에서 작은 채소밭을 만들 궁리도 했습니다. 잘 키우는 법을 인터넷을 통해서 찾아보다가  몇년간 키웠던 '익소라'의 재배법을 찾았습니다. 어렸을 적에는 보지 못했던 꽃이고 익숙하지 않은 이름이니 이건 외국에서 들여온걸거라는 짐작은 했었는데, 재배법을 보며 '아하'를 연발했습니다. 따뜻한 남쪽에서 온 녀석이더군요. 겨울에도 넓적한 잎을 하나도 떨구지 않는 것도 그래서였던가 봅니다. 

화분을 살 때 그때 딱 한번 꽃을 보고 몇년간 꽃을 보지 못했습니다. 계속 햇볕에 내놓고, 들여놓고를 반복하며 물을 주는데도 한번도 꽃이 피지 않아서 대체 뭐하는 건가 하면서 키웠습니다. 그런데 그녀석이 작년 봄에 꽃을 피웠습니다. 그래서 좋은 일이 있으려나 했지요. 꽃이 보기 좋아서 여럿이 보려고 밖에 내놓았는데, 화분을 잃어버렸습니다. 열매를 달고 꽃이 핀 방물 토마토를 내 놓았는데, 그 화분도 없어졌습니다. 익소라보다 더 오래 기른 꽃기린도 꽃이 있길래 내놓았다가 잃어버렸습니다. 볼품없이 마르고 키가 멀뚝하게 커서 일까요, 아마도 누군가가 이사할 때 버리고 간 화분일 줄 알고 누군가가 치워버린 듯 합니다. 그렇게 오래 기른 것들을 잃어버려서 서운하겠다며 친구가 익소라 작은 화분을 하나 사주었습니다. 그것도 햇볕이 잘 드는 베란다에 두었습니다. 이번 여름에 익소라는 꽃이 피지 않았습니다.  또 예전처럼 몇년간 물을 주어야하나 했지요. 꽃은 참 예쁜데, 오랫동안 돌볼 거 생각하니 살짝 귀찮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재배법 책을 보고 알았습니다. 너무 예뻐하면 꽃이 피지 않는다는 것을. 익소라는 밤기온이 5도 밑으로 내려가면 그때에 꽃눈이 분화한다고 합니다. 잎사귀가 계속 파랗고 지지 않길래 겨울을 나려면 방에 들여놔야한고 했던 것은 절반만 맞았나 봅니다. 열대에서 난 놈이니 얼지않게 따뜻하게 하는 것은 맞는데, 기온이 떨어지지 않으면 다음번 꽃을 준비하지 않는다는 것을 짐작하지 못한 것입니다. 

작년에 익소라가 꽃이 피었던 것은 저도 모르게 익소라가 꽃이 필 조건을 맞췄던 것 같습니다. 지난 겨울은 너무나 추웠고, 바로 아래층이 이사가서 빈 집이었던 탓에 집에 수도가 몇번이 얼고, 그렇게 얼어버린 수도 때문에 보일러가 작동하지 않은 날이 몇차례 있었습니다. 추위를 겪었기 때문에 그 사이에 익소라는 제 할일을 했나 봅니다. 

겨울.
추위를 막아서 따뜻하게만 하려고 애를 썼는데 그게 잘못이었나 봅니다. 이전과 같은 조건 만들려고 애쓰지 않고 견뎌야만 하는 것도 있나봅니다. 
겨울. 화분들을 햇볕으로 놓았다가 방안으로 들여놓아다가 하면서 생각합니다. 
겨울. 
저 또한 익소라처럼 겨울을 굴러야하는 것이 있을 텐데 그건 뭐지하고 생각합니다. 춥지 않으면 하지 않은 일은 무엇인지 하며. 그리고 저뿐만이 아니라, 관계에서도, 누군가가 겨울이라고 느끼면 따뜻하게 도와줄지, 겨울을 견디도록 두어야 하는지를. 누군가의 겨울을 막아도 되는지를. 

 iPhone_1 (1).jpg
IP *.131.89.63
프로필 이미지
January 09, 2014 *.30.254.29

어제 저녁에 집에 갔더니

분홍색 편지가 와 있네요

 

안에는

겨울을 견뎌낸

예쁜 달력과 사진이 있네요.

고마워요.. ^^

프로필 이미지
January 11, 2014 *.131.89.63

많이 늦게 도착했군요. 거의 한달이나 걸리다니.... 연말연시인가 보내요. 


저도 한해 우성님 덕분에 즐거웠습니다. 고맙습니다. 

프로필 이미지
January 15, 2014 *.37.122.79

아~ 저도 늦었지만 고마운 마음 전합니다~~^^

달력 예뻐요~

프로필 이미지
January 16, 2014 *.10.141.190

누군가 겨울을 느낀다면 따뜻하게 도와줄지, 겨울을 견디도록 두어야 하는지, 누군가의 겨울을 막아도 되는지를 고민하게된 정화님의 질문이 참 좋습니다.

프로필 이미지
January 16, 2014 *.10.141.190

올 한해도 많은 모색과 많은 질문들과 삶을 놀이터로 바꾸어 나가시길 소망합니다.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겔러리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