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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2월 11일 22시 54분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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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크 라캉은 우리 마음의 구조를 3개의 원으로 바라보았다. 그 세계는 보르메오의 매듭처럼 따로이지만 또한 하나로 엮여있다. 그 세 개의 원은 실재(R)와 상상(I)과 상징(S)이다. 스피노자의 말처럼 인간이 자신의 삶을 유쾌하고 즐겁게 만들려는 의지, 즉 코나투스(Conatus)를 지닌 주체라면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든 기쁨을 추구할 것이다. 실재가 상징이 만날 때 팔루스(남근)의 열락이, 상상과 만날 때 여성(타자)의 열락이 생성된다. 인간은 아마도 그 사이에 머무는 어떤 기쁨과 슬픔의 존재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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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팔루스의 열락(JØ)


돈은 좋은 것이다. 교환은 편리한 것이다. 그러나 세상은 숫자처럼 1:1로 정확히 치환되지 않는다. 사로잡을 수 없는 실재는 상징의 세계, 그 틈바구니로 빠져나온다. 그래서 자본주의가 꾸는 악몽처럼 불현듯 불황은 도래한다. 일은 필요한 것이다. 먹고 사는 것은 엄중한 법. 그러나 때때로 우리가 하는 일은 자신의 영혼을 소외시킨다. 그리하여 일이 늘어갈수록 영혼은 메말라간다. 화려하지만 공허한 이 도시 속의 삶처럼 교환이 늘어갈수록 인간은 소외된다.   


"소외된 노동은 인간에게서 자신의 몸도, 그의 바깥에 존재하는 자연도, 그의 정신적 본질, 그의 인간적 본질도 소외시킨다. 자신들의 노동생산물, 자신의 생활 활동, 자신들의 유적 본질로부터 인간이 소외되었다는 사실로부터 나오는 귀결은 인간의 다른 인간으로부터의 소외다. 각각의 인간은 다른 인간들로부터 소외되고, 모두는 인간의 본질적 자연으로부터 소외된다.” *


2. 여성의 열락(JA)  


자연은 증식한다. 대지는 받아들인다. 태양은 반짝이고 물결은 일렁인다. 삶은 고단한 것이지만 때로 더할나위 없이 아름다운 것이기도 하다.내가 받는 것이 과연 내가 준 것인가? 아니, 때때로 많은 것들은 그저 선물일 뿐이다. “수보리야! 갠지스강에 가득찬 모래알의 수만큼, 이 모래만큼의 갠지스강들이 또 있다고 하자! 네 뜻에 어떠하뇨? 이 모든 갠지스 강들에 가득찬 모래는 참으로 많다 하지 않겠느냐?” 셀 수 있는 숫자들 사이로 갠지스 강의 셀 수 없는 모래알이 흘러내린다. 어둠 속에는 알 수 없는 정령들이 노닐고, 숲 속에는 보이지 않는 영혼들이 거닌다. 꽃은 피어나고 인간은 노래하고 바람은 미소짓는다. 우리의 존재는 셀 수 없는 그 무엇이고, 본래 그러한 것이다.  


"꽃에 대한 어떤 언어도 헛되다는 것을 나는 수목원에 와서 알게 되었다. 꽃은 말하여질 수 있는 것이 아니고, 꽃은 본래 스스로 그러한 것이다.” **


3. 돈과 삶


돈은 힘이 세다. 자본은 말할나위 없이 강력하다. 프리드먼의 ‘황금구속복’처럼 모든 것을 표준화하려하고, 일신교의 신처럼 전체를 하나로 통합하려 한다. 자본주의의 세계 속에 살고 있는 우리는 용산의 철거지 마냥 폐허가 된 대지 위에 삶을 일구어야 한다. 인간이 스스로 서기 위해서는 자신의 생활을 자신의 힘으로 꾸려 나갈 수 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인간은 독립적인 존재가 되기 위해서는 자신의 물질적 생활을 자신의 힘으로 꾸려 나갈 수 있어야 한다. 하나의 존재는 그가 자신의 발로 설 때에야 비로소 자립적인 존재로 간주되며, 또한 그가 자신의 현존재를 자기 자신에 힘입어 가지게 될 때에야 비로소 그는 자신의 발로 서게 된다. 어떤 다른 인간의 덕택으로 살아가는 한 인간은 의존적인 존재로 간주된다. 그런데 만일 내가 다른 인간에게 힘입어 내 생활을 유지할 뿐만 아니라 더욱이 그가 내 생활(생명)을 창조했다면; 그가 내 생활(생명)의 원천이라면, 나는 완전히 다른 인간의 덕택으로 사는 것이다. 또 내 생활이 나 자신의 창조물이 아니라면 내 생활은 필연적으로 그러한 근거를 자신의 바깥에서 가진다.” **


변명하지 말자. 지금 우리가 서 있는 곳에서 내가 만든 것, 내가 사는 삶이 바로 나이다. 또한 그것은 돈으로 환산하거나 교환할 수 없는 그 무엇이다. 그러니 우리 사랑하자. 삶을, 당신을, 오늘을. 비록 많이 아플지라도, 설령 그것이 불행일지라도. 


"인간을 인간으로서, 세계에 대한 인간의 관계를 인간적 관계라고 전제한다면 그대는 사랑을 사랑과만, 신뢰를 신뢰와만 등으로 교환할 수 있다. 그대가 예술을 향유하고자 한다면 그대는 예술적인 교양을 갖춘 인간이어야만 한다. 그대가 다른 사람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고자 한다면, 그대는 현실적으로 고무하고 장려하면서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끼치는 인간이어야만 한다. 인간에 대한 - 그리고 자연에 대한 그대의 모든 관계는 그대의 의지의 대상에 상응하는, 그대의 현실적・개인적 삶의 특정한 표출이어야 한다. 그대가 사랑을 하면서도 되돌아오는 사람을 불러일으키지 못한다면, 다시 말해서 사랑으로서 그대의 사랑이 되돌아오는 사람을 생산하지 못한다면, 그대가 사랑하는 인간으로서 그대의 생활 표현을 통해서 그대를 사랑받는 인간으로 만들지 못한다면 그대의 사랑은 무력한 것이요, 하나의 불행이다.” ***


4. 밥과 술


우리는 스스로 그러한 존재이다. 동시에 끝없이 변화하는 그 무엇이다. 나는 지금 내가 알고 있는 내가 아니지만, 또 어쩔 수 없이 이러한 나이다. 잘 산다는 것은 아마도 그 알 수 없지만 어쩔 수 없는 나의 삶을 재발견하는 일, 그리고 내게 주어진 그 짧은 삶을 끝없이 감탄하는 일이리라. 


"마음의 밭에는 언젠가 뿌려진 씨앗이 있게 마련이다. 하나의 씨가 뿌려져 40년이 지나 발아 하게 될 줄 어찌 알았겠는가? 그때 그 일을 하면 '밥이 나오냐 떡이 나오냐?' 라고 세상이 물었던 그 일이 결국 가장 중요한 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나는 이 일을 하면 술이 나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빵 한 덩어리와 포도주 한 병, 시집 한 권, 그리고 나를 위해 노래 불러 주는 그녀가 있다면 그 인생은 아름다우리. 이 보다 더 아름다운 인생도 없을 것이다.” - 구본형


일이 예술이 될 수 있다면, 노동이 놀이가 될 수 있다면, 무엇보다 일이 술이 될 수 있다면 그것은 참으로 아름다운 인생이리라. 모든 것은 어디엔가 연결되어 있으니 끝이 있으면 시작이 있으리. 청년 마르크스가 꿈꾸었듯 남근의 욕망, 그 끝에 다다르면 또 다른 꽃이 피어나리라. 황폐하고 삭막한 대지의 갈라진 틈새에서 피어난 그 꽃의 향기는 과연 어떤 풍경일까. 그것이 찬란한 희망이든 참혹한 절망이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은 계속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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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 마르크스, 경제 - 철학수고

** 김훈, 내 젊은 날의 숲

*** 칼 마르크스, 경제 - 철학수고

*** 위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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