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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5월 23일 09시 02분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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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착순 세 명!” 


다시 뛴다. 햇살이 내려쬔다. 땡볕에 이게 무슨 생고생이람. 벌써 네 바퀴 째다. 사실, 달리는 것 하나는 자신있는 편인데, 저 농구 골대를 돌지 않고 중간에 돌아오는 녀석들이 꼭 있다. 그러니 죽어라고 뛰어도 꼭 돌아올때면 몇 명씩 먼저 들어와 있다. 그렇다고 나까지 그렇게 하기는 싫다. 어디까지 그건 반칙이니까.


“선착순 한 명!” 


사실, 누가 무슨 잘못을 했는지도 잘 모르겠다. 그냥 오늘따라 저 XX의 기분이 안좋은 것 뿐인지도... 모두들 숨을 헐떡이며 마지막 남은 젖먹던 힘을 짜내거나, 아예 커트라인 안에 들기는 힘들테니 적당히 달리는 척을 하고 있다. 누군가처럼 반칙을 하기도 싫고, 그렇다고 꾀를 부리기도 싫은데, 몸에 힘이 빠진다. 그 때다. 


더위를 먹었는지 한 녀석이 반환점을 지나쳐서 달리기 시작했다. 이 광경을 보고 있던 XX가 저 멀리서 고함을 지르기 시작했다. 머리가 멍해진다. 그러고보니 내가 왜 이 따위 뺑뺑이를 계속 돌아야되나 싶다. 에라, 모르겠다. 나도 반환점을 지나쳐 달린다. 등 뒤에서 애들의 스텝이 엉퀴는 소리가 들린다. 이젠 ‘죽었다’는 생각과 함께 귓가를 스치는 바람이 참, 시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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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경쟁’이란 익숙한 단어입니다. 자라오면서 줄곧 경쟁을 해왔으니까요. 학교에서는 더 좋은 성적과 더 좋은 학교를 위해, 사회에 나와서는 더 빨리 승진하고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눈에 보이지 않는 경쟁을 합니다. 친구와 함께 술 한잔 하며 웃고 있어도 손목에 차고 있는 시계, 타고 있는 차, 새로 산 집이 신경 쓰이고, 카페에 잠시 앉아 잡담을 나누면서도 공부 잘 한다는 저 집 아이는 어떤 과외를 시키고, 어떤 학원에 보내는지가 마음에 걸립니다. 


어릴 때는 대학에 들어가면, 직장에 취직하기만 하면 행복해지는 줄 알았는데, 아시다시피 ‘절대 아니올시다’입니다. 반환점을 통과한 순간, 우리는 또다시 순위 안에 들기 위해 달리기 시작합니다. 그러다 보니 도대체 좋은 날은 언제 오는건가 싶기도 한데, 어떤 녀석은 대기업에 들어가 빠른 승진과 고액 연봉을 거머쥐기도 하고, 아주 가끔이지만 주식 투자를 해서 한 몫 잡았다는 소문이 들리기도 하니 결국 늘상 순위 밖에 있는 까닭은 아직 노력이 부족하거나 운이 없는 탓이려니 하며 한숨 짓거나, 다시 한번 마음을 부여잡고 신발끈을 동여매어 보기도 합니다.  


그런데 아주 가끔 ‘도대체 저 반환점은 누가 정한걸까’, 하는 바보 같은 의문이 들때가 있습니다. 아니, 매일 따라야 할 이 수많은 규칙들은 한마디 상의도 없이 누가 결정한 것이며, 정직하고 성실해야 한다면서 경기장 밖에서 가끔 휠체어를 타고 출몰하는 저들은 또 누구이며, 때로 게임의 룰을 바꾸거나 심지어 골대까지 바꿔버리는 이 알 수 없는 경쟁은 대체 무엇을 위한 것일까, 하는 쓸데없는 의문 말입니다. 


누군가 경쟁은 ‘의존’일 뿐이라고 했습니다. 만약에 말입니다. 선착순을 위해 미친듯이 달려가던 이들이 모두 제자리에 멈춰서 버린다면, 다른 이가 정해준 저곳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 내키는 대로 사방 팔방으로 달려 나간다면 어찌 되는 것일까요? 언제 올지도 모르는 내일을 위해 소중한 오늘을 저당잡히지 않고 눈부신 그대와 찬란한 사랑을 나눈다면, 설령 목에 칼이 들어온다 할지라도 자신에게 주어진 유일한 시간 - 처음 눈을 뜨고 마지막 눈을 감을 때까지 - 을 다른 누군가의 욕망을 향해 대신 달리는 것 따위에 허비하지 않겠다고 결심한다면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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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착순....

 

참으로 많은 부분이 공감이 가는군요.

 

선착순을 할 때면 언제나 가장 나중까지 뛰었던 기억이 납니다.

애초에 남들을 재치고 앞서나가려고 하지 않았어요.

그냥 나의 힘대로 왜 달리는지는 알지 못했지만

저 XX가 먼저 지치나 내가 먼저 지치나

내기를 하는 심정으로 그렇게 달렸지요.

 

늘 내가 이겼던 기억만이 남아 있네요.

기억이란게 믿을 만한 것이 못되니 사실이 그랬는지는 알 수없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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